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이미 지식 노동이 끝났다: 21년 차 변호사가 창업으로 간 이유

21년 차 변호사에서 창업자로 전향한 Jeewon Kim Serrato가 Claude Bloom에서 전한 지식 노동의 종말, 미국 진출 타이밍과 현지 네트워크, 공동체 전략, 행복을 파는 비즈니스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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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이미 지식 노동이 끝났다: 21년 차 변호사가 창업으로 간 이유
데이터를 받아 처리하고 분석해 추천을 내놓는 모든 일, 즉 지식 노동 전반이 향후 2~5년 안에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날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미국 진출과 투자 유치의 창은 지금 열려 있고 1~2년이면 닫힐 수 있으니, 현지 문화를 아는 친구와 공동체를 먼저 확보하라는 조언이 이어졌습니다.
무엇을 만들든 '이것이 어떻게 행복을 늘리는가'로 미션을 프레이밍할 수 있을 때 돈과 고객과 규모가 따라온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었습니다.

이 글은 Bloom 행사에서 Jeewon Kim Serrato 님의 발표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21년 차 변호사가 47세에 창업을 택한 이유

이날의 연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Jeewon Kim Serrato였다. 열두 살에 이민을 가 버클리에서 학부와 로스쿨을 마쳤고, 21년간 미국에서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디지털 전환을 다뤄온 인물이다. 국토안보부에서 8년간 데이터 프라이버시 부문을 이끌었고, 자산 4조 달러 규모 금융기관의 최고개인정보책임자를 지냈으며, 메타·이베이·LVMH·소니·시티은행 등 거의 모든 포춘 500 기업의 데이터 전략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자문했다. 스스로를 "아주 좁은 전문성을 아주 넓고 교차적인 방식으로 가진, 세상에서 가장 일반적인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런 그녀가 올해 2월 대형 로펌 파트너 자리를 떠났다. 이유는 단순했다. 마흔일곱이 되도록 제로 투 원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수천 번 자문가의 자리에는 앉아봤지만 정작 창업자였던 적은 없었다. 지금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중산층을 위한 AI 네이티브 금융 서비스 스타트업을 직접 세워 운영한다. 이 전향 자체가 이날 이야기의 배경이자, 지식 노동자가 처한 변화를 가장 앞선 자리에서 목격한 사람의 증언이라는 무게를 가졌다.


지식 노동자에 대한 전쟁

그녀의 창업은 한 장면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봄, 변호사를 돕는 리걸테크 AI를 보고 그녀는 모든 변호사가 일자리를 잃고 자기 일도 안전하지 않겠다고 직감했다. 그사이 친구 넷이 일자리를 잃었고, 이베이는 600명, 인튜이트는 1,000명가량을 내보냈으며 메타와 구글도 감원을 이어간다고 했다. AI를 핑계로 쓰는 면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사람이 잘려 나간다는 것이다.

그녀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직업 연구를 인용하며, 상위 40~60개 직업이 이미 AI로 수행 가능하다고 했다. 회계사도 변호사도 심지어 의사도, 데이터를 받아 처리하고 분석해 추천을 내놓는 모든 일이 대상이다. 20년 경력의 최고 변호사 중 하나라고 자부하는 자신조차 전 세계의 지식을 활용하는 AI와는 경쟁할 수 없으며, 앞으로 2~5년 안에 지식 노동자가 필요 없어질 거라고 봤다. 그래서 그녀가 내린 처방은 두 갈래였다. 계속 피벗하고 적응하거나, 아니면 자기 회사와 자기 길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남의 꿈을 지어주는 월급쟁이로 남을지, 사람들이 믿어줄 만큼 특별한 자기 꿈을 지을지를 선택하라는 이야기였다.


실리콘밸리라는 탄광 속 카나리아

그녀는 자신을 실리콘밸리 인사이더라고 했다. 버클리 동창은 대부분 창업자나 VC이고, 본인은 15년 전 자율주행차를 자문하던 시절부터 AI를 다뤄왔다. AI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달라진 것은 이제 세계 최대 기업만이 아니라 모두가 AI를 쓴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는 세상보다 몇 년 빨리 변화를 감지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 같다고 표현했다.

