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FDE 회사 대표에게 듣는 AX의 현실
어느 그룹사는 PoC를 4,000개 하고 에이전트를 4,000개 만들었습니다. 스페이스와이 황현태 대표가 본 한국 AX의 4세대와 유지보수의 함정.
드디어 Bloom에서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게스트로 스페이스와이의 황현태 대표님을 모셨습니다. 한국에서 FDE 모델을 먼저 실험하고 확산시켜 온 분입니다.
LG전자와 키움증권 같은 곳과 일하면서 Forward Deployed Engineer라는 낯선 직군을 국내에 밀어 올렸고, 최근 데이원컴퍼니에 인수되며 다음 챕터를 시작했습니다. 금요일 오전에 마주 앉아 50분 동안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서 공유합니다.
스페이스 X를 좋아하고 Y Combinator를 좋아해서 스페이스와이입니다
사명은 스페이스 X를 좋아하고 Y Combinator를 좋아해서 스페이스와이로 하자고 해서 붙었습니다. 2022년 2월 창업이니 이제 5년 차인데, 회사 이름을 먼저 짓고 나서 아이템을 계속 갈아엎었습니다.
창업의 동기도 아이템이 아니라 사람이어서, 공동창업자인 남송학 CTO와 같이 일하고 싶어서 그런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하셨습니다. 형이 안 한다고 했으면 창업을 안 했을 거라는 말을 두 번 하셨습니다.
중동의 보석부터 서울 R부동산까지 갈아엎었습니다
그때 가장 유행하던 방법론이 Alberto Savoia의 프리토타이핑이었고 거기에 꽂혀서 아이템을 계속 던져 봤다고 했습니다. 아픔의 세기가 세고 빈도가 낮은 문제, 아픔은 약한데 빈도가 많은 문제를 나누는 나름의 프레임을 가지고 중동의 보석을 팔아볼까, 소셜 식사 플랫폼을 만들어 볼까, 상담소를 해볼까를 돌았습니다. 『도쿄 R부동산』을 읽고 서울 R부동산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까지 갔습니다.
그렇게 여섯 번째인가 일곱 번째로 나온 것이 시니어 개발자 채용 플랫폼 DIO였습니다. 아이템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파운더 프로덕트 핏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정리하셨습니다.
기계공학 전공인데 코딩하는 연구실이었습니다
배경도 흔한 경로는 아니어서, 연세대 기계공학 전공인데 소속 연구실은 지식 기반 설계를 다루는 코딩하는 연구실이었습니다. 학부 때부터 계속 코딩을 했고 그대로 박사과정에 들어갔는데 마침 알파고가 나온 시기였습니다. 교수님께 AI 쪽으로 전공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지금은 DeepMind에 있는 네덜란드 연구원과 함께 모델 평가와 안정성을 연구했습니다.
박사를 하면 보통 연구자로 가거나 교수가 되는데 그때 특별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군대 문제도 있었고 연구실 문화가 재밌어서 시작했다는 겁니다. 공대 연구실은 스타트업보다 밤을 더 많이 새울 수도 있는데, 대신 기한이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스무 살 많은 선배가 세무 쪽으로 창업해 보자고 했습니다
스물세 살쯤에 대학원 선배가 창업을 제안했습니다. 스무 살 많은 선배였고, AI가 세무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혜움의 공동창업자가 되어 4~5년을 보냈습니다.
본인은 공동창업자로서 역할을 잘 못했다며, 형을 따라다녔고 돈을 비롯한 무거운 책임은 형이 다 졌다고 돌아봤습니다. 그럼에도 일의 방식과 회의를 보는 멘탈 모델, 프레임은 전부 거기서 배웠다고 했습니다. 더 오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머리가 커지면서 내 걸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저희가 정의하는 FDE는 고객사의 고객을 발굴하는 것부터입니다
FDE를 본인의 언어로 풀어 달라고 했더니 범위가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Forward Deployed Engineer는 말 그대로 전방 파견 엔지니어지만, 스페이스와이가 정의하는 FDE는 고객사의 고객을 발굴하는 것에서 시작해 고객사의 모호한 문제를 같이 찾고, 솔루션을 찾아 구현하고, 고객사에 배포하는 것까지 전부 하는 사람입니다.
가장 코어한 건 기술이 아니라 DIO 때부터 팀에 있던 한 문장이라고 했습니다.
Betters.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랑 일하고 싶다는 욕구. 그 욕구를 FDE들은 고객사에게 건드려 줘야 됩니다.
