AI 교육을 받고도 82%는 현업에서 쓰지 않습니다

팀스파르타가 교육 결정권자 330명에게 물었습니다. 97%가 AI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82%는 교육을 받고도 현업에서 쓰지 않았습니다. LilysAI 김예인 님, 팀스파르타 황재경 님과 함께한 Bloom 현장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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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교육을 받고도 82%는 현업에서 쓰지 않습니다
📅 2026년 9월 15일
🤝 Bloom × 팀스파르타 × LilysAI
🎤 김예인, LilysAI 공동 창업자 · 황재경, 팀스파르타 AX 교육팀 컨설팅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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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스파르타의 황재경 님, LilysAI의 김예인 님과 함께한 Bloom입니다.

다양한 산업의 엔터프라이즈 고객과 협업하며 AX 교육을 이끌고 있는 팀스파르타, 그리고 초창기부터 AI 요약 서비스를 만들며 지금은 영미권 타깃의 Readray를 구축하고 있는 LilysAI까지. 두 팀이 들려주신 귀한 경험과 사례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팀스파르타 AX 교육팀이 제철소 AX 고도화를 위해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직접 용광로 현장에 들어가, USB로 원본 데이터를 수집해온 뒤 데이터 분석과 AX 도입을 도왔던 사례. 그리고 예인 님이 1년간의 글로벌 GTM 시행착오 끝에, 애초부터 영미권에서 통할 제품을 새로 만들기로 결심하고(그래서 한국 기업들에는 파일럿조차 열지 않는), 그 방향을 밀어붙인 끈기와 노력의 이야기였습니다. 두 사례 모두 현장에서 뛰며 쌓아온 진짜 인사이트라 더 깊이 와닿았습니다.

두 분의 귀한 경험 나눔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날의 이야기를 아래에 자세히 풀어봅니다.

오프닝 파이어사이드 챗 무대에 앉은 연사 두 명과 뒤 스크린의 제목 슬라이드
차트가 실린 인쇄물을 펼쳐 든 참석자와 테이블 위 콜라 캔, 버거 봉투
둥근 테이블에서 손짓하며 이야기하는 참석자와 귀 기울이는 조원들
「우리 조직은 어디쯤이고, 무엇에 막혀 있나」 슬라이드 앞에서 마이크를 든 진행자

9월 15일 화요일 저녁, 테헤란로 아남타워 3층 팀스파르타 오피스에서 우리 회사 AX가 진짜 어디쯤 와 있는지를 묻는 자리를 열었습니다. 다들 AI를 잘한다고 말하는데 잘한다는 기준은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출발점이었습니다. 팀스파르타가 교육 결정권자 330명에게 물어 만든 리포트를 책상마다 올려두고, 130만 명이 쓰는 LilysAI의 공동 창업자와 그 리포트를 만든 컨설턴트를 무대에 모셨습니다. 마지막 한 시간은 여섯 명씩 둘러앉아 각자 회사에서 막혀 있는 지점을 꺼내놓는 라운드테이블이었습니다.

파이어사이드 챗 중 여기저기서 손을 드는 참석자들로 가득 찬 행사장

AI를 잘한다는 기준이 아무에게도 없었습니다

준수 님이 마이크를 잡고 던진 첫마디는, 요즘 다들 AI를 잘한다고 하는데 잘한다는 게 뭔지 기준을 갖고 말하는 사람은 못 봤으니 그 기준을 오늘 여기서 같이 만들어보자는 거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회사에서 AX 도입을 맡고 있는, 그러니까 스스로 AX 리드라고 생각하는 분은 여기저기서 꽤 올라왔는데 HR인데 교육을 돌렸는데도 현업이 못 쓴다고 느끼는 분은 거의 없었고, 이 두 질문 사이의 온도 차가 이날 저녁 내내 따라다녔습니다. Bloom에 처음 오신 분이 절반 가까이 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좋은 칼이 나오니까 머리까지 자르고 있습니다

오프닝 파이어사이드는 제가 맡았는데, LilysAI는 처음 나왔을 때부터 워낙 바이럴이 됐던 제품이라 언젠가 한번 뵙고 싶었고 AX를 피부에 와닿게 보여줄 사람을 고르다 보니 예인 님 말고는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시는 분 손 들어달라고 하니 정말 많이 올라와서 소개는 길게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LilysAI는 자료를 많이 읽어야 하는 사람이 더 빨리 이해하게 도와주는 도구로, 유튜브 영상이든 PDF 논문이든 웹 아티클이든 잔뜩 던져 넣으면 요약해주고 질문에 답합니다. 나온 지 3년 됐고 제가 최근 기사에서 본 100만이라는 숫자는 그 자리에서 130만으로 정정받았는데, 그 숫자를 처음 봤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가 제 첫 질문이었습니다.

기쁘긴 했는데요. 유저 130만 명 이런 거는 내부, 외부적으로 공개할 때 많이 쓰이는 숫자고, 내부 목표 지표는 리텐션이나 유료와 관련된 것들을 보고 있어서 그냥 기뻐하고 그냥 나갔습니다.

실제로 보는 건강 지표는 리텐션이고 그다음이 유료 전환율과 유료 유지율이라 리텐션이 곤두박질친 기억은 없다고 했는데, 대신 최근에 낸 신제품 얘기를 꺼냈습니다. 북미를 겨냥한 Readray인데 쓰고 나서 한 주 뒤에 돌아오는 비율이 70%로, LilysAI보다 훨씬 높은 숫자라 저도 좀 놀랐습니다.

예인 님이 그 이유로 든 건 지능이 아니라 사용성이었는데, 요즘 많은 제품이 AI의 지능이 워낙 놀라우니 거기 놀라느라 접근성과 사용성을 놓치고 있다는 겁니다.

엄청나게 좋은 칼이 출시가 됐는데 이 칼이 너무 훌륭하다 보니까 이걸로 머리도 자르고 과일도 자르고 이런 상황이라고 보고 있어요. 근데 사실 머리는 가위로 잘라야지 훨씬 편한 경험이잖아요.

AI의 생활 침투율은 아직 1%이고 의자나 책상에도 AI가 들어가는 세상이 올 텐데 지금은 그 1%에 와 있다는 게 예인 님의 그림이었습니다. 자료를 읽는 문제에서 최고의 경험은 아이언맨의 HUD나 킹스맨 안경처럼 눈앞에서 바로 정보가 증강되는 것이라서 Readray는 자료를 읽을 때 옆에 따라다니면서 아무것도 묻지 않아도 알아서 리서치를 얹어주는 쪽으로 만들었고, 당장 읽어야 하는 논문에 필요한 것들이 눈앞에 다 펼쳐지면 거부하기 어려울 거라는 계산이 리텐션으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예인 님 본인은 Claude를 메인으로 쓰지만 폰과 크롬에서는 바로 부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Gemini를 쓰는데, 자료를 Claude나 ChatGPT에 붙여넣고 이거 해줘 저거 해줘 다시 해줘 하는 건 칼로 머리를 자르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읽을 때는 채팅보다 즉시 증강이 낫고, 접근성과 능동적인 제안은 놀라운 지능에 가려 아직 간과된 문제라서 거기에 많은 미래가 있다고 봅니다.

당근이 2,700억일 때 Grammarly는 1조, Canva는 4조입니다

Readray를 아는 분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에, 잘되는 서비스를 두고 왜 새 제품을 만들었는지부터 들어야 했습니다.

LilysAI가 서비스에 직접 들어와 자료를 올리고 읽고 이해하는 것 말고도 가공하고 퀴즈로 만드는 여러 작업을 하는 쪽이라면, Readray는 그중에서도 지금 눈앞에 놓인 자료를 어떻게든 머릿속에 우겨넣는 좁은 흐름 하나에만 집중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좁혔는지 물었더니 꿈 얘기가 나왔습니다.