흥미로운 건 문화적 간극이었다. 지금 실리콘밸리에는 AI 비관론이 짙고 미국은 AI를 가장 회의적으로 보는 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돈의 흐름에 대한 진단도 냉정했다. 전 세계 벤처 자금의 80퍼센트가 실리콘밸리에 있고 그 돈의 80퍼센트가 다시 실리콘밸리 창업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라, 제대로 된 창업자 서사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냅킨에 적은 구상만으로도 투자 제안이 온다고 했다. 다만 그녀는 이 거품이 닷컴 버블보다 더 크고 빠르다고도 짚었다. 또한 AI 기술이 이미 정치적이 되었다고 했다. 미국은 50개 주로 이뤄진 나라이고 연방과 주의 AI 정책이 완전히 다르며, 프라이버시와 AI 규제는 캘리포니아·워싱턴·뉴욕 같은 블루 스테이트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미국 진출의 타이밍과 현지 친구

미국 진출과 투자 유치의 타이밍을 묻자 답은 단호했다. 지금, 오늘 시작하라는 것이다. 다만 이 창은 1~2년이면 닫힐 수 있고 이미 닫히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니 커뮤니티에 들어가고, 이모나 사촌 같은 먼 지인까지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연락해 연결을 만들라고 했다. 시장 규모에 대한 관점도 명확했다. 캘리포니아 하나만 잡아도 한국보다 크고, 그런 주가 50개인 것이 미국이니 한국 시장만 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녀가 가장 강조한 건 현지 가이드였다. 부산의 호텔 헬스장에서 실내 슬리퍼가 필요하다는 걸 매년 한국에 오는 자신도 몰랐다는 사소한 일화로, 반대로 한국 창업자가 실리콘밸리에 가면 매일 영문 모를 일이 벌어질 거라고 했다. 그래서 문화를 이해하는 공동창업자나 현지 친구가 진짜 성공의 조건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는 펀드레이징을 하기엔 너무 붐비니 다른 거점도 보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그녀가 꺼낸 대안은 뉴멕시코였다. 석유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국부펀드를 가진 주이고, 국립 연구소가 셋에 박사 비율이 가장 높은 딥테크의 땅이다. 실리콘밸리 자금의 90퍼센트가 B2B SaaS를 만드는 스탠퍼드 MBA에게 가는 반면, 로보틱스나 피지컬 AI, 에너지 인프라, 물류를 하는 팀이라면 앨버커키가 더 맞는 짝이라는 것이다.


동질성을 약점이 아니라 무기로

한국의 동질성에는 명암이 있다고 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결정하면 안전한 베팅에 머물고 충분한 리스크를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정반대를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그 집단적 사고와 공동체 의식을 강점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로 이주할 게 아니라면 지금 발 딛고 선 자리에서 함께 자라는 공동체를 만드는 편이 낫다고 봤다. 부산에서 만난 젊은 창업자 15명에게 각자 창업하지 말고 열다섯 명이 한 회사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며, 서로 다른 역량을 합칠 브레인스토밍까지 했다는 일화가 그 방향을 보여줬다.

소통 방식의 차이도 짚었다. 미국은 직설적이라 피치덱이 "우리가 이기는 이유"라는 결론부터 시작하는데, 배경이 제각각이라 직접 말하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동질적인 인구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맥락이 있어 결론을 뒤로 미룬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미국식 두괄식 소통을 의식적으로 연습할 필요가 있다는 실무적 함의였다. 그녀가 만든 'The K University'라는 이름 자체가, 프라이버시 전문가가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은 결과라고 했다.