그래서 개발자가 직함만 바꾼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고객사는 냉정하기 때문에 굳이 왜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럼 스페이스와이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희는 그냥 헝그리하게 일합니다. 못하기도 합니다. 실수도 많이 하고. 근데 헝그리하게 일합니다.
대기업이 먼저 연락을 해옵니다
고객사는 LG전자와 키움증권, 보험사까지 도메인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아직 헝그리한 스타트업이라 잡식성이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는데, 큰 기업이면서 보수적일 것 같은 곳들이 먼저 문을 열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FDE라는 포지션 자체가 한국에서 초반이다 보니 지금 스페이스와이를 찾는 분들은 도메인과 관계없이 얼리어답터들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영업은 전부 인바운드여서 유튜브를 보고 연락이 오기도 하고 링크드인으로 오기도 하고 그냥 이메일이 오기도 합니다. 저희가 현태 님을 알게 된 경로도 같아서, DIO는 알고 있었지만 그걸 만든 사람은 몰랐는데 동료 한 분이 유튜브를 보고 인사이트가 좋다며 자꾸 슬랙에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 내용을 논리적으로 바로바로 꺼내는 걸 보고 링크드인으로 DM을 드렸고,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그 뒤에 행사를 같이하게 됐습니다.
고객사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연락을 받으면 가장 먼저 묻는 건 왜 저희를 찾으셨는지입니다. 스페이스와이를 찾는 기업은 대부분 맨파워도 규모도 도메인 지식도 스페이스와이보다 좋기 때문에, 그럼에도 굳이 외부를 찾는 이유의 코어를 확인한다는 겁니다. 제품이 필요해서일 수도 있고 분위기 쇄신이 필요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파악하느냐고 묻자 본인도 잘 모른다면서, 계속 묻고 자주 만나다가 일하는 중에 사실 이런 거였구나 하고 뒤늦게 알게 될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정공법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코어 문제가 뭔지에 집중하고 도메인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쪽으로 정리하셨습니다.
방식도 반년 사이에 바뀌어서, 상반기에는 빨리 프로토타이핑을 해서 이런 그림이 맞으신가요를 먼저 보여 드렸는데, 지금은 고객사들의 수준이 올라가 먼저 이런 걸 원한다고 말씀해 주시기 때문에 그 문제를 깎아 나가는 데 집중한다고 했습니다.
스타트업에는 엔터프라이즈 개발 경험이 없습니다
실수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도 본인이었는데, 고객사의 도메인 지식을 빨리 습득할 수 없어서 생기는 버벅거림과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스타트업에는 거의 없다는 점을 꼽으셨습니다.
뒤쪽 이유를 짚은 대목이 오래 남았는데, 지금 스타트업에 있는 세대는 개발자로 취직할 때 SI 기업에 가면 커리어가 꼬인다는 말을 듣고 자랐고, 그래서 특정 회사용 업무망과 폐쇄망 안에서 코딩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 경험을 전수받지 못한 채로 지금 엔터프라이즈를 하려니 초반에 버벅거렸다는 겁니다.
익히는 방법은 부딪히면서 배우는 쪽과, 어떤 고객사가 차라리 기존 대형 SI와 합을 맞추라고 해서 모 증권사에서 함께 일하며 배우는 쪽이 같이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뭘 모르는지도 몰라서 처음엔 물을 줄도 몰랐는데 지금은 물어 가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고객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말씀하셨습니다. 클라이언트는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스페이스와이는 실수하면 안 되는 관계인데, 그럼에도 빨리 소통해서 프로젝트가 잘되는 쪽으로 많이 알려 주신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가 최소 다섯 살은 위라서 엔지니어링 스킬 말고는 도움을 어마어마하게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AX는 벌써 4세대까지 왔습니다
대기업이 스페이스와이와 협업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 AX의 세대론으로 답이 돌아왔습니다. 1세대는 계열사마다 AX팀을 두고 현업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코어 AX팀 구조였는데, 예전 IT팀은 1년에 몇 가지 문제를 풀어 주면 됐지만 AI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AI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작정하고 풀려고 들면 과제가 몇백 개씩 생기는데, 그러면 거기서 과부하가 생깁니다.