공동 창업자인 현수 님이랑 저의 꿈이 글로벌에서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거예요. 노션이나 캔바나 그래머리 같은 진짜 전 세계에서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꿈인 사람들이어서 창업을 시작했고요.

예인 님이 든 숫자가 인상적이었는데, 한국에서 가장 잘된 스타트업이라는 당근의 연매출이 2,700억인 반면 Grammarly는 문법 교정 하나로 1조를 만들었고 Canva는 4조가 넘으니, 그런 제품을 만들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뾰족해져야 한다는 걸 거기서 깨달았다고요.

깨닫는 데는 1년이 걸렸는데, LilysAI로 글로벌 진출을 고군분투했지만 일본에서 조금, 대만 같은 동북아에서 조금씩 반응이 있었을 뿐 영미권에서는 전혀 되지 않았답니다. 한국에서는 첫 출시부터 성장까지 비교적 순조로웠는데 글로벌은 같은 행동을 해도 한 걸음 한 걸음이 달라서 걸음마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고, 1년을 삽질하고 나서야 Readray를 새로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이 섰습니다.

한국은 버튼에 이름이 없으면 무섭다고 합니다

미국에 침투하지 못한 게 제품 문제였는지 마케팅 문제였는지 물었더니 둘 다였다고 하는데, GTM과 제품이 결국 한 몸이라 제품을 바꾸지 않고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그때 섰다고 합니다.

북미는 UI가 훨씬 극단적으로 심플해서, 한국에서는 버튼에 이름이 붙어 있어야 사람들이 누르는데 북미에서는 버튼마다 이름이 붙어 있으면 텍스트가 너무 많아서 싫다는 반응이 나오고, 반대로 한국은 이름이 없으면 눌렀다가 어떻게 될지 몰라 무서워서 안 누른답니다. 자료를 넣으면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다는 말은 소구가 안 되고, 네가 지금 논문 읽는 그 자리에서 HUD처럼 증강시켜주겠다고 뾰족하게 잡아야 먹힌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이걸 슈퍼앱과 니치의 차이로 들었는데, 아시아는 한 앱에 여러 기능이 있어야 하고 미국은 좁고 깊은 걸 원한다는 거고, 아시아 감성이라는 게 디자인이 아니라 UX에 맞닿아 있다는 것도 이날 처음 알았습니다.

AI 렌즈라는 표현을 기사에서 보고 저는 콘택트렌즈 같은 하드웨어를 떠올렸는데 알고 보니 크롬 확장 프로그램이었고 데스크탑 앱이 곧 나온다고 합니다. 논문을 열면 감지해서 분석하겠느냐는 버튼이 뜨는 식인데, 출시는 됐지만 클로즈 베타라서 한국 사용자에게는 공개를 막아두고 북미 사용자만 걸러서 받는 중입니다.

논문 읽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도 궁금했는데, 한국 기준으로 생각하면 박사나 연구소 정도의 작은 시장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인 님은 연구자만 겨냥한 Jenni AI가 연매출 2~300억 이상으로 알고 있다면서 Grammarly가 문법 교정 하나로 1조를 만든 것처럼 큰 시장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Readray의 고객은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논문과 리포트와 영상을 읽고 좋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연구자와 투자자, 회사의 리더 세 부류이고, 지역도 미국만이 아니라 캐나다, 호주, 영국, 유럽까지 영미권을 한 세트로 봅니다.

유튜브에 요약 버튼이 생겨도 리텐션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GPT 5나 Opus 4.5 같은 모델이 나올 때마다 위협으로 느꼈는지 아니면 지렛대였는지 궁금했는데, 서비스가 위기를 맞은 순간은 아직 없었고 최근 1년은 글로벌에만 집중해서 착지하는 시간이었는데도 성장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유튜브에서 요약이 된다, 요약 버튼이 생겼다, 이제 어떡하냐 이런 식으로 되게 걱정을 많이 해주세요. 근데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저희 제품의 리텐션이나 이탈이 변화했던 순간은 아직 없고요.

이유는 고객이 누구냐에 있었는데, LilysAI 고객은 투자 결정을 하려고 투자 유튜브를 엄청나게 보는 사람이라 다섯 줄 요약으로는 절대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자료를 완전히 다 숙지하되 속도만 더 빨랐으면 하는 니즈인데 그걸 제대로 풀어낸 제품은 아직 많지 않다고 느껴서, LilysAI 요약은 주요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 속도를 10분의 1로 줄인다는 확신을 주려고 여러 층을 쌓았다고 합니다. 짠, 이거 된다 같은 제품은 초기 유입은 있어도 유저가 다 나가고 실제 문제를 끝까지 풀어주는 제품은 결국 사람들이 알아준다고 믿는데, 이런 디테일은 하나의 범용 AI가 다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겁니다.

ChatGPT나 Claude도 경쟁사에서 새 기능이 나올 때마다 이제 끝났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덧붙이면서, 미친 듯이 빠르게 바뀌는 시장이라 제품 개발 속도를 아주 빠르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그래서 정작 가장 오래 씨름한 건 모델이 아니라 글로벌 마케팅이었다고 했습니다.

레딧에서는 너 누구야부터 나옵니다

한국에서 통했던 방식을 그대로 옮겼다가 안 된 얘기는 끝까지 듣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 컸던 방식은 커뮤니티였는데, 여러 오픈 카톡방과 Bloom 같은 디스코드 방에 들어가서 그 커뮤니티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정말 좋은 자료를 LilysAI로 요약한 노트를 만들어 뿌리고 다녔다고 합니다. 자료가 좋으니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왔고, 커뮤니티 안의 인플루언서들이 자발적으로 소개하면서 저절로 컸다고요.

북미에서 재현을 하려고 했는데 레딧에서는 필터링이 엄청 빡세고 뭐만 하면 너네 광고 아니냐. 우리나라는 작으니까 서로 도와주고 열린 마음으로 봐주시는데 북미에서는 어, 너 누구야 이런 게 엄청 심해서 잘 통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미국 커뮤니티는 생각보다 훨씬 배타적이고 광고나 피싱을 먼저 의심하며 모르는 링크는 절대 안 누른다는 게 그때 배운 것이었고, 돌아가면 다르게 했을 게 있냐고 물으니 후회되는 건 딱히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 통하는 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쓴 소셜 마케팅과 X의 DM인데 너무 잘 돼서 이게 정답인가 싶은 중이랍니다.

그중 숏폼이 가장 큰 축인데 직접 만들지 않고 케미가 맞는 인플루언서, 박사 과정 중인 인플루언서나 라이프 인플루언서를 섭외해서 만들고, 제품에 만족한 사람이 친구들에게 뿌려주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제품과 마케팅이 이어지는 게 제품의 와우한 장면이 숏폼에 담겨야 하기 때문인데, Readray는 Read에 광선을 뜻하는 Ray를 붙인 이름이고 PDF나 유튜브 화면 위로 광선이 쭉 지나가면서 스캔하는 장면을 영상에 노출시켜서 이거 뭐야 하는 반응을 만듭니다. 영미권은 Ray가 광선이라는 걸 바로 알아듣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면 기억에 안 남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처음부터 북미향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이름에서부터 와닿았습니다.

투자를 안 받았더니 비용 관리가 됐습니다

AI 비용이 떨어지다가도 다시 비싸지는 시기라 부담은 없는지 궁금했는데, 답이 뜻밖에 투자 얘기로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일단 지금까지 투자를 받지 않았어요. 투자를 이유가 있으면 받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창업을 했는데 1년 만에 손익분기를 넘고 계속 순이익이 나고 있어서 투자를 받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까 비용 관리를 처음부터 엄청 잘 했던 것 같아요.

