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가 99.9% 온 것 같습니다 (과장 아님)
투자 계약 전날 판이 뒤집힌 창업자와 유튜브를 준비하는 토스 개발자가 같은 결론에 도착했습니다.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닿는 능력입니다.
이번 밋업은 삼성역 네오사피엔스 오피스에서 열렸다. 이틀 전 디스코드에 공간 후원 요청을 올렸는데 바로 연락을 주셔서 성사된 자리다. 연사는 커뮤니티 멤버 두 분. 앤틀러 캐나다에서 투자 계약 전날 판이 뒤집히는 걸 겪은 한국계 캐나다인 창업자 Brian Jin 님과, AGI 시대의 경쟁력을 네트워크와 개인 브랜드에서 찾는 토스 개발자 김주언 님이다.
오늘부터 멤버 데모를 시작합니다

이날부터 새로 시작한 코너가 있다. 행사 앞부분에 딱 오 분씩, 멤버들이 만들고 있는 서비스를 소개하는 멤버 데모다. 디스코드에 올라온 제안에서 출발했다. 소모임을 하다 보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드는 분이 정말 많은데, 정작 그걸 보여주고 초기 사용자를 만날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홍보라기보다 무엇을 만들었고 어디가 막혀 있는지를 나누는 자리다.
노래와 노래가 왜 붙는지를 설명해 주는 서비스

첫 데모는 낮에는 인프라를 다루고 밤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든다는 개발자분이었다. 곡 하나를 넣으면 그 곡의 뿌리가 된 곡, 같은 시기의 곡, 이어받은 곡, 멀리서 닮은 곡을 찾아 이유와 함께 설명해 주는 서비스다.
기술적인 고민이 구체적이었다. 같은 모델을 평가자로 따로 불러 채점 콜을 분리했더니 이상하게 반복 노출되던 곡이 6분의 1로 줄었다는 것. 그런데 아직 안 풀린 문제가 있다고 했다. 모델이 검증에서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아예 후보로 떠올리지 못하는 곡은, 채점을 떼든 더 센 모델을 붙이든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떠올리는 건 기계가 나보다 잘하는데, 떠올리지 못한 걸 떠올리게 하는 방법은 아직 못 찾았다는 정리가 이날 가장 좋은 문장 중 하나였다. 이 문제를 풀어본 분이 있으면 이야기 나누고 싶다며 발표를 마쳤는데, 데모 세션을 만든 취지가 정확히 이거였다.
오 분 진료를 삼십 초로

두 번째는 예정에 없던 데모였다. 신청한 두 팀 중 한 팀이 못 와서 현장에서 손을 든 분께 마이크를 드렸다. 의료 워크플로우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분이었는데, 문진과 기록에 쓰는 시간을 줄여 진료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이었다.
캐나다는 미국의 테스트베드입니다

첫 파이어사이드 챗은 브라이언 님이었다. 워털루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데이터 쪽에서 일하며 졸업 직후부터 창업을 이어왔다. 토론토의 창업 분위기를 물었더니 답이 명쾌했다. 캐나다는 전체적으로 미국의 테스트베드라는 것이다. 창업하고 싶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미국으로 가고, 캐나다에서 성공해 미국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그가 들어간 앤틀러 캐나다는 석 달간 인터뷰 네 번을 거쳐 초대받았고, 10주 프로그램의 6주째에 70퍼센트가 탈락하는 곳이었다.
라이선스 1달러, 도입에 6달러
준비하던 사업은 엔터프라이즈 ERP 도입 자동화였다. 회사가 ERP 라이선스에 1달러를 쓰면 실제 도입에는 6달러가 든다. 범위 산정, 설정, 데이터 이관, 교육까지. 그 도입 과정을 에이전트로 자동화해 파트너사에 파는 그림이었다. 도입 파트너 입장에서는 견적보다 시간이 더 들면 그만큼 떠안는 구조라, 6달러 벌던 걸 4달러로 낮춰도 6개월이 일주일로 줄면 수익률이 오히려 좋아진다.
투자 하루 전, 판이 뒤집혔다
마지막 투자위원회까지 잘 갔겠다고 물었더니 답이 짧았다. 못 갔어요.
프로그램 9주 차에 앤틀러의 각국 파트너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 서밋을 하고 돌아오더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프론티어 모델이 빠르게 좋아지면서 북미에서 단순 버티컬 AI 서비스의 후속 투자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스무 팀 중 살아남은 건 두 팀이었는데, 한 팀은 특허를 가진 실험장비 팀이었고 다른 한 팀은 스타 창업자가 이끄는 팀이었다. 특허가 있거나, 사람이 있거나. 제품 자체로 살아남은 팀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기술 해자가 없다면 무엇이 해자인가
앤틀러에서 프로그램 초반부터 계속 나왔던 말이 있다고 했다. 더 이상 기술적인 해자가 없다. 그러면 무엇이 해자냐고 물으면, 그걸 찾아오라고 한다는 것이다.
VC들이 했던 말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스타트업 창업자, 특히 비즈니스 창업자는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본인 같은 테크 파운더가 제일 하기 싫어하는 게 그거라고 덧붙였다. 파운딩 팀에서 테크의 비중도 달라졌다고 했다. 옛날에는 CTO 없이는 테크 기업으로 안 봤는데, 지금은 비즈니스 쪽이 훨씬 무거워진 걸 체감한다는 것이다. 기술자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VC 입장에서 개발은 나중에 뽑으면 되는 일이 됐다.
판단을 모델 밖에 두기
그래서 지금은 오픈소스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기술이고, 오픈소스도 하나의 유통 채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만드는 것은 판단의 근거를 AI 모델 바깥의 데이터베이스로 빼는 프로젝트다. 회사의 노하우를 모델에 다 집어넣으면 지적 자산이 사라지고, 모델이 바뀔 때마다 프롬프트를 갈아엎을 수도 없으니까. 코딩 에이전트가 잘 되는 이유는 린터와 컴파일러와 테스트라는 판정 장치가 있는 닫힌 환경이기 때문인데, 비즈니스 에이전트에도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접근이었다.
토스 개발자가 유튜브를 준비하는 이유

