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그로스 마케팅,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 이긴다

응답하라 마케팅 최제힘, AB180 남성필 대표가 Claude Bloom에서 전한 AI 그로스 마케팅 인사이트 — 문제 정의 역량, 바이브 코딩·자동화·스킬, SaaS 분화와 조직 자산화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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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그로스 마케팅,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 이긴다
AI 시대 마케팅의 승부처는 새 기능을 익히는 데 있지 않고,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AI에게 정확히 설명하는 역량에 있다는 것이 이날의 핵심이었습니다.
개인이 만든 스킬을 조직이 신뢰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제품화할 때, AI 도입은 개인 생산성을 넘어 회사의 경쟁력이 됩니다.
SaaS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내는 에이전트와 그 에이전트가 쓰는 인프라로 분화한다는 관점이 제시됐습니다.

이 글은 Bloom 행사에서 응답하라 마케팅 최제힘 님과 AB180 남성필 대표의 발표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기능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 이긴다

6월 18일, 선릉 AB180 사무실에서 Claude Bloom과 AB180, 응답하라 마케팅이 함께한 행사가 열렸다. 주제는 AI for Growth Marketing. 세일즈 직군을 다룬 직전 회차가 AI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면, 이번 마케팅 회차는 정반대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마케팅은 AI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은데, 도대체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

최제힘님

첫 세션을 맡은 응답하라 마케팅의 최제힘 님은 AI가 정답을 말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전제했다. OpenAI 코덱스 스킬라톤에서 1등을 한 뒤 여러 강연 요청을 받았지만 대부분 고사했다고 한다. 어떤 기능을 소개해도 일주일이면 구식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능 시연 대신 실제 업무에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를 공유하는 편을 택했다. 발표 제목은 "그래서, 뭐가 문제죠"였다.

첫 직장의 임원이 문제 보고를 받을 때마다 다섯 번씩 되물었다는 이 질문에서, 그는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이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AI에게 잘 설명하는 능력이라는 결론을 끌어냈다.

이 관점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그는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클로드 코드 해커톤 수상자 다섯 명 중 비개발자가 몇 명이었는가. 정답은 다섯 명 전부였고, 1등은 의사였다. 개발자가 의료용 대시보드를 만들려면 의학 지식을 새로 배워야 하지만, 의사 본인은 진료로 쌓은 방대한 데이터와 암묵지를 이미 갖고 있어 문제를 곧바로 풀 수 있었다는 것이다. AI 시대에 진짜 경쟁력은 도메인 지식이며, 그 지식을 문제 정의로 전환하는 사람이 성과를 낸다는 이야기였다.


AI를 업무에 심는 세 가지 방법: 바이브 코딩·자동화·스킬

최제힘 님은 자신이 AI를 활용하는 방식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정리했다. 바이브 코딩은 과거 스프레드시트로 처리하던 일을 웹이나 앱으로 만들어 해결하는 것, 자동화는 정해진 시간에 스스로 돌아가는 주기적 업무, 스킬은 같은 입력을 넣으면 같은 결과물이 나오게 하는 반복 업무다.

실제 적용 사례는 구체적이었다. 계약 3개월 뒤 지급하는 매장 캐시백 문의를 예전에는 엑셀에서 상호명을 검색해 일일이 답했지만, 이제는 매장명을 입력하면 해당 매장의 프로모션을 전부 보여주는 도구로 바꿨다. 마케터의 주 업무인 경쟁사 모니터링도 자동화했다. 매주 월요일 경쟁사 인스타그램을 직접 캡처해 지표를 정리하던 일을, 게시물과 인기 지표를 자동으로 크롤링해 메일로 받는 구조로 전환했다. 운영에 쓰던 시간을 줄여 기획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티오더 주문 데이터를 넣으면 점주에게 보낼 웹 리포트가 자동 생성되는 스킬이 코덱스 스킬라톤 1등의 결과물이었는데, 화려한 기능이 아니라 실무에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이 현장의 공감을 샀다는 분석이다.

그는 한계도 솔직하게 짚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아직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자사 SNS에 그대로 올리기 어렵고, 자동화한 업무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준이 바뀔 때마다 유지 보수가 필요하다. 정보가 중요하고 이미지 의존도가 낮은 정부 지원 사업 콘텐츠 같은 영역부터 AI를 적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핵심은 AI에게 맡길 일과 사람이 쥘 일을 구분하고, 맡길 일의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라는 결론으로 돌아왔다.