3년이 지난 지금도 순이익을 내며 성장하고 있고, 결국 다 자기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라 매달 얼마가 나가고 쓸데없는 데 새는 게 없는지 점검하면서 컸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모델 비용이 훨씬 비쌌지만 빠르게 싸질 거라는 믿음이 강해서 싸질 걸 가정하고 기능을 공격적으로 붙였는데, 실제로는 예상보다 더 빨리 싸졌다고요.

비용 얘기의 다른 한 축은 지불 의사였는데, AI는 사람을 보조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하던 업무 자체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가기 때문에 기존 SaaS에 만 원을 내던 사람이 십만 원, 이십만 원, 그 이상을 내는 시대가 왔고, 유저에게 주는 효용만 맞다면 비용 구조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최근에는 회사 지출 내역과 API 사용 내역을 AI에 연동해서 불필요한 지출을 전부 점검했고 며칠 만에 월 3천만 원 정도를 줄였는데, AI 제품이 비용 때문에 유지되지 않는 경우는 없고 안 됐다면 효용을 충분히 주지 못한 것이라는 게 예인 님 생각입니다.

참고로 팀은 다섯 명인데, 순이익을 내면서 다섯 명을 유지한다는 건 이 자리에 온 창업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그림일 겁니다.

의사결정만 사람이 하고 수행은 다 AI가 합니다

다섯 명이 어떻게 제품을 만드는지가 이날 제가 가장 듣고 싶었던 부분이었습니다.

답은 권한이었는데, 한 사람이 A부터 Z까지 다 쥐고 가는 구조라 프론트 엔지니어가 기획자를 겸해서 제품 기획부터 GTM까지 고민하고, Claude Code Max는 엔지니어만이 아니라 마케터도 쓰는데 엔지니어는 한 명이 세 개씩 돌린다고 합니다. 풀파워로 쓰는 게 중요하다면서 근거로 든 게 미국이었는데, 스무 명으로 매출 수백억, 수천억을 내는 팀이 거기서 나오고 있고 전부 AI로 생산성을 끝까지 끌어올린 팀들이라서, 모든 일은 일단 AI에게 초안을 맡기고 사람 손에 남는 건 의사결정뿐이라는 겁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라면서 예인 님이 초반 얘기를 꺼냈습니다.

AI 시대에는 동시에 너무 여러 가지 일을 굴릴 수 있으니까 한 사람이 동시에 백 가지를 진행할 수도 있는 세상인데, 처음에는 한두 가지밖에 동시에 진행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럴까 하고 보니까 일을 발굴하는 게 문제더라고요.

왜 발굴이 안 되나 다시 들여다보니 지금 제품과 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고 해서, 예인 님이 꺼낸 처방이 좀 뜻밖이었는데 숙제였습니다. 팀원 전원이 일주일에 새로운 통계 숫자를 스무 개씩 찾아 슬랙에 올리게 했더니 스무 개의 새로운 사실에서 스무 가지 새 할 일이 생겼고, 그 숫자를 뒤지는 것조차 사람이 아니라 AI에게 시켜서 이런 숫자 가져와 하면 AI가 가져오고 사람은 그걸 보고 이게 문제네 이거 해보자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통계에서 일이 나오니 쓸데없는 일도 같이 사라졌고, 지금은 모두의 Claude Code에 스레드가 늘 스무 개 넘게 돌아가되 그중 다섯은 통계 분석이어야 한다는 가이드까지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얘기라고 들었는데, 토큰만 있으면 백 개를 돌릴 수 있는데 정작 뭘 맡겨야 할지 몰라 효율이 안 나는 게 대부분의 팀이기 때문입니다. AI가 워낙 빨리 달리니 사람도 같이 달려야 한다고 뭘 더 줄지를 팀원들이 빡세게 고민한 끝에 나온 답이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만지는 건 전부 시켜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그렇게 풀파워로 밀어붙였는지 궁금했는데, 답이 허무할 만큼 단순해서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되든 안 되든 일단 다 시켜본다는 거였습니다.

다른 제품 홍보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면서 든 예가 AI 브라우저 Aside였는데, 크롬에서 넘어가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그냥 넘어갔고 초반에 불편했어도 적응한 뒤로는 브라우저에서 만지는 모든 걸 Aside에게 시킨다고 합니다. 이메일 초안도 다 쓰게 하고, 디스코드에서 인플루언서를 관리하는 일도 네가 알아서 해보라고 맡긴다고요.

AI를 잘 쓰는 사람은 비서를 굴리듯 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저도 이메일은 다 맡기는 편이지만 듣고 보니 스케줄링과 구글 캘린더까지 다 맡겨야 하는 거였습니다. 개인 비서를 써본 사람이야말로 다 맡겨봤기 때문에 AI를 잘 굴린다고 하고, 이것까지 맡겨야 하나 내가 하는 게 더 편한데 싶은 것까지 밀어붙여 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거기서 난다는 겁니다.

AI에게 맡겼다가 오히려 일이 많아진 적은 없는지 물었더니 안 시키는 게 딱 두 개 남았고 역으로 그 둘 빼고는 다 시킨다는 답이 돌아왔는데, 하나는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일로 아무리 시켜봐도 안 됐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진짜로 읽어줄 글을 쓴다는 게 아직은 평균적인 글밖에 안 나오기 때문에 아이디에이션은 같이 하지만 유저에게 나가는 글은 직접 쓰고, 마케팅 문구나 에셋도 마찬가지로 AI는 평균에 가까운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서 감각적인 문구를 잘 못 쓴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는 사용자랑 더 친밀하게 소통하는 거. 저희는 사용자들이랑 얘기하는 걸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이라서 인터뷰도 엄청 많이 하고 고객 응대도 아직까지 다 직접 하거든요. AI가 할 수는 있는데 제가 그 감각을 느끼고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서요.

소통한 결과를 정리하는 건 AI가 할 수 있지만 고객을 깊이 이해하는 건 너무 중요해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답니다. 고객, 그러니까 사람과 붙어 있는 일만 남기고 나머지를 전부 AI에게 넘긴다는 게 조금 씁쓸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그게 잘 쓰는 쪽이라는 데는 반박할 말이 없었습니다.

짠, 멋지다를 넘어서 짜치는 걸 많이 해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AI를 제품에 녹이려는 분들과 직원들이 AI를 더 쓰게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렸더니, 조언할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개인 경험으로 두 가지를 주셨는데 첫 번째가 이거였습니다.

아, 이거 멋있지, 짠 하고 나오는 제품들은 사실 너무 많고 그걸로 바이럴이 될 수는 있는데 결국에 아무도 사랑해 주지 않는 제품이 되는 것 같아요.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유저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계속 고민해서 정말 짜치는 것들을 많이 해줘야 결국 쓸만한 게 나온다는 얘기였습니다. SNS에서는 짠, 멋지죠 하는 것만 의미 있어 보여도 실제 고객은 작은 사용성 하나의 차이를 느끼고 감동한다고요. 두 번째는 AI를 쓰는 사람을 향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품질보다 양치기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 지금보다 몇십 배로 양을 늘리고 나서 품질을 생각하는 게 손이 잘 가는 방법이라고 했고, 앞으로 1년 동안 증명하고 싶은 건 영어권 고객이 한국 고객보다 커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객석에서 질문이 둘 나왔는데, 도메인이 비싼데 어떤 기준으로 골랐느냐는 질문에는 1년에 20만 원쯤이라 싸다는 답이 나왔고, 두 번째는 투자나 연구처럼 고학력이 요구되는 사용자의 AI 저항감을 어떻게 넘겼는지, 저항감을 낮춘 게 컸는지 제품이 좋아서 넘어간 건지였습니다. 저항감은 초반에 있었다고 하는데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써보는 걸 극히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고, 다만 그 관점보다는 눈앞에서 고통스러운 사람을 찾는 데 집중했다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박사 1년 차고 이 연구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논문을 열 편을 읽어야 돼, 이런 사람들은 내가 AI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이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요.