두 번째 세션은 김주언 님이었다. 토스에서 데브옵스와 백엔드를 맡고 있고, 원래는 MLOps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Bloom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멤버이기도 하다.
AGI의 정의, 그리고 2030년
먼저 AGI의 정의부터 짚었다. 오픈AI 쪽 기준은 낮은 편이라 이미 초입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고, 본인은 더 보수적인 데미스 허사비스의 기준을 따른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의 지식을 가진 AI가 상대성 이론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 지금 AI는 사람이 과제와 방향을 주면 사람보다 빠르게 밀어붙이지만, 방향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가가 기준이라는 것이다. 그 시점은 2030년으로 봤다.
기능, 권력, 소유
AGI 이후에 무엇이 남을지를 역사에서 찾았다고 했다. 개인이 가치를 생산하는 축은 기능과 권력과 소유, 세 가지뿐이더라는 것이다. 기능은 회사에 능력을 팔고 돈을 받는 것인데, AI가 대체하는 게 바로 이 기능이다. 사람들이 자기를 직업으로 소개하는 기능 정체성의 시대라서, 기능이 대체되니 정체성까지 흔들린다는 진단이었다.

그가 고른 것은 소유, 그중에서도 네트워크였다. 브랜드가 무엇이냐면 소비자의 마음속에 새겨진 심상이고, 브랜드를 소유한다는 건 불특정 다수의 마음속 한 공간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1차 목표가 유튜브를 중심으로 자기 미디어를 소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구독자와 깊은 신뢰 관계를 맺는 것이 미래의 가장 큰 자산이 될 거라고 봤다.
지금까지 쌓은 개발 지식을 얼마나 쓸 거냐고 물었더니 답이 시원했다. 그런 건 별로 필요 없지 않을까요. 문서화된 지식은 이제 강점이 아니고, 문서화되지 않은 체험적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섯 개 조가 각자 꺼낸 이야기
라운드테이블에서는 AGI가 왔는지, 그리고 기업의 해자가 무엇인지를 두고 여섯 개 조가 이야기를 나눴다.
내비게이션 비유가 좋았다. 예전에는 지도를 보고 자기 판단을 믿었지만 지금은 내비게이션을 자기 판단보다 더 믿는다. 아직 AI에게는 그러지 않는데, 그게 넘어가는 순간이 AGI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의사분이 계신 조에서는 의학계 내부에서도 중위권 의사보다 AI가 낫다고 보고 있으며, 결국 책임 소재를 AI에게 넘길 것이냐의 문제로 남았다고 했다. 시점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까지 나왔고, 소프트웨어가 기능을 자랑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했다.
이날 두 사람이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기술 해자가 없다는 걸 투자 무산으로 몸으로 배웠고, 다른 한 사람은 기능이 대체되는 시대에 무엇이 남는지를 역사에서 찾아 정리했다. 그런데 도착한 곳이 같았다. 둘 다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닿는 능력 이야기였다. 제품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 공간 이야기였다.
이날 공간을 후원해 준 네오사피엔스는 AI 음성 서비스 타입캐스트를 만드는 곳이다. AI 캐릭터 챗과 대화형 음성 에이전트도 운영하고 있다. 이틀 전의 요청에 바로 응답해 준 덕에 이날이 성사됐다. 감사드린다.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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