철학도에서 마테크 창업자로, 그리고 MMP 파트너십

파이어사이드챗의 주인공인 AB180 남성필 대표의 여정은 마케팅 조직의 성장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시사점이 많았다. 프랑스 철학을 전공하려던 그는 군 복무 중 더 실용적인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우연히 참가한 구글 키워드 마케팅 대회에서 마케팅에 눈을 떴다. 다섯 개 언어로 키워드를 리서치하고 랜딩 페이지의 퀄리티 스코어를 개선하며 집요하게 테스트한 끝에 국내 비공식 1위를 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노력한 만큼 개선 여지가 크다는 그의 지론이 이때 만들어졌다.

남성필 대표님

AB180의 제품 Airbridge는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 검색 엔진으로 시작해,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딥링크 도구로, 다시 광고 기여도 분석 도구로 두 차례 피봇했다. 첫 유료 고객이 배달의민족과 이베이코리아라는 대형 서비스였던 덕에, 3천만 대 디바이스를 트래킹하며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역량을 빠르게 키웠다. 구형 기기의 데이터 수집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용산 전자상가를 돌며 OS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단말을 사 모아 테스트했다는 일화는, 초기 제품의 완성도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보여준다.

MMP가 되기 위한 메타·구글·틱톡과의 파트너십은 3년 반 동안 100번이 넘는 미팅 끝에 성사됐다. 광고 식별자가 민감한 가명 정보이기 때문에, 이 회사가 왜 데이터를 가져야 하는지와 보안·기술력·성장성을 다각도로 검증받아야 했다. AB180은 전 세계 일곱 곳뿐인 파트너 중 하나이자, 아시아에 본사를 둔 유일한 MMP 파트너사가 됐다. 자체 제품 Airbridge를 키우는 동안 Braze와 Amplitude의 한국 총판을 맡은 결정도 주목할 만하다. 유저 획득 중심에서 리텐션과 재구매 중심으로 넘어가던 시장 흐름에 맞아떨어졌고, 개발자들의 반감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성장은 단일 요소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그 배경이었다.


SaaS는 죽지 않고 분화한다

AI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만들고 커스터마이즈하는 시대에 SaaS는 어떻게 되는가. 이른바 SaaS 포칼립스에 대해 남성필 대표는 SaaS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분화한다고 봤다. 소프트웨어의 본질은 결과를 내는 것이고, 그 방향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결과를 내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 에이전트가 사용하는 인프라가 되는 것이다.

그는 이를 로보키친에 비유했다. 튀김을 만드는 로봇에게도 튀김기는 필요하고, 로봇이 튀김기까지 직접 장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대신 튀김기는 조리가 끝나면 로봇에게 신호를 보내고, 사람이 잡던 손잡이는 로봇이 잡기 좋은 형태로 바뀐다. 그 인터페이스가 CLI나 MCP라는 것이다. 하는 일은 같지만 에이전트가 쓰기 쉽게 교신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는 인프라로서의 속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에이전트로서 결과도 내야 한다. 사람이 직접 쓰는 소프트웨어는 줄어들 수 있어도, 에이전트가 쓰는 소프트웨어로는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AI 마케팅에 대한 그의 정리도 실무적이었다. 그로스 해킹의 본질이 작은 인풋으로 큰 아웃풋을 내는 것이듯, 사람들이 AI 마케팅에 거는 기대도 같은 심리라고 봤다. 다만 그 격차는 더 빨리 학습하고 더 집요하게 쓰는 사람에 의해 벌어진다. 페이스북 광고 초기에 D2C 커머스 회사들이 소재와 카피, 훅을 집요하게 파며 기술 우위를 극대화한 것과 같은 게임이 지금 AI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광고 소재든 캠페인 해석이든 SEO든, 모든 영역에서 AI를 빠르게 적용하고 집요하게 극대화하는 사람이 레버리지를 가져간다.


시간의 90%를 AI와: 명료성과 조직 자산화

남성필 대표는 스스로를 AI에 진심인 회사라고 소개하며, 본인부터 업무 시간의 90퍼센트를 AI와 함께 쓴다고 했다. 웹플로우로 만들었던 회사 웹사이트를 전부 AI로 다시 만들었고, 디자인 팀과 마케터가 함께 코덱스를 학습하며 날린 PR이 누적 천 개를 넘었다. 사내 지식 소스와 슬랙·깃허브·지라를 연결한 사내 에이전트는 하루 400~500회씩 쿼리가 오갈 만큼 사용량이 폭증했다.