투자자도 마찬가지로 유튜브를 보는 건 즐거운 행위인데 돈 몇천만 원이 달려 있는 사람에게는 간절한 문제가 되고, 리더도 다른 회사의 AX 사례를 공부하는 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얘기였습니다. 준수 님 말대로 엄청 본질적인 답이었는데, 페인 포인트를 느끼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는 것.

감으로 말하던 걸 숫자로 만들었습니다

메인 파이어사이드는 준수 님이 진행했는데, 책상마다 놓인 리포트는 팀스파르타 기업교육팀이 낸 2026 기업 AX 벤치마크 리포트였고 준수 님은 이 리포트가 AX를 잘하고 있는지 수치로 판단할 기준을 준다는 점을 높이 샀습니다. 제일 재밌었던 숫자는 두 개였는데, 97%가 AI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는데 정작 교육을 받은 사람의 82%가 현업에서는 잘 못 쓰겠다고 답한 것.

저에게 약간 영어 공부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전부 다 영어 공부해야 되는 거 아는데 공부 시켜줬더니 이제 가서 영어 하세요 하면 저 못하겠어요.

링크드인에도 리포트가 넘치는데 받아두고 나중에 봐야지 하다 끝나는 게 보통이라, 이날은 그 리포트를 만든 사람과 같이 읽기로 했습니다. 팀스파르타 AX 사업본부 AX 교육팀에서 컨설팅 파트를 맡고 있는 황재경 님인데, 커리어로는 10년 차 B2B 세일즈맨으로 LG전자 B2B에서 건설사에 에어컨을 파는 일로 시작해 해외 영업을 잠깐 거쳤고, 애플코리아 비즈니스 팀에서 세일즈를 하다 팀스파르타에 합류한 지 2년 10개월이 됐습니다.

준수 님의 첫 질문이 꽤 직설적이었는데, 이 리포트를 만든 이유가 리드 마그넷용인지 아니면 현업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정리하고 싶었던 건지였습니다.

많은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되게 감으로 고객분들한테 얘기를 할 때가 많아요.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다른 회사의 어려움이 뭔가, 잘하고 있는 건 뭔가. 만나는 고객사별로 감으로 말씀드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들이 정량적인 데이터가 있으면 좋겠다.
「같은 교육을 해도 왜 어떤 조직은 듣고 끝나는가」 슬라이드 아래 앉은 연사 두 명

AX 리드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늘 다른 회사라고 하는데, 리포트를 기반으로 교육을 설계하거나 회사 전체의 AX를 짤 때 배경 지식이 되고 보고할 때 쓰였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물론 고객을 끌어들이고 같이 얘기를 나눌 자료로 만든 것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이 솔직함 덕에 뒤의 이야기를 믿게 됐습니다.

재경 님이 가장 오래 들여다본 숫자도 82%였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한 교육은 뭐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고요. 다만 그보다 중요하게 본 건 그 옆의 숫자로, 역량 진단을 하고 커리큘럼을 잘 설계했을 때 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비율이 32%인데 교육 업계에서 셋 중 하나가 높은 만족도로 나오는 건 높은 수치라서, 진단하고 설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기서 봤다고 했습니다.

리포트의 표본은 대기업 100명, 중견기업 106명, 중소기업 124명, 합쳐서 330명입니다. HRD 담당자 108명, 임원 106명, C레벨 74명, 교육기획 42명이고, 업종은 제조가 45%로 가장 많습니다. 도입 실행률은 전체 56%, 확산 이상으로 실제 정착한 곳은 22%입니다.

반경 10미터 안은 다 AI를 씁니다

경쟁사보다 비슷하거나 앞서 있다고 답한 기업이 절반인데 그중 29%는 도입을 시작도 못 한 상태였다는 숫자를 준수 님이 짚었는데, 이 간극이 어디서 오는지가 문제였습니다.

재경 님은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 현장에서 보는 AI와 본사 데스크에서 보는 AI가 다를 뿐이라고 했습니다. 우선 비교 대상이 빅테크나 IT 기업이 아니라 친구라서, 회사에 도입됐냐고 물어서 아직이라는 답을 들으면 우리는 도입됐으니 앞서간다고 생각하는 거고, 쓰는 것과 도입하는 것의 차이를 두지 않아서 옆자리가 ChatGPT로 보고서를 쓰면 그것도 앞서가는 거라고 보는데, 회사에 도입하고 업무에 적용했는가는 완전히 다른 얘기라는 겁니다.

데스크에서 기획이나 AX 하시는 분들은 전방 반경 한 십 미터 이내 있는 분들은 다 AI 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둘러봤을 때 쓴다고 하면, 쓰기는 쓰지만 막상 회사에서 잘 쓰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 조금 낮게 나온 게 아닐까.

그러면 회사가 자기 위치를 제대로 재려면 뭘 봐야 하는지, 실무자가 내일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걸로 물었더니 세 가지가 나왔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AI로 낸 결과물 다섯 개를 열거할 수 있는가, 내가 리드하는 팀 말고 다른 팀에서 AI를 잘 쓰는 사람의 이름을 댈 수 있는가, AI 때문에 실제로 없어진 업무가 있는가. 준수 님은 이게 너무 구체적이라고 반겼습니다. 라운드테이블을 돌리다 보면 AI를 어떻게 측정하느냐는 고민이 제일 많은데, 예전에 어느 HR 담당자에게 회의 노트를 AI로 정리한다고 했다가 토큰이 아깝지 않느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요. 저희 회사는 토큰이 무제한이라 편하게 쓰던 터라 사람마다 보는 지점이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던 일화입니다.

AI를 잘 쓰는지도 시험을 봅니다

팀스파르타는 AI를 잘 쓰는지 측정하는 진단을 따로 만들었는데, 준수 님은 다음 중 Claude 모델이 아닌 것은, 하고 Astra와 Codex를 고르는 식인지 물었습니다.

재경 님 설명으로는 HRD 담당자들 사이에 역량을 진단하고 싶다는 니즈가 꽤 있었는데 AI를 잘 쓰는지에 대한 정량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고, 시중에 시험이 있긴 하지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고르는 식이라 B2C에 가깝고 B2B에서는 툴 지식이 아니라 잘 쓸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판단했답니다.

그래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데이터 분석, 윤리와 보안, 워크플로우 네 축으로 짰고, 객관식 스무 문항과 주관식 두 문항인데 주관식은 당신은 인사 담당자이고 이런 상황에서 이런 데이터를 뽑아야 하는데 프롬프트를 어떻게 쓰겠느냐는 식으로 페르소나를 줍니다. 리터러시 퀴즈가 아니라 이 사람과 이 조직이 AI를 잘 쓸 역량을 갖췄는지, 교육 뒤에 갖췄는지를 보는 시험인데, 신입 채용에 쓰는 회사는 아직 없지만 전사에 도입한 회사는 있고 승진 가점에 AI 항목을 넣으려고 이 시험을 도입한 금융권 회사도 한 곳 있다고 합니다.

AI로 보고서를 써도 양식은 그대로입니다

교육을 받고도 못 쓰겠다는 82%가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물었습니다.

일단은 교육 이후에 나온 산출물들을 내부로 못 가져가시는 게 가장 큰 단점인 것 같긴 합니다.

교육에서 스킬을 만들었든 그걸 정리한 MD 파일이든 개인 폴더에만 남는다는 겁니다. 팀에 배포하고 조직 차원에서 쓰게 만드는 게 부족한데 그걸 가로막는 건 양식과 결재선이라, AI를 배웠는데 보고서 양식도 결재선도 그대로라 바뀌는 게 없고 AI로 보고서를 써도 다시 옮겨 적는 손 작업이 생기니 에이, 이럴 거면 그냥 AI 안 쓰고 하던 대로 하지가 됩니다. 준수 님은 이 에이, 이럴 거면이라는 말이 제일 공감된다면서, 결국 다시 본인이 하는 경우가 그래서 생긴다고 했습니다.