그래서 2세대는 현업이 직접 그 능력을 갖추게 하자는 교육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현업이 다 Claude를 잘 쓰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학습 성취도에 편차가 있어서 이것만으로는 힘들다고 했습니다. 3세대는 도메인과 관계없이 인원은 적은데 매출이 적당히 나오고 최적화가 잘 된 스타트업을 데려와 엔터프라이즈에서 힌트를 얻어 보자는 시도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4세대는 리더가 AI 네이티브해져야 한다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4세대라는 게 이 시장의 속도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에이전트를 4,000개 만들면 유지보수가 불가능해집니다
4세대라는 진단이 나온 계기가 구체적이었습니다. 어느 그룹사에서 PoC를 4,000개씩 하고 에이전트를 4,000개씩 만든 사례를 보게 된 겁니다. 왜 그렇게까지 많은 에이전트가 생기고 유지보수가 불가능해지는가를 따라가 보면 리더의 AI 네이티브에 대한 철학 부재에 닿는다는 진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유지보수 포인트를 낮추고 유지보수를 맡는 포지션을 따로 둬야 한다고 했습니다. Anthropic 쪽에서 나온 메인테이너와 빌더, 스위퍼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대부분 프로토타이퍼와 빌더에 집중하지만 스위퍼와 메인테이너 쪽에도 무게를 두는 조직 설계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조직 설계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이 에이전트를 대하는 철학이었습니다.
에이전트를 자꾸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있는 범용 에이전트를 잘 활용해야 된다는 철학으로 가야 됩니다.
Build the Agent가 아니라 Power the Agent라는 겁니다. 가스 위험성 평가 자동화 에이전트, 프리랜서 매칭 에이전트, 공공 입찰 에이전트처럼 업무마다 하나씩 붙이는 마인드로 가면 대재앙이 벌어진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프리랜서 플랫폼을 하고 있고 이날 진행자가 공공 입찰 솔루션을 만들고 있으니 남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유니버설한 에이전트가 가운데 있고 업무들은 명세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게 그가 생각하는 구조인데, 업무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모델이 좋아져도 FDE가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실무진이 그냥 딸깍딸깍해서 다 되는 시대가 오면 FDE의 역할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처음에 했던 러프한 생각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 남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는데, 그건 오답이었다고 스스로 정정하셨습니다.
엔터프라이즈가 항상 필요로 하는 외부 동력은 항상 있다. 그게 이제 정답인 거 같아요.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최적화된 조직이라도 내재적 동기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겁니다. Opus의 버전이 몇이 되든 그 틈을 계속 발견하면서 채워 나가는 게 FDE의 일이라고 정리하셨습니다.
실제로 트렌드는 반년 만에 바뀌어서, 상반기에는 업무 자동화에 관심이 쏠려 있었는데 지금 업무 자동화 이야기를 꺼내면 옛날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고객사의 수준이 올라간 만큼, 모델의 수준이 올라간 만큼 스페이스와이도 계속 변모해야 한다는 느낌을 계속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AX 부서를 없애고 FDE 부서로 바꾼 곳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광고에서 AX 부서를 없애고 FDE 부서로 바꿨다는 이야기를 보고, 대기업들이 FDE 100명을 양성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브랜딩 요소가 확실히 있다는 답이 돌아왔는데, 파견 개발자라고 하면 한국에서 원래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만 FDE는 역할을 더 많이 주고 커리어로서의 비전도 있어서, 100명을 뽑으려면 100명이 지원해야 하니 풀을 넓히는 판단이었을 거라는 겁니다.
미국 쪽에서 이 직군이 받아들여진 결도 짚었습니다. 드디어 엔지니어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감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조금 K화되어 각 회사가 생각하는 FDE의 역할이 다 다르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다녀온 FDE 정책 간담회에서도 회사마다 내놓는 정의가 달랐습니다. 통일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한 게, 거기서 엣지와 차별화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6시 반에 일어나 밀린 일부터 합니다
하루는 6시에서 6시 반 사이에 일어나 씻고 바로 핸드폰을 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창업하고 나서는 아침에 잠이 안 와서 늘 일찍 일어나게 됐고, 자는 사이에 큰일이 생기지 않았는지 상황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엽니다. 막연하게 일을 다 못 끝낸 것 같은 찜찜함으로 잠들 때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이메일 인박스를 정리해 재료로 만드는 일까지 마치고 역삼 오렌지플래닛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고객사에 갈 때도 있고, 주로 FDE들을 확인하고 교류합니다. FDE들의 퀄리티에 편차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코어 팀과 엄청나게 많이 소통합니다. 열 몇 명 규모에서 여섯 명 정도가 FDE이고 나머지는 나가지 않는 사람들인데, 요즘은 직군 구분이 애매해서 밖에 나가는 사람과 안 나가는 사람으로 부른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스케일업 경험이 없습니다
데이원컴퍼니 인수 비하인드를 물었더니 가장 먼저 꺼낸 건 팀원들 이야기였습니다. 큰 결정이라 팀원들과 상의를 많이 했는데 다들 엄청나게 반겼고 오히려 더 원했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반겼는지는 본인 입으로 설명하셨습니다.