시행착오에서 그가 뽑아낸 두 가지 원칙이 조직에 특히 유효하다. 첫째는 명료성의 원칙이다. 요구 사항이 명료하지 않으면 AI는 일을 잘 못하므로, 자기 생각을 1차로 던진 뒤 명료해질 때까지 AI가 자신을 인터뷰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명료함의 기준을 정해줄수록 결과물의 품질이 크게 올라간다. 둘째는 조직 자산화다. 모두가 각자 스킬을 만들면 어느 순간 시너지의 한계가 온다. 개인 생산성을 넘어 스킬들의 공통분모를 찾아 조직이 신뢰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제품화하고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이 관점은 AX 성숙도를 판단하는 그의 단계론으로도 이어진다. 챗봇 웹사이트에서 쓰는 단계, 코딩 도구로 넘어가 에이전트화된 작업을 하는 단계, 일상의 워크플로를 스킬화하는 단계, 그 스킬들의 공통 부분을 조직이 제품화하고 자산화하는 단계, 그리고 자산화된 지점을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으로 강화해 더 많은 API를 오케스트레이팅하는 단계다. 나만 잘하는 데 그치는가, 아니면 조직의 자산이 되어 더 많은 케이스로 효용을 만드는가. 그것이 AX를 잘하는 회사의 차이라는 정리였다.


라운드테이블에서 나온 것들

파이어사이드챗이 끝난 뒤 조별 라운드테이블에서 여러 회사의 마케터들이 실무 관점을 공유했다. 가장 자주 반복된 결론은 AI 시대 마케팅의 승부가 실행력이 아니라 문제 정의와 인사이트 발굴에 있다는 것이었다.

마케터는 직접 실행하는 사람에서 운영과 자동화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고, 브랜드·퍼포먼스·운영·PM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케스트레이터에 가까워진다는 관찰이 여러 조에서 나왔다. AI는 데이터와 실행을 돕지만 구매를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감정이라는 점에서, 가장 빛을 발할 인재로 AI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을 꼽은 조도 있었다.

조직 관점의 통찰도 풍부했다. 대기업이 의외로 AI 에이전트를 소극적으로 쓰고 스타트업이 더 적극적이라는 관찰, AI를 잘 쓰려면 개인기보다 조직적 서포트가 필요하다는 지적, SQL 로직과 업무 기준·히스토리를 공용 자산으로 정리해 팀 전체가 같은 AI를 쓰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반대편에는 신중론도 있었다. 범용 LLM은 아직 마케팅의 본질에 미치지 못하며, 작은 인풋으로 큰 아웃풋이 아니라 큰 인풋으로 더 좋은 아웃풋을 내는 것이 현재 AI의 위치라는 의견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위임할 수 있어도 할 수 없는 일을 시켜 완성할 수는 없으니, 앞으로는 더 깊게 아는 사람이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워크플로를 잘 설계하지 못하면 AI 도입 후 오히려 업무가 늘어난다는 경험담도, AI에게 맡길 일과 사람이 할 일을 구분하는 설계 역량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기업이 가져갈 것

이날의 이야기를 실무 언어로 옮기면 네 가지가 남는다.

  1. 문제 정의를 핵심 역량으로 둔다. 기능 습득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AI에게 정확히 설명하는 역량을,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도메인 지식을 사람의 경쟁력으로 키운다.
  2. AI 활용을 세 갈래로 구조화한다. 바이브 코딩(도구화), 자동화(주기 업무), 스킬(반복 업무)로 나눠 업무를 잘게 쪼개 붙일 수 있는 것부터 붙인다.
  3. 개인 스킬을 조직 자산으로 전환한다. 각자의 스킬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조직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자산화하고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4. 소프트웨어를 에이전트와 인프라 양면에서 본다. 결과를 내는 에이전트가 되는 동시에, 에이전트가 쓰기 좋은 인프라(CLI·MCP)로 교신 방식을 재설계한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AI 시대에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AI에게 정확히 설명하는 역량입니다. 기능은 일주일이면 구식이 되지만 문제 정의 방식과 사례는 남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도메인 지식이 실행 이상으로 중요해집니다.

Q. 비개발자도 AI로 실질적인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나요?

  • 낼 수 있습니다. 클로드 코드 해커톤 수상자 다섯 명이 모두 비개발자였고 1등은 의사였습니다. 자기 도메인의 데이터와 암묵지를 가진 사람이 문제를 곧바로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AI를 업무에 도입하는 실용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 바이브 코딩, 자동화, 스킬 세 가지로 나눠 접근합니다. 스프레드시트 작업을 도구로 만들고, 주기적 업무는 자동화하고, 같은 입력에 같은 결과가 필요한 반복 업무는 스킬로 만듭니다.

Q. AI 시대에 SaaS는 사라지나요?

  •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분화합니다. 결과를 내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방향과, 그 에이전트가 사용하는 인프라(CLI·MCP)가 되는 방향으로 나뉩니다. 사람이 쓰는 소프트웨어는 줄어도 에이전트가 쓰는 소프트웨어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Q. 조직 차원에서 AI 도입을 잘하려면 무엇을 봐야 하나요?

  • 개인 생산성에 그치지 않고 조직의 자산이 되는지를 봐야 합니다. 개인이 만든 스킬의 공통분모를 찾아 조직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자산화하고,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으로 강화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것이 성숙한 AX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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