마이크를 들고 답하는 게스트 연사와 옆 스크린의 소속·직함 자막

조용히 잘 쓰는 사람에게 일이 쏠립니다

리포트는 AX를 막는 게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쓰는데, 규모도 업종도 가리지 않고 1위 장벽이 직원 간 AI 활용 수준 차이였고 언급률로 55%입니다. 그 편차가 조직 안에서 실제로 어떤 문제를 만드는지가 다음 질문이었습니다.

AI 능력치가 다르다고 하는 거는 정말 단적으로는 회사 내의 회의가 조금 많이 무너지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제가 컨설팅에서 많이 했었습니다.

회의에 투입하는 시간부터 달라진다고 하는데, 누구는 AI로 30분 만에 준비해 오고 누구는 월요일부터 원래 하던 대로 시간을 들여 정리해 오니 내놓는 의견의 결과 고민한 시간이 달라서 회의 자체가 달라지고, 그러다 조용히 AI를 잘 쓰는 사람에게 일이 비대칭적으로 쏠린다는 겁니다. AI도 잘하니까 AI로 잘 해오라는 식으로 고르게 나뉘어야 할 업무가 한 사람에게 가는 거죠.

경영진 쪽에서도 같은 일이 생겨서, 수준 차이 때문에 지원을 제대로 안 하거나 지원하고 나서는 요술 방망이처럼 생각해 내가 본 유튜브에서는 다 되던데 네가 해오는 건 고작 비즈니스 이메일 번역이냐는 말이 나온다고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부터 무너지고 보고 체계와 결과물이 같이 무너지는 걸 고객사와 함께 여러 번 마주했다고 했는데, 준수 님도 초창기 라운드테이블에서 들은 얘기를 보탰습니다. 어떤 회사가 임원에게 토큰을 주고 AI로 영상을 편집해 오라고 했더니 전혀 쓸 줄 모르니 본인이 손으로 편집하고 AI로 한 것처럼 냈다는,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있는 일이었습니다.

프로세스는 상위에, 교육은 하위에 맞추세요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이 있으면 회사는 기준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평균에 맞춰야 하는지 준수 님이 물었고, 재경 님은 정답은 아니라면서 컨설팅에서 보는 두 관점,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나눠 답했습니다.

프로세스는 상위단에 맞추시는 게 훨씬 편합니다. 한 15% 정도 챔피언이나 앰배서더 같은 분들을 뽑아서 그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 얼마나 잘 맞는 프로세스를 만들게끔 장려해 주시고 독려해 주시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빠릅니다. 교육은 하위에 맞추셔야 됩니다. 상위에 맞추다 보면 하위 분들이 사실 수가 더 많거든요. 한 시간 만에 교육을 딱 포기해버립니다.

한 줄로 줄이면 프로세스는 상위에, 교육은 하위에 맞추라는 겁니다.

쓰라고 해도 죽어도 안 쓰는 사람은 도대체 왜 안 쓰는지도 물었는데, 저는 관성이거나 정말 AI가 필요 없는 업종이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고 답은 둘 다 아니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거는 안 써도 손해가 없기 때문에 안 쓰시는 거예요.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어려운 것도 사실 아니잖아요. 근데 안 써도 이분한테는 크게 변화가 없는 거죠. 더 이득도 없고 그렇다고 불이익도 없는 상황이에요. 오히려 리스크가 더 많죠.

AI를 쓰면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고, AI를 썼다고 하면 기대치가 높아지고, 원래 하던 습관대로 하면 더 빨리 끝날 것 같으니 합리적으로 따져보면 안 써도 손해가 없는데 굳이 쓸 이유가 없다는 건데, 이 문장은 행사가 끝나고도 계속 남았습니다.

규모 차이는 돈이고 업종 차이는 데이터입니다

도입 실행률은 대기업 76%, 중견 50%, 중소 46%이고 업종으로 보면 IT가 78%이고 제조가 44%라 34%포인트나 벌어지는데, 이 차이가 결국 토큰 값을 낼 수 있는 규모 때문인지 궁금했습니다.

규모 차이는 돈이 맞다고 했는데, 월 5,000만 원 이상 AI에 쓰는 비율이 대기업은 41%인데 중소기업은 9%이고 연 3억 이상은 28%와 3%라서, 지불할 수 있는 토큰의 양과 AI 계정 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가장 큰 간극이라는 거죠. 그런데 업종 차이는 돈이 아니라 데이터였고 IT와 제조가 가장 벌어지는 이유가 그거였는데, IT는 이미 엑셀과 CSV로 정리된 디지털 데이터를 쓰고 있고 핀테크나 IT 기업에 교육을 가보면 데이터가 잘 정리돼 있는 반면 제조업은 디지털 데이터라고는 해도 그 데이터를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철소에 한번 들어간 적이 있어요. 기계에 대해서 데이터를 뽑아내야 된다고 하는데 헬멧도 쓰고 줄 서서 따라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막 이렇게 먼지를 터세요. 여기다가 USB를 꽂으면 데이터가 나와요.

그럼 지금까지 데이터는 어떻게 봤냐고 물으니 결과가 잘 나오도록 가공한 데이터를 본사로 올려주고 있었다는데, IT와 제조의 차이는 돈이나 지불 능력이 아니라 데이터 소스의 차이, 그 데이터를 얼마나 활용하느냐의 차이라는 겁니다. 준수 님도 미팅에서 데이터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2025년 것, 2026년 것 하고 USB 뭉텅이를 가져오는 걸 본 적이 있다면서 제조업 AI가 왜 어려운지를 그때 봤다고 했습니다.

리포트를 보면 업종마다 막힌 지점이 다른데, IT와 제조, 의료는 직원 간 수준 차이가 1위 장벽인 반면 금융과 유통은 맞춤 커리큘럼 부재가 1위로 올라섭니다. 우리 업종에 맞는 교육 콘텐츠가 시장에 드물다는 뜻이고, 유통은 교육 후 실무 적용이 어렵다는 응답이 88%나 되며, 제조는 위기감이 68%인데 경영진 관여는 12%라는 숫자도 있습니다.

뭘 배울지가 아니라 뭘 만들지를 묻습니다

가장 앞선 대기업조차 확산 단계 이상은 37%로 아직 아무도 끝내지 못했다는 뜻이라, 그럼 지금 제일 앞서 있는 회사들은 뭘 다르게 하는지 물었습니다.

뭘 배우는지에 대한 초점보다는 뭘 산출물로 낼 수 있을지를 조금 더 고민하시는 것 같습니다. 클로드 코드에 대해서 가르쳐 주세요가 아니라 클로드 코드를 활용해서 우리가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대시보드를 만드는 교육을 하고 싶어요.

그런 요청이 올 때 앞서 나간다고 느낀다고 했습니다. 또 하나는 교육을 프로그램이 아니라 축적으로 본다는 것인데, 1기의 교재가 2기의 교보재가 되고 2기의 결과물이 3기를 돕는 식으로 한 기업은 벌써 16기수째 이어가며 계속 개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요즘 앞선 기업은 토큰을 어떻게 경제적으로 쓸지를 생각해서, 마구잡이로 AI를 주고 써보라고 했다가 비용이 너무 나가니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레벨을 나눠 교육하는 거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앞선 곳의 니즈는 그렇게 달랐습니다.

