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글로벌 영업 1등하기

한국에서 일본으로 나가는 창업자와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을 연 총괄이 같은 답에 도착했습니다. 남들이 넘기 싫어하는 문턱이 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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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 × Workato 밋업

Workato의 손예진 님, Tiro를 만드는 ThePlato의 김상철(여울) 님과 함께한 밋업이었다. 한 사람은 한국 스타트업에서 일본과 미국으로 나가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 시장을 열었다. 방향은 정반대인데 승부처가 같았다.

📅 2026년 8월 25일  |  🤝 Bloom × Workato × 드림플러스 × Tiro
🎤 손예진 Workato 한국 총괄 · 김상철(여울) ThePlato CTO
🎟️ Bloom 행사 페이지
드림플러스 강남을 채운 참가자들

대화를 자산화한다는 말

오프닝 세션의 김상철(여울) CTO

오프닝은 여울 님이었다. Tiro는 AI 회의록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대화를 자산화하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한다. 회의록 앱은 이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걸 엔터프라이즈에 팔려면 넘어야 하는 문턱이 있고, 이 팀은 피해 가는 대신 정면으로 붙었다.

200개 문항짜리 보안성 검토

첫 B2B 고객은 절대 못 잊는다고 했다. 대기업마다 AX 사업본부가 생기던 작년, B2C로 쓰던 팀장님이 조직 도입을 검토하며 연락을 줬다. 회의록이라는 제품은 운이 좋았다. 전문 인력의 시간이 곧 인건비라 성과 측정이 바로 되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B2C와 B2B는 로직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B2C는 써보고 좋으면 결제하는 것이고, B2B는 안 될 이유를 걸러내는 게임이다. 보안 인증이 없으면 제품 만족도와 무관하게 컷이다. 그렇게 200개 문항짜리 보안성 검토를 통과하는 데 6개월을 썼다.

우리의 해자는 여기 있겠다

스타트업이 왜 그 길을 택했는지 물었더니 이날의 첫 번째 핵심이 나왔다.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만드는 기술 자체에는 해자가 없어진다는 생각을 일찍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해자는 어디 있나. 지금 이 체크리스트를 채우며 힘들어하는 보안 심사와 엔터프라이즈 영업 과정, 그 문턱 자체가 해자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하나만 뚫어놓으면 다음은 물밀듯이 들어온다.

왜 일본에서 투자를 받았나

일본 진출 이야기

한국 스타트업인데 일본에서 먼저 투자를 받았다. 처음부터 글로벌 제품이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시차, 이동 거리, 문화권을 기준으로 좁히니 일본과 중동이 남았고, 일본을 골랐다. 최근에는 공동창업자 한 분이 아예 도쿄로 이주했다. 처음 몇 명의 고객을 극도로 만족시키려면 그 고객들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제품을 성장시켜 온 로직과 같다고 했다.

기술 스택도 숨기지 않았다. 음성은 일레븐랩스를 쓰고, 언어모델은 성능을 평가해 정기적으로 라우팅한다. 가장 중요한 지표는 액티베이션인데, 가입만으로는 안 치고 가입 후 10분 이상 기록한 사용자로 정의한다. 무료 사용자의 토큰 비용은 마케팅 비용으로 보고 처음 300분을 준다.

비행기 타는 게 좋아서 들어간 회사

파이어사이드 챗의 손예진 한국 총괄

메인 세션은 손예진 님이었다. 이날 새벽 다섯 시 반에 자고 오전 열 시 반 싱가포르발 비행기로 왔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데 우연히 보잉 인턴십에 붙어 미국에 처음 가봤고, 이후 싱가포르에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대기업 6년 차에 도태되는 느낌이 들어 이직을 결심했고, 싱가포르의 시리즈 C, D, E 회사 리스트를 쫙 뽑아 살펴보다 Workato로 옮겼다. 아무도 뭘 하라고 하지 않고 결과를 가져오라고 하는 방식이 오히려 잘 맞았다고 했다.

러닝머신에서 글로벌 콜을 들었다

솔루션 컨설턴트로 시작했다가 한국어를 하니 영업을 해보라는 말로 한국 영업이 시작됐다. 여기서 이날 가장 실용적인 노하우가 나왔다.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파는 것. 사내 회의 툴에 쌓인 전 세계 영업들의 콜 녹음을 아침 러닝머신에서, 밥 먹으면서, 택시에서 계속 들으며 다른 시장의 피치를 흡수했다.