제가 좀 능력의 한계가 있어요. 저는 스케일업 경험이 없어요. 저는 맛집을 만드는 사람이고.
FDE 모델이 창발기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인사이트가 필요했고, 돈도 규모도 브랜드도 필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좋은 제안을 받아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는 겁니다. AX 혹은 FDE를 통한 AX가 메가 트렌드라면 지금 모션을 세게 취해야 한다는 판단은 확실히 있었다고 했습니다. 화학적으로 합쳐진 뒤 본인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아직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는 99퍼센트를 아주 빨리 만드는 데 특화된 곳입니다
한국의 팔란티어라는 수식어를 어떻게 보시느냐고 물었습니다.
우리나라가 팔란티어 국가거든요. 100퍼센트를 만드는 것보다 엄청나게 빨리 99퍼센트를 만들어 내는 데 되게 특화된 곳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FDE라는, 그리고 AI라는 기술에 굉장히 꽂혀 가고 있고.
그래서 스페이스와이나 다른 FDE 회사들이 이걸 크게 스케일업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부티크 FDE 컴퍼니는 아주 많이 생길 거라고 봤습니다. 요즘 세대가 취직을 꺼리는 이유가 내 가치를 오롯이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서인데, 오롯이 인정받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밖에서 FDE를 할 거라는 예측이었고, 본인도 그중 한 명이라고 덧붙였습니다.
FDE를 뽑을 때 강하게 보는 조건 중 하나가 창업 경험인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창업 경험이 있다는 건 창업의 아픔이 있다는 뜻이고, B2C에서 창업하면 바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것과 달리 B2B에서의 창업은 이런 형태일 수 있고, 그것도 또 하나의 도전하는 창업 문화라고 봤습니다.
엔터프라이즈와 공공에는 여전히 SI가 필요한데, 제약회사든 금융회사든 하나 하려고 엔지니어 팀을 계속 만드는 건 비효율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SI 기업에 가면 커리어가 꼬인다는 인식 때문에 그 계보가 한번 끊겼는데, FDE라는 이름으로 다시 이어 가면서 과거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그림이었습니다.
시청 홈페이지를 토스급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공공에 대한 비전은 세대의 책임에서 출발했습니다. 한국이 IT 강국이던 시절의 초고속 인터넷 위에서 엔지니어링을 배우고 IT를 배운 세대라면, 지금 노후화되고 종종 조롱까지 받는 공공 서비스 IT를 리모델링하고 재건축하는 일에 책임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시장에서 기업들은 알아서 생존하지만 공공 쪽은 치열하지 않아서 발전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스페이스와이를 시작할 때 FDE들과 나눈 이야기가 그대로 이 순서였습니다. 시청 사이트를 토스급으로 만들고 싶은데 지금은 이름을 못 날리니까 서울에서 먼저 이름을 날리자. 그렇게 해서 엔터프라이즈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선배 세대가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전산화하면서 4년간 전국을 누비며 키오스크를 세팅하고 등본을 전부 출력해 라벨링했던 과정을 언급하면서, 그런 걸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역량이 되면 정말 해보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하반기 목표는 재계약률 하나입니다
하반기에 무엇을 이루면 뿌듯하겠느냐는 질문에 KPI가 딱 하나라고 답하셨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의 재계약률을 계속 90에서 100퍼센트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들어오는 일을 다 받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역량도 역량이고 팀도 더 커져야 합니다.
다만 엔터프라이즈일수록 퀄리티가 중요하기 때문에 감당 못 할 일은 받지 말자는 원칙을 세워 두고, 한 명이 하나만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만드는 속도가 강점이면서 함정입니다
99퍼센트를 아주 빨리 만드는 곳이라는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 속도가 지금은 강점이지만, 에이전트 4,000개를 만들어낸 것도 같은 속도였을 겁니다.
결국 AX의 다음 단계는 더 빨리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일에 가까워 보입니다. 리더가 AI 네이티브해져야 한다는 4세대의 진단도, 범용 에이전트를 가운데 두라는 제안도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세 달이나 여섯 달 뒤에 스페이스와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다시 듣기로 하고 마무리했습니다.
Bloom과 함께하기
Bloom은 사람과 기술이 만나는 오프라인 자리를 만듭니다. 다음 행사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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