위기감도 예산도 있는 회사가 제일 위험합니다

준수 님은 안 되는 회사 얘기가 더 재밌다며 이쪽으로 넘어갔는데, 교육 설계 방식에 따라 현업 적용 성공률이 갈려서 전사 동일 커리큘럼은 11%, 직무별 설계는 18%, 역량 진단 후 수준별 설계는 32%입니다. 제일 잘한 게 32%면 셋 중 하나인데 나머지 둘은 왜 안 됐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재경 님은 정확히 봤다면서, 역량을 진단하고 설계를 잘해서 교육으로 넘어갔을 때 성과를 내는 게 셋 중 하나가 맞다고 했습니다. 교육 업체 입장에서 진단하고 설계하고 교육하는 건 입구라서 입구에서 길을 잘 닦고 이렇게 가면 편하다고 안내하는 것까지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그 길을 끝까지 완주해서 출구로 나오는 게 셋 중 하나이며 나머지 둘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는 거죠.

하나는 경영진 리스크로, 지원을 안 하거나 지원하고 나서 이거 줬으니까 이걸 해오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입니다.

가장 저희가 위험하다고 보는 게 위기감도 있고 예산도 있는 회사가 제일 위험합니다. 위기감도 있고 예산도 있으면 사실 요술지팡이를 원해요. 내가 예산을 막 쏟아붓고 우리 위기감이 이렇게 크니까 더 많은 거, 더 좋은 거 빨리빨리 해서 가져와.

그런 회사는 역량을 진단하고 설계해서 교육까지 가는 길을 못 견딥니다. 다른 하나는 출구에 뭐가 기다리는지 그림을 못 그리는 회사인데, 결승점에 도달했을 때의 그림이 있어야 하는데 일단 교육해보고 뭘 원하는지 보자는 HR이 꽤 많고 그러면 좋은 교육이 되기 어렵다고요. 팀스파르타는 입구까지는 설계해 줄 수 있지만 출구까지는 회사의 환경과 시스템이 같이 끌고 가야 한다는 게 재경 님의 정리였습니다.

커리큘럼은 제일 나중에 봅니다

국내 10대 기업 중 여러 곳을 교육하고 있는 팀스파르타가 교육을 설계할 때 제일 많이 보는 게 뭔지 물었는데, 답이 의외였습니다.

커리큘럼은 제일 나중에 봅니다. 제일 먼저 보는 건 그 회사의 환경입니다.

IT 환경일 수도 있고 그 산업의 특수한 환경일 수도 있는데, 내부에 온프레미스로 개발한 LLM을 쓰는 곳도 있고 외부 API를 받아 쓰는 곳도 있어서 그 환경을 먼저 보고 그다음이 분포입니다. 진단을 해보면 레벨 1이 많은지 2가 많은지가 나오고, 이 사람들을 3이나 챔피언 단계로 올리려면 어떤 분포를 봐야 하는지를 정한 뒤에야 커리큘럼입니다.

아무리 잘 설계해도 여긴 안 되겠다 싶은 회사도 있는데, 들어간 순간보다는 얘기를 나눌수록 보인다고 합니다.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위에서 시켜서,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AX에 대한 명확한 주제 없이, 빨리 교육해야 하고 예산은 떨어졌고 성과는 빨리 내야 하고 산출물은 모르겠으니 일단 같이 해달라는 곳입니다.

반대로 잘못 봤다 싶었던 사례도 있었는데, 큰 지주사의 임원 교육이었습니다. 임원 교육은 대개 인사이트 특강이나 마인드셋 교육 쪽인데 이곳은 노트북을 다 깔아놓고 로그인과 프롬프트부터 시작해 마지막에는 바이브 코딩까지 해보고 싶다고 했고, 클로드 코드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걸 하겠다는 거였습니다.

제가 말렸습니다. 절대 안 됩니다. 임원분들이 이거 하시다가 그 검은 화면 딱 뜨는 순간, CLI 창에서 그냥 안 될 겁니다 했는데 오히려 그 과정이 너무 좋았다는 평이 있었고요.

환경을 솔직하게 공유해 주는 곳이 잘 된다고 하는데, 이건 되고 이건 안 되고 우리는 이게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곳입니다. 제조 기업 실무자 교육에서는 공정마다 데이터가 다른데 여덟 개 공정의 여덟 가지 데이터를 취합하고 통일하는 에이전트를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분이 있었고, 그런 걸 보면 이 회사는 어디가 고민이고 데이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있구나, 온톨로지를 잘 설계하고 있구나 싶다고요. 준수 님은 임원들이 오히려 AI를 잘 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보탰는데, 비서에게 일을 시키는 게 습관이라 그대로 AI에게 시키면 그만큼의 결과를 뽑아낸다는 겁니다.

툴을 몰라서가 아니라 어디에 쓸지를 모릅니다

직원들에게 AI 툴을 풀어주고 알아서 쓰겠지 하는 회사도 많을 텐데 그걸로 안 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리포트를 보면 ChatGPT나 Gemini 도입은 85%를 넘으니 툴은 이미 다 있는 셈이거든요.

이분들은 툴을 모른다기보다는 내 업무에 뭘 써야 될지 모르시는 분들인 것 같아요.

영업이면 워크플로우가 A부터 Z까지 있고 그중 C나 D를 AI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는 건데, 그 감이 안 잡히면 어디에 어떤 맥락에서 AI를 어떻게 넣을지 모릅니다. 임원이나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줬으니 알아서 하겠지 싶지만 그 알아서가 어렵고, 개인의 업무를 분석해서 체계적으로 쪼개는 게 어려워서 역량 진단에 워크플로우 축을 꼭 넣자고 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주니어 얘기도 나왔는데, 시니어는 그 일을 5년, 10년 해왔으니 AI에게 뭘 어떤 순서로 넣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지 알고 툴은 못 써도 도메인 지식이 풍부해서 조금만 알려드려도 결과를 잘 내는 반면, 주니어는 업무 자체를 몰라 뭘 넣어야 할지 모르니 가이디드 프로젝트를 씁니다. 마케팅 담당인데 예산은 없고 내일 개시할 광고 배너를 오늘 메신저에 올려야 하는 상황을 주고 어떤 프롬프트로 결과물을 낼지 실습하게 하는 식으로, 도메인이 얕아도 비슷한 결과물까지 끌어올리는 설계입니다.

4시간을 30분으로 줄였다고 보고하면 꼬리 질문이 옵니다

AI 도입 성과를 위에 보고해야 하는 분들이 많이 왔는데, 예전에는 토큰 수로 측정하겠다는 곳도 있었지만 지금 보면 말이 안 되고 시간 절감으로 봐야 할지 업무 효율로 봐야 할지 기준이 회사마다 다릅니다.

시간 절감은 첫 번째 보고에는 아주 좋다고 하는데, 문제는 두 번째 보고로 또 시간 절감으로 가면 임원들이 공통으로 묻는 꼬리 질문이 있다고요. 남는 시간에 뭘 했는지, 줄인 시간으로 뭘 더 할 수 있었는지.

단순히 네 시간 걸리는 걸 삼십 분으로 줄였다가 아니라 네 시간 걸리던 보고서 세 건 쓰는 업무가 오 분으로 줄었고, 그것들이 열 개 자동화시켰다. 이렇게 가면은 그 질문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보고 자료가 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와 세 번째 보고의 장표는 AI를 누가 썼는지, 어떤 업무에 썼는지, 그 업무를 어떻게 다른 것으로 전환했는지로 짜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지난주에 AI로 한 거 다섯 개만 말해봐

내일 출근해서 딱 하나만 해보라면 뭘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답은 실용적이었는데, 실용적인 질문이 AI 활용의 민낯을 제일 잘 보여준다고요.

주변에 팀원 한 두세 명한테 일주일 동안 AI로 한 거 다섯 개만 얘기해 봐. 만 해도 얼추 이게 나옵니다. 사실 다섯 가지가 쉽지 않거든요. AI로 한다는 것 자체가.