500개 중에 490개는 다른 걸로도 된다

청중과의 문답

한국 영업의 핵심은 Workato가 아니면 안 되는 문제를 찾는 일이었다. 이 설명이 이날 가장 날카로웠다. 고객의 문제가 500개라면 Workato로 해결되는 것도 많지만, 그중 490개는 다른 걸로도 해결된다. 남은 10개 중 이 가격을 내고라도 살 만한 건 하나 정도다. 그 하나를 찾아내는 과정이 영업이라는 것이다.

왜 너는 원 밀리언 딜을 못 한다고 생각해?

글로벌 1위를 찍은 이야기를 물었더니, 싱가포르의 리더가 자존심을 긁으며 던진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SaaS에서 10만~20만 달러면 큰 딜이라고 말하던 팀에게, 왜 밀리언 딜은 안 되냐고 물은 것이다. 팀은 역산을 시작했다. 고객이 그 돈을 쓰려면 열 배 이상의 효과가 보여야 한다. 답은 기존 고객과의 인터랙션에 있었다. 신뢰가 쌓인 고객이 지나가듯 물어본 질문을 흘려보내지 않고, 그걸 왜 물어보시는 거냐며 미팅을 잡은 것이 시작이었다.

팔아도 문제다

큰 딜을 하고 나면 회사가 뭘 해주느냐는 질문에 답이 예상 밖이었다. 정말 힘들었다는 것이다. 고객이 그만큼 투자했다는 건 기대치도 그만큼 높다는 뜻이고, 파는 게 끝이 아니라 파는 순간부터 시작이었다.

한국 AX의 진짜 병목

한국 AX를 이야기하는 시간

올해 상반기에만 엔터프라이즈 50곳과 첫 미팅을 했다. 거기서 본 한국 대기업의 어려움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문제 정의. 다 좋은데 뭘 해야 어떤 효과가 나는지 정의가 어렵다. 둘째가 이날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 대목이었다. 변화 관리다.

우리가 생각하는 AX는 클로드 코드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현장 실무자가 생각하는 AX는 매일 보는 엑셀 창에서 생각을 좀 덜 해도 되는 것이다. 그 스펙트럼을 이해하지 않고 솔루션을 들고 가면 미팅은 여러 번 해도 계약은 안 된다.

번아웃은 아직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워라밸 질문에 대한 답이 이날 가장 솔직했다. 본인도 궁금하다고, 번아웃이 왔고 극복하지 않은 상태로 계속 달리고 있어서 좋은 조언이 없다고 했다. 다만 번아웃 상태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동료와 작은 목표들이 있으면 아주 천천히 극복해 나갈 기틀이 된다고 덧붙였다.

왜 지금 한국인가

글로벌 기업이 지금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에서 동아시아를 볼 때 한국의 구매력이 숫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답이 왔다. 이분들은 숫자로 보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 지사를 세우는 의사결정에는 4년이 걸렸고, 그걸 증명해 나가는 과정은 길고 혹독했다고 했다.

라운드테이블: 최근에 받은 가장 기억에 남는 거절

라운드테이블

거절이라는 주제가 이렇게 잘 붙을 줄 몰랐다. AI 교육을 하시는 분은 쉽게 가달라는 항의를 받다가 나중엔 더 테크니컬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경험에서, 결과물을 먼저 보여준 다음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나눴다. 세일즈 직무가 없던 조는 아예 개념을 확장했다. 영업이 가치 교환이라면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도 광의로는 자신을 마케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내 AX를 추진하며 내부 개발자 설득이 가장 어렵다는 고충도 나왔다.

결국 두 사람 다 같은 곳에서 승부를 봤다

행사를 마치며

두 연사의 방향은 정반대였다. 그런데 승부처가 같았다. Tiro는 남들이 피하는 보안 심사와 엔터프라이즈 영업 과정 자체를 해자로 삼았고, Workato는 500개 문제 중 자기가 아니면 안 되는 하나를 찾는 데 시간을 썼다. 둘 다 제품의 기능이 아니라 남들이 넘기 싫어하는 문턱에서 승부를 봤다.

그리고 두 사람 다 결국 그 나라에 가서 살았다. 한 사람은 공동창업자가 도쿄로 이주했고, 다른 한 사람은 아이를 재워놓고 밤 비행기를 탔다.

현장 스케치

행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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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은 사람과 기술이 만나는 오프라인 자리를 만듭니다. 다음 행사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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