Breakthrough, 그리고 행복을 파는 일

The K University의 핵심 개념은 'Breakthrough'다. 그녀는 지난 2년간 미국의 VC가 공통으로 읽고 언어로 삼은 책 'Pattern Breakers'를 소개하며, 돌파의 조건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변곡점, 즉 AI·소셜미디어·지정학처럼 외부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변화다. 다른 하나는 그 변화를 잡아챌 창업자만의 고유한 통찰이다. 세상이 변한다는 걸 관찰하는 능력과, 그 변화를 잡을 나만의 통찰을 둘 다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답답해한 건 자기만이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것 대신 손쉬운 길을 택하는 창업자들이었다.

그녀는 유니콘과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냉정하게 구분했다. 월 300만 원을 버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는 VC가 투자하지 않으며, 유니콘은 100개 나라에서 10억 달러로 클 수 있는 회사라는 것이다. 회사가 그만큼 크지 못하면 VC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게 당연하니, 답이 없다고 실망할 게 아니라 자신이 타깃이 아닐 뿐임을 알라고 했다. 그리고 가장 묵직한 결론을 남겼다. 세계 최대 기업들에서 배운 것은 비즈니스가 결국 행복을 파는 일이라는 것이다. 무엇을 만들든 미션을 '이것이 어떻게 행복을 늘리는가'로 프레이밍할 수 있다면 돈도 고객도 따라온다고 했다. 그녀는 한국의 성공이 계단식 논을 서로 도와 일군 공동체 위에 세워졌다는 점을 들며, 옆 창업자를 자금을 두고 경쟁하는 상대가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함께 자랄 동료로 볼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마무리했다.


기업이 가져갈 것

이날의 이야기를 실무 언어로 옮기면 네 가지가 남는다.

  1. 지식 노동의 자동화를 전제로 재설계한다. 데이터를 처리·분석·추천하는 업무는 2~5년 안에 AI로 대체될 수 있으니, 조직과 개인 모두 피벗과 재정의를 상수로 둔다.
  2. 글로벌 진출의 창을 지금 연다. 미국 진출·투자 유치의 창은 1~2년이면 좁아지니, 현지 문화를 아는 공동창업자와 커뮤니티를 먼저 확보한다.
  3. 거점을 목적에 맞게 고른다. SaaS는 실리콘밸리, 딥테크·피지컬 AI·인프라는 뉴멕시코처럼, 사업의 성격에 맞는 자본과 인재의 거점을 선택한다.
  4. 미션을 행복으로 프레이밍한다. 제품이 '어떻게 행복을 늘리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자본과 고객이 따라오고, 공동체와 함께 자랄 때 규모가 열린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AI가 지식 노동을 정말로 대체하나요?

  • 데이터를 받아 처리·분석해 추천을 내놓는 업무 대부분이 대상입니다. 오픈AI·앤트로픽의 직업 연구에서 상위 40~60개 직업이 이미 AI로 수행 가능하며, 향후 2~5년 안에 지식 노동자의 필요가 크게 줄 수 있다는 것이 이날의 진단이었습니다.

Q. 미국 진출과 투자 유치는 언제 시작해야 하나요?

  • 지금입니다. 창이 열려 있지만 1~2년이면 좁아질 수 있으므로, 커뮤니티에 들어가 현지 문화를 아는 친구와 공동창업자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조건이라고 했습니다.

Q. 실리콘밸리 외에 볼 만한 미국 거점이 있나요?

  •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자본의 대부분은 B2B SaaS로 향하므로, 로보틱스·피지컬 AI·에너지 인프라·물류 같은 딥테크라면 국립 연구소와 국부펀드를 가진 뉴멕시코 앨버커키가 더 맞는 짝일 수 있습니다.

Q. VC 투자를 받지 못하면 실패한 사업인가요?

  • 아닙니다. 유니콘과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는 다릅니다. VC는 100개 나라에서 10억 달러로 클 수 있는 회사를 찾으므로, 회사가 그 타깃이 아니라면 투자를 못 받는 것이 실패를 뜻하지 않습니다.

Q. 좋은 미션은 어떻게 세우나요?

  • '이것이 어떻게 행복을 늘리는가'로 프레이밍하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기업들의 공통점은 결국 행복을 파는 일이었고, 이 프레이밍이 될 때 돈과 고객과 규모가 따라온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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