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다 만들어주는 시대, 인간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래퍼 팔로알토가 Claude Bloom에서 전한 AI 시대의 창조와 서사 — 결과물이 아닌 서사와 캐릭터가 해자가 되는 이유, 도구 의존도를 줄이는 법, 본연을 지키는 전략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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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다 만들어주는 시대, 인간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AI가 제품을 손쉽게 만들어주는 시대일수록, 경쟁의 승부처는 결과물 자체가 아니라 그 앞뒤를 감싸는 서사와 캐릭터로 옮겨간다는 것이 이날의 화두였습니다.
인풋 없는 아웃풋은 없습니다. 창조는 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습득한 것을 자기 식대로 재해석하고 진화시키는 데서 나옵니다.
누구나 같은 도구로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될수록, 진심과 본연을 지키는 사람에게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이 글은 Bloom 행사에서 래퍼 팔로알토의 발표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왜 AI 커뮤니티가 래퍼를 초대했나

그동안 엔지니어와 창업자를 주로 모셔온 커뮤니티가 이번엔 가장 낯선 손님을 무대에 세웠다. 래퍼 팔로알토였다. 계기는 그가 팟캐스트에서 던진 한마디였다. AI는 이미 인간보다 음악을 잘 만들고, Suno만 써봐도 알 수 있으니 굳이 안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예술성을 지키려 AI를 멀리할 법한 아티스트가 정반대의 태도를 취한 셈이다. 다만 그가 덧붙인 단서가 핵심이었다. 사람들은 음악 자체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 전후의 서사까지 함께 소비한다. 어떤 아티스트가 어떤 경험과 생각으로 곡을 만들었고 발매 후 팬과 어떻게 이어가는지가 모두 콘텐츠의 일부다. 그래서 기술적인 제작은 AI에 더 맡기되, 서사와 스토리텔링에는 인간이 더 깊이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음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날 자리를 만든 이유였다. 소프트웨어도 이제 AI가 거의 다 만들어준다. 제품 만들기는 쉬워졌지만 마케팅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니 경쟁은 늘고, 제품의 철학을 어떻게 세우고 알릴지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됐다. 창업자들이 'Build in Public'으로 과정 자체를 서사로 쌓아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품을 살 때 우리는 퀄리티만 보지 않고 그 뒤에 숨은 브랜드의 서사와 맥락을 보고 산다. 음악 업계의 통찰을 소프트웨어 업계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이 초대의 배경이었다.


인풋 없는 아웃풋은 없다

첫 질문은 창조의 본질을 겨냥했다. AI가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내는 사전 학습 모델이라면, 인간이 재즈를 창조하지 않았어도 Suno가 재즈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의 대답은 분명했다. AI는 인류가 쌓아온 것을 학습해 인간보다 빠르게 결과를 낼 뿐이므로, 인간이 재즈를 탄생시키지 않았다면 아무리 프롬프트를 쳐도 재즈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뒤집으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처음 만들어내는 영역에는 여전히 인간의 자리가 남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창조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정의했다. 인간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낸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음악가든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어릴 때나 지금 영감을 받은 무언가가 자기 식대로 재해석되는 것이지, 창조는 없던 것이 생기는 게 아니라 습득한 것을 얼마나 진화시키고 크리에이티브하게 표현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그 자신도 누군가의 음악을 들을 때 그 뿌리가 어디이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가 느껴질 때 더 큰 감흥을 받는다고 했다. 기업의 관점으로 옮기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 애쓰기보다 축적된 자산과 맥락을 어떻게 재해석해 자기 것으로 진화시키느냐가 차별화의 출발점이라는 이야기다.


누구나 만드는 시대, 무엇이 가치를 만드는가

AI 코딩으로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구독하던 시대에서 직접 만드는 시대로 넘어가면 결과물의 희소가치는 떨어진다. 음악도 즉석에서 원하는 곡을 만들어 듣는 시대가 오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무엇이 좋은 것인지 어떻게 판단하는가. 팔로알토는 흥미롭게도 이 변화를 원시시대로의 회귀에 비유했다. 예전에는 브랜드와 기업이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각자 직접 창조할 수 있는 시대가 됐고, 인간에게는 누구나 창조의 본능이 있으니 그것이 발현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가 내놓은 답은 균형이었다. 그도 Suno를 쓰는데 프롬프트를 잘 치면 브라스도 기타도 스트링도 생동감 있게 나온다. 하지만 누구나 그 사운드를 쓸 수 있게 될수록 오히려 진짜 연주자가 빛을 발하고, 너무 완벽하지 않은 것, 진심이 담긴 것에 사람들이 더 감동하는 시대가 온다고 봤다. 온라인 콘텐츠가 넘칠수록 사람이 직접 만든 것의 장인 정신에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관찰과도 맞닿는다. 결과물의 공급이 무한대에 가까워질 때, 시장은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과 사람의 흔적에 값을 매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티스트의 해자는 서사와 캐릭터

누구나 비슷한 퀄리티를 만들 수 있다면 아티스트의 해자는 무엇인가. 그의 답은 매력과 캐릭터, 그리고 행보였다. 실력이 뛰어난데도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매력의 부재이거나 대중이 서사에 몰입하지 못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카니예 웨스트를 예로 들었다. 사람들이 그에게 몰입하는 건 한계를 계속 깨온 파이오니어로서의 행보 때문이고, 그 축적된 서사가 있기에 잘못된 발언조차 한 번 더 곱씹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아티스트는 행보와 캐릭터, 인간적인 카리스마가 있어야 스타가 된다고 정리했다.

