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얼트립은 어떻게 AI 네이티브 회사가 됐나: 이동건·남성필 대표님의 AX 전환기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와 AB180 남성필 대표가 Claude Bloom에서 공유한 AI 네이티브 조직 전환. 모바일 트라우마, 48시간 출시의 교훈,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이 직접 푸는 조직 설계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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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얼트립은 어떻게 AI 네이티브 회사가 됐나: 이동건·남성필 대표님의 AX 전환기
마이리얼트립은 AI로 기능을 하나 더 붙이는 대신, 실행 구조와 조직 구조 자체를 4년에 걸쳐 바꿔 AI 네이티브 회사가 됐습니다.
핵심 원칙은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이 직접 푼다"였고, 마케터가 항공권 서비스를, CEO가 출장 플랫폼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전환의 가장 큰 병목은 도구가 아니라 대표였고, 도구가 흔해질수록 오프라인의 밀도 있는 연결이 더 귀해졌습니다.

이 글은 Bloom행사에서 AB180 남성필 대표와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의 발표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영감은 사람에게서 온다

AB180 남성필 대표는 하루의 90%를 AI와 함께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적잖은 우울감을 느끼던 차에 Claude Blue 글을 보고 이 행사의 취지에 공감했다고 한다.

남성필 대표님

그가 무대에서 남긴 짧은 인사말의 핵심은 영감이었다. 어떤 일을 하려면 의지가 있어야 하고, 그 의지는 영감에서 오는데, 영감의 원천은 결국 사람과의 상호작용이라는 것이다. 남성필 대표 본인이 클로드와 코덱스를 본격적으로 쓰게 된 것도 미국에서 만난 선배 창업가 때문이었다. 팀원들과 함께 앱의 모든 것을 AI로 바꿔 나가는 모습을 보고 강한 자극을 받았고, 그게 석 달 넘게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원동력이 됐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그걸 써야겠다는 의지는 사람에게서 온다는 이야기였다.


모바일 트라우마와 48시간의 교훈

이동건 대표는 2012년, 스물일곱에 마이리얼트립을 창업했다. 아이폰을 누구보다 빨리 썼고 모바일 이해도가 높다고 자부했지만, 큰 오판을 했다고 한다. 여행은 기본 결제가 수백만 원, 가족 여행이면 천만 원을 넘는데, 그 큰 금액이 모바일에서 결제될 리 없다고 봤다. 여행은 PC에서 엑셀 켜놓고 짜는 것이라 판단해 4년 넘게 PC에 집중 투자했다.

이동건 대표님

문제는 후발 주자였다. 팀이 작아 모바일 앱밖에 못 만들던 경쟁자들이, 바로 그 이유로 모바일에 올인했고 10개월 만에 4년 된 마이리얼트립을 따라잡았다. 이동건 대표는 그때의 패착을 "대표로서의 상상력이 비루했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다음 파도가 오면 가장 파괴적이고 크게 상상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파도는 2022년 말에 왔다. GPT 3.5를 본 순간 확신했고, 발표 48시간 만에 주말에 모여 실서비스를 냈다. 성능도 보안 검토도 부족하다는 우려에 "모르겠고 그냥 나가자"고 밀어붙였다. 다음 날 9시 뉴스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런데 3, 4일이 지나자 트래픽이 썰물처럼 빠졌다. 여행은 고관여 의사결정인데, 할루시네이션이 심하던 시기에 AI 말만 듣고 일정을 다 맡기긴 무리였다. 이동건 대표의 회고는 명확했다. 기능을 하나 붙였을 뿐,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I를 쓰는 회사가 아니라 AI로 일하는 회사

그 회고 이후 방향을 틀었다. 무엇을 만드느냐보다 실행 구조와 조직 구조를 바꾸는 데 집중했고, 4년에 걸친 변화가 이어졌다. 2024년에는 모든 구성원이 AI를 다루게 만드는 교육 조직 AI 랩을 세웠고, 고객센터 자회사의 사명과 미션을 AI 혁신으로 바꿨다. 2025년에는 팀마다 한 명씩 AI 챔피언을 두어 영향력이 팀 안에서 자연스럽게 퍼지게 했다. 같은 해 iOS, 안드로이드, 백엔드, 프런트엔드로 나뉘던 직군을 하나로 합치고 디자인과 PM 타이틀도 없앴다. 모두 "프로덕트 엔지니어"라는 단일 직함으로 통합됐다.

이동건 대표가 정의하는 AI 네이티브 조직의 조건은 세 가지다. AI 없이는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 조직, 소수정예로 더 큰 임팩트를 내는 조직, 그리고 AWS 장애가 아니라 Claude 장애가 나면 멈추는 조직. 마지막 조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AWS가 멈추면 함께 멈추지만, 클로드가 멈춰야 멈추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게 진짜 AI 네이티브의 지표라는 것이다.