여유가 있으면 하나를 더 묻는데, 줄인 업무가 아니라 아예 없애버린 업무, 그러니까 AI로 없앤 업무가 뭐냐는 것입니다. 이따 라운드테이블에서 서로에게 하나만 묻는다면 뭘 물어야 할지도 물었더니 잘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걸 물어야 말이 잘 통한다면서, 각자 회사에서 AI 활용을 가로막는 규정이나 상황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내부 LLM만 쓰라고 한다든지 프롬프트를 열 번 쓰면 닳는다든지 하는 얘기에서 스몰토크가 시작된다는 건데, 지금 우리 회사에서 나를 가로막는 게 뭔지, 우리 회사가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어려운 이유가 뭔지를 서로 묻는 것.

객석 질문을 셋 받았는데 첫 질문은 자기 방식을 들고 온 분이었고, 업무 프로세스를 적어보라는 얘기처럼 본인은 AI에게 너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느냐고 계속 물어 정본을 만들고 업데이트해 왔다면서 그런 팁이 더 있는지 물었습니다. 재경 님은 그걸 알았다면 본인도 지금보다 AI를 훨씬 잘 쓰고 있을 거라며 웃었지만, 워크플로우를 당장 정리하기 어렵다면 하나에 집중해서 그 업무를 계속 묻는 방식은 좋다면서 하나를 얹었습니다.

데이터가 정리가 잘 되지 않으면 AI는 사실 그냥 세종대왕 맥북 사건이나 얘기하는 아주 간단한 모델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서, 내가 가진 데이터를 어떻게 학습을 시킬 수 있는가.

영업이라면 매출 데이터와 고객 데이터, 콜과 이메일, 쓰고 있는 CRM이 MCP로 연결되는지 API로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라는 건데, 비정형은 정형으로 바꾸고 정형은 AI가 배울 수 있게 구성하는 것이 잘 쓰는 방법 중 하나라고요.

교육에는 회의적이라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반론이었는데, AI 솔루션 일을 하는 분이 자기는 교육에, 특히 AX 교육에 부정적인 편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리터러시를 높이는 교육에는 동감하지만 교육으로 사람들의 업무를 줄인다는 데는 회의적이고,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자기가 겪는 문제를 풀어줄 에이전트를 누군가 만들어주는 것이니 툴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내 어려움을 풀 툴을 누가 만들어주면 그걸 어떻게 쓰는지만 알려달라는 게 제일 좋은 방법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유튜브나 논문을 요약하는 업무를 받았다면 직접 툴을 만드는 게 아니라 LilysAI 같은 걸 써서 나온 결과를 바로 넘기면 끝이라는 예까지 들었는데, 저는 이 질문 덕에 세션이 광고로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재경 님은 그 방식이 상위단에 맞추는 프로세스 구성으로는 굉장히 좋다고 인정했고, 회사에는 명확히 풀리지 않는 문제가 여러 개 있고 잘 쓰는 10에서 15%의 챔피언이 프로세스를 구축해 전파하는 건 충분히 필요하며 교육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다만 하나가 걸린다고 했습니다.

AI 발전 속도가 좀 빨라요. 그분들이 만들어 놓은 에이전트나 스킬이 영원하다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럼 결국 하위단에 있으신 분들이 받은 에이전트나 스킬들을 조금 내 업무에 맞게도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유네스코가 정의한 디지털 리터러시는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라 활용하고 통합하고 수정하고 관리하는 것까지라고 하는데, 프로세스를 만들어 배포하는 건 정말 중요하지만 받은 걸 아주 작은 단위에서 자기에게 맞게 고치려면 리터러시 교육은 하위단에서 꼭 필요하다는 답이었습니다. 리터러시라는 말의 문맥을 어디까지로 보느냐의 차이일 수도 있다고 덧붙이면서요.

개발은 15%, 문제 정의와 데이터가 85%였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전사 관점이었는데, AI를 기존 프로세스에 붙이는 게 아니라 AI를 전제로 업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은데 팀스파르타 안에서는 그런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있다면 사례를 자세히 듣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팀스파르타 안에는 AX를 위한 조직이 따로 있고 업무를 재설계하고 바꾸는 데 시간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 교육팀만 봐도 교육을 구성하고 관리하고 고객을 만나고 강사를 섭외하고 인건비와 세금계산서를 정리하는 일이 굉장히 파편적으로 나뉘어 있었고, 이걸 통합하는 SaaS가 있으면 좋겠는데 세상에 그런 SaaS는 없었답니다. CRM도 맞는 게 없고 누가 만들어줄 수도 없어서 직접 만들기로 했고, 처음부터 업무를 파트별로 정의하고 파트끼리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정리해 워크플로우를 다시 짰더니 Claude에게 그걸 학습시켰을 때 생각보다 빠르게 시스템을 구성해 줬다고요. 전사로는 재무 관리와 채용 시스템,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연동한 문서 작업 자동화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개발한 시간은 한 십오 퍼센트가 안 된 것 같고 팔십오 퍼센트는 그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모으는 데 쓰는 것 같습니다.

어떤 툴을 쓰느냐보다 그 앞 단계, 업무 전체를 엔드 투 엔드로 다시 들여다보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였는데, 전사 AX를 짜려면 데이터를 구축하고 그걸 AI가 알아들을 형태로 정리하는 게 중요하고 나머지는 AI가 너무 잘한다고요.

마이크를 들고 질문하는 참석자와 손을 든 또 다른 참석자

진단 결과를 교육 설계에 반영한 곳은 3.6%입니다

QR로 받은 두 번째 리포트, 2026 AX 교육 트렌드 리포트에서 몇 가지 숫자를 더 챙겼습니다. 같은 330명에게 물은 결과인데, AI 도입을 실행 중인 조직은 56.3%이고 국내 전체 기업 대비 자기 회사의 AI 도입 속도가 뒤처진다고 느끼는 비율은 54.5%입니다. 경영진이 AX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74.6%인데 그걸 최우선 과제로 직접 끌고 가는 경영진은 15.8%에 그칩니다. AX가 필요하다고 느낀 계기는 AI 뉴스와 콘텐츠가 40.6%로 가장 많았고, 임원의 지시 22.7%, 경쟁사 사례 17.9%가 뒤를 이었습니다. 어려움으로는 임직원 AI 수준이 제각각이라는 답이 54.8%, 우리 직무와 산업에 맞는 커리큘럼이 없다는 답과 교육 후 현업 적용이 안 된다는 답이 각각 50.9%였습니다.

재경 님이 왜 진단부터 말했는지도 이 리포트에 있습니다. 역량 진단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방법을 모른다는 조직이 51.5%이고, 진단 결과를 실제로 교육 설계에 반영한 조직은 3.6%입니다. 성과 측정은 생산성과 시간 절감으로 본다는 답이 29.7%, 도구 활용 빈도가 28.8%, 측정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른다가 20.3%였습니다. 2027년까지 전사 AX를 끝내겠다는 곳이 61.5%인데 계획은 있어도 예산을 따로 책정하지 못한 곳이 27%로 가장 많았습니다. 원하는 교육은 직무별 특화 실무가 60.6%로 전사 공통 리터러시 33%를 크게 앞섰습니다.

수요도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팀스파르타에 들어온 문의에서 직무 공통 교육의 비중은 2025년 상반기 96%에서 2026년 상반기 51%로 내려왔고, 직무 특화는 4%에서 41%로 올라왔습니다. 문의 한 건당 요청하는 교육 유형 수도 1.24개에서 1.89개로 늘었습니다. AI 교육 해주세요가 아니라 직무 공통에 직무 특화와 직책자 리더십을 같이 설계해 달라는 요청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HRD 담당자 262명이 참여한 프롬프트 챌린지에서는 과제 주제를 특정하고 출력 형태를 지정하는 기본기는 93%와 85%로 탄탄했지만, 업무를 단계별로 쪼개는 작업 분해가 42.4점으로 가장 약했고 결과 검증을 요청하는 비율은 37%에 그쳤습니다. 알아서 다 해줘가 아니라 쪼개서 시키고 검증하는 흐름을 익혀야 한다는 게 리포트의 결론입니다.