이건 음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테슬라 뒤에는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이 있고, 스티브 잡스가 창고에서 시작해 회사에서 쫓겨났다 돌아온 서사는 애플 제품의 마케팅과 세일즈에 무시 못 할 힘이 됐다. 제품과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빨라질수록, 기업과 창업자의 서사·캐릭터·일관된 행보가 대체 불가능한 해자가 된다. AI가 결과물의 격차를 좁혀갈수록 사람과 브랜드의 서사가 차별화의 마지막 보루로 남는다는 뜻이다.


도구를 대하는 법: Suno와 의존도

주목할 만한 건 그가 AI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Suno에 최대한 의존하지 않으려 의식하며 쓴다고 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밌어서 음악을 하는 것이지, 쉽게 만들어 빨리 돈을 벌려는 것이라면 진작 Suno에 다 맡겼을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프롬프트를 칠 때도 자기 생각을 최대한 섞고 의존도를 줄인다. 실제 활용은 영리했다. 힙합은 옛 음악을 샘플링하는데 원곡을 쓰려면 샘플 클리어 비용과 허락이 필요하다. 대신 특정 시대의 사운드를 Suno로 그럴싸하게 만들어 스템을 받아 재조합하면 비용을 아끼고 원하는 사운드도 얻는다. 최근 합작 앨범에서도 직접 연주한 것을 Suno에 입력해 여러 버전을 뽑은 뒤 마음에 드는 부분만 골라 썼다. 창조의 과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형태만 달라진 것이다.

조별 발표

여기에 기업이 가져갈 교훈이 있다. AI는 강력한 지렛대이지만, 도구에 대한 의존도를 스스로 관리하는 사람이 결과물의 고유성을 지킨다. 도구를 전면에 내세워 통째로 맡기는 대신, 사람의 판단과 취향으로 도구의 출력을 선별하고 재구성할 때 결과물은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 그는 인디펜던트 활동에서 AI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도 했다. 음원 자료를 유통사에 보내고 굿즈 배송용 엑셀을 정리하는 잡무를 AI가 대신해준 것이다. 창작의 핵심에서는 의존을 줄이고, 반복적 운영에서는 적극 활용하는 구분이 그의 방식이었다.


인디펜던트와 1인 빌더, 그리고 본연을 지키는 전략

그의 커리어는 레이블을 직접 차려 십 년을 운영하고, 소속 아티스트를 거쳐 지금은 인디펜던트가 된 특이한 궤적이다.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산부터 세금계산서 발행까지 다 해봤기에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었다. 사람을 부리는 대신 에이전트를 부리며 일하는 1인 빌더의 시대가 그의 여정과 겹친다. AI가 매니저 역할을 대신해주니 인디펜던트에 타이밍이 좋다는 말에, 그는 "좀만 더 늦게 태어날걸 그랬다"며 웃었다.

가장 실무적인 통찰은 글로벌 전략에서 나왔다. 케이 힙합이 세계로 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직관과 반대로 답했다. 너무 글로벌하게 나가려 애쓰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힙합은 미국 흑인들이 만든 문화라 그들을 따라 하면 그들이 보기에 우스울 뿐이고, 그들이 더 잘하는 걸로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한국에 사는 자기 본연의 것, 자라온 환경에서 나오는 것을 한다고 했다. 케이팝의 성공으로 한국적인 것을 보여줄 때 해외가 오히려 더 재밌어한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고유한 것을 강화해서 나가는 것. 글로벌을 겨냥하는 모든 제품과 브랜드에 그대로 적용되는 전략이다.


기업이 가져갈 것

이날의 이야기를 실무 언어로 옮기면 네 가지가 남는다.

  1. 서사를 제품의 일부로 설계한다. 결과물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브랜드와 창업자의 서사·캐릭터·일관된 행보가 대체 불가능한 해자가 된다. 'Build in Public'처럼 과정 자체를 콘텐츠로 축적한다.
  2. 재해석을 차별화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무에서 유를 만들려 하기보다 축적된 자산과 맥락을 자기 식대로 진화시키는 데 창의성이 있다.
  3. 도구 의존도를 능동적으로 관리한다. 창작·전략의 핵심에서는 사람의 판단으로 AI 출력을 선별·재구성하고, 반복적 운영에서는 AI를 적극 활용한다.
  4. 본연을 강화해 글로벌로 나간다. 앞선 경쟁자를 모방하는 대신 고유한 정체성을 강화하는 편이 오히려 해외에서 통한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AI가 결과물을 다 만들어주는 시대에 기업의 차별화는 어디서 나오나요?

  • 결과물 자체가 아니라 그 앞뒤를 감싸는 서사에서 나옵니다. 제품 품질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브랜드와 창업자의 서사·캐릭터·행보가 대체 불가능한 해자가 됩니다.

Q. AI 시대에 창의성이란 무엇인가요?

  •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습득하고 축적한 것을 자기 식대로 재해석하고 진화시키는 것입니다. 인풋 없는 아웃풋은 없으며, 재해석의 깊이가 차별화를 만듭니다.

Q. 누구나 같은 AI 도구를 쓰는데 어떻게 경쟁 우위를 지키나요?

  • 도구에 대한 의존도를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데서 갈립니다. 핵심 창작·전략에서는 사람의 판단으로 AI 출력을 선별·재구성하고, 반복 운영에서는 적극 활용해 사람의 흔적과 진정성을 남깁니다.

Q.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때 어떤 전략이 유효한가요?

  • 앞선 경쟁자를 모방하기보다 고유한 정체성을 강화하는 편이 유효합니다. 본연의 것을 강화해 내놓을 때 오히려 해외에서 새롭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이날의 결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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