가장 비싼 요금제를 쓰는 사람이 조장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시간 남짓은 여섯 명씩 둘러앉았는데, 조장은 각 테이블에서 가장 비싼 AI 요금제를 구독하는 사람으로 정했고 질문은 두 개였습니다. 우리 조직의 AX는 어디쯤이고 그 근거는 무엇인가, 교육 뒤 현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벽은 무엇인가. 끝나고 조장 여섯 분이 앞에 나와 테이블에서 나온 얘기를 전해줬습니다.

첫 조는 창업한 지 넉 달 된 1인 법인 대표가 조장이었는데, 같은 테이블의 팀스파르타 교육팀원은 회사가 비용 절감 단계에 이르렀고 실제 결과물과 구체적인 숫자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고 합니다. 제조 대기업 엔지니어는 해외 공장을 포함한 현장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가공하고 학습시키는 데 성과를 내고 있었고, 기업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하는 1인 사업가는 최근 의사 클라이언트에게 바이브 코딩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어드렸는데 비개발자로서도 코딩은 놀랄 만큼 되지만 그 밖의 일에서는 AI가 아직 많이 어렵더라고 했습니다.

조장 본인 얘기가 솔직했는데, AI 에이전트를 직원처럼 부리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어떤 분의 강의를 보고 창업했는데 직접 해보니 달랐다고요. 엔지니어 출신이라 개발은 제품까지 끝장낼 자신이 있는데 사업가는 빌더가 아니라 전략을 스스로 고치고 영업과 마케팅까지 해야 하는 사람이고, 그 영역에서 에이전트를 직원처럼 돌리는 건 아직 어렵다는 한계를 요즘 많이 느낀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조장은 한 서비스 회사에서 AX TF 리드를 맡은 PO였는데, 비개발자들이 AI를 쓰게 돕겠다는 호기로운 시작이었지만 현업이 바쁘다 보니 AI를 익히는 시간이 더 들어서 오히려 일이 두 배가 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고 기대만큼 도입하지 못했답니다. 그 허들을 어떻게 낮출지 고민하러 왔다고 했는데, 테이블에서 들은 답은 두 갈래로 성숙한 조직은 각자 만든 스킬의 편차가 커서 이걸 하나로 관리하는 단계까지 가고 있었고, 어떤 조직은 대표의 의지로 두 달에 한 번 해커톤을 열고 따라오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추가 교육을 붙여 계속 밀어주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신입 개발자였는데, 회사는 개인이 따로 만들지 않고 AX 팀이 만든 하나를 다 같이 공유해 쓰는 구조라 프로세스로 보는 건 좋았지만 업력이 있는 회사라 새로운 걸 건의하는 게 어려웠다고 합니다. 다른 팀원들도 업무 일부에서는 AI를 잘 쓰는데 업무 전체를 프로세스로 보는 건 어려워했고, 오래전부터 쌓아온 게 많은 회사일수록 그걸 갈아엎는 AX가 어렵고 윗선의 허락이 가장 큰 벽이라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같은 테이블의 창업자는 새 회사는 AX로 생산성을 올리기 쉬운데 쌓아온 게 많은 조직은 어떻게 올릴지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네 번째 조장은 게임사의 MLOps 엔지니어였는데, 대표, 강의하는 대표, 콘텐츠 마케터, PM, 엔지니어가 한 테이블이라 관심사가 다 달랐다고요. 대표는 직원 여러 명의 효과를 내고 싶어 했고, 콘텐츠 마케터는 AI의 불쾌한 골짜기를 콘텐츠에 어떻게 녹일지, PM은 프로토타입을 어떻게 공유할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AX의 병목은 결국 사람이잖아요. AI는 너무도 빠르고 너무 똑똑한데 나는 느리고 멍청하죠.

다섯 번째는 일본계 IT 기업 한국법인에 계신 분이었는데, 직원 대부분이 엔터프라이즈 플랜을 쓰고 매달 상당한 토큰 비용을 낸다는 얘기를 하다가 조장이 됐습니다. 그 회사의 AX는 개발팀이 앞서 나가고 그 방식이 다른 부서로 퍼지는 초입에 있었고, 업무 방식은 시니어 한 명이 풀스택을 다 맡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일이 한 사람에게 몰려서 프로젝트 네다섯 개를 혼자 돌리느라 다른 부서 온보딩까지는 못 맡는 핵심 인력 과부하가 생겼다고요. 개인의 생산성은 올랐지만 팀 단위로 쓰려면 조직 구조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게 그 테이블의 결론이었습니다.

마지막은 업력이 긴 애니메이션 IP 회사에서 유일한 AI 전문가로 AX를 맡고 있는 분이었고 변리사와 인턴 두 분이 같은 테이블이었는데, 어느 조직이든 개인 편차가 굉장히 크고 AI를 대하는 자세와 의지도 달라서 AX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게 공통된 감각이었습니다.

콘텐츠 회사에서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우리 IP가 다 털리는 것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리포트가 다룬 업종에 콘텐츠가 없어서, 자기 IP와 리소스의 보안을 두려워하는 실무자 때문에 AX가 막히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변리사는 Astra 같은 게 나오면서 내 일을 다 뺏기는 것 아닌지 걱정하는 지식노동자들의 얘기를 전했고, 인턴들은 회사 안에서 역량을 인정받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고 느꼈다고요. 회사에서 Claude든 GPT든 마음대로 쓰라고는 하는데 교육은 없어서, 이날 와서 처음으로 클로드 코드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안 써도 손해가 없다는 말이 계속 남습니다

준수 님이 마무리에서 한 얘기가 있는데, 라운드테이블을 하고 나면 오프 더 레코드 얘기가 많이 나왔고 더 하고 싶은데 아쉽다는 의견이 늘 있다고요. 그래서 Bloom은 Mixer라는 이름으로 네 명에서 여섯 명씩 조를 짜서 강남에서 이 라운드테이블을 이어가고 있고, 오프라인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게 뭔지 계속 고민하는 중입니다.

두 파이어사이드가 결국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는 생각을 돌아오는 길에 했는데, 예인 님의 다섯 명은 동시에 백 가지를 돌릴 수 있는데 한두 가지밖에 못 돌렸고 그 이유는 일을 발굴하지 못해서였습니다. 재경 님이 본 수백 명짜리 회사도 툴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업무 어디에 쓸지를 몰라서 멈춰 있었고, 다섯 명이든 천 명이든 막히는 자리가 같았습니다. 예인 님은 그걸 일주일에 통계 스무 개라는 숙제로 풀었고, 재경 님은 워크플로우를 A부터 Z까지 적고 그중 C와 D를 찾는 것으로 풀었습니다.

그리고 안 써도 손해가 없어서 안 쓴다는 말이 남습니다. 저희 회사는 토큰이 무제한이고 저는 이메일부터 다 맡기는 쪽이라 안 쓰는 사람의 셈법을 이렇게 또렷하게 들은 건 처음이었는데, 그 셈법을 바꾸는 게 교육인지 프로세스인지 결재선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음 주에 저희 팀원 두세 명에게 지난주에 AI로 한 거 다섯 개만 말해보라고 물어볼 생각입니다.

마이크를 들고 조별 논의를 발표하는 참석자와 박수 치는 청중
입구에 세운 「BLOOM IS HERE」 배너와 「Garbage In, Garbage out」 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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