평가 체계도 바뀌었다. 토큰 사용량이나 접속 빈도, AI 사이드 프로젝트 개수는 더 이상 보지 않는다. 대신 공헌이익, 확정률, 전환율처럼 AI 이전에도 중요하던 핵심 지표를 AI로 얼마나 끌어올렸는지를 본다. 리터러시 단계를 넘어서면 결국 원래 중요하던 숫자로 돌아온다는 판단이다.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이 직접 푼다

가장 눈에 띈 건 실제로 돌아가는 사례 7개였다. 조건을 넣으면 최저가 항공권을 찾아주는 LuckyGlide는 코딩 경험 없는 마케팅 실장이 만들었다. 슬랙에서 대화하듯 기업 출장을 예약하고 ERP까지 연동되는 MRT Biz는 이동건 대표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었다. 커뮤니티에 쌓인 맛집 글을 AI가 큐레이션·번역·태깅해 240개 도시 2,081개 리뷰를 검색하게 한 Korean Foodies도 대표가 만들었고, 근태 솔루션은 피플팀이, 동행매칭 캘린더는 사업개발 매니저가 각각 만들었다. 전통적 개념의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 자기 업무의 문제를 직접 풀고 있었다.

이 사례들을 관통하는 원칙은 하나였다.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과 문제를 푸는 사람이 분리되면 안 된다는 것. 초기 AI 랩은 다른 팀의 요청을 대신 만들어주는 구조였는데, 결국 외주 납품과 같아졌다. HR팀이 근태 솔루션을 고쳐 달라고 하면 AI 랩이 근태 관리부터 이해해야 했고, 정책이 바뀔 때마다 다시 가져가야 하니 결국 옛 방식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AI 랩은 "대신 만들어주는 팀"에서 "직접 만들 수 있게 돕는 교육 팀"으로 바뀌었다. 인식한 사람이 못 푸는 이유가 개발을 몰라서, AI를 몰라서, 토큰 값이 비싸서라면, 그 장벽을 없애주는 게 조직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전환의 진짜 병목은 대표였다

Q&A에서 AX 전환의 병목이 뭐였냐는 질문에, 이동건 대표는 솔직하게 답했다. 대표가 병목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거꾸로 대표가 가장 열심히 하고 솔선수범하면 크게 어려울 게 없다고 했다. 많은 구성원의 실질적 고민이 결국 상위 의사결정권자를 어떻게 움직이느냐라는 점도 짚었다.

코드 신뢰 문제도 나왔다. 백엔드 엔지니어가 프런트를 맡으면서 "내 코드를 못 믿어 처음부터 리뷰하느라 더 오래 걸린다"는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이동건 대표는 플랫폼 조직의 미션을 바꿨다. 잘못된 코드가 나가는 걸 사전에 막기보다, 잘못 나갔을 때 1초 만에 복구하는 데 집중하자는 방향이다. 사전 차단이 아니라 사후 복구로 투자를 돌린 것이다.


16개 테이블이 도달한 하나의 질문

키노트 뒤에는 두 차례 라운드 테이블이 이어졌고, 각 조장이 1분씩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하네스"였다. 생각에서 실행으로 넘어가는 구간을 우리가 어디까지 점유하느냐가 프롬프트든 컨텍스트든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든 같은 출발점이라는 이야기였다.

가장 큰 반응을 얻은 건 LG생활건강에서 온 참가자의 정리였다. AI로 산출물(Output)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그것이 비즈니스 성과나 고객 행동 변화(Outcome)로 이어지는 건 별개라는 것이다. 오히려 검수 부하가 커져 자신이 "빨간 펜 선생님"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핵심 역량은 더 많이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왜 만드는지 정의하고 산출물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게 정렬하는 능력이라는 결론이었다. 이동건 대표의 "임팩트에 집중한다"와 정확히 맞닿는 지점이다.

전사 AX를 고민한 테이블에서는 도구 배포만으로 되는지 문화 형성이 필요한지, AX 전담 조직 자체가 병목이 되지는 않는지, 자동화 이후 남은 리소스로 무엇을 할지 같은 질문이 오갔다. 시니어의 재정의를 다룬 테이블에서는 직무 통합이 계속될 것이고 그 안에서 각자의 숙제는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과 창의적 해법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리벨리온에서 온 참가자의 "지금 토큰이 제일 싸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지금이 리터러시를 쌓고 역량을 키울 가장 저렴한 시기라는 뜻이다.

직군도, 조직 규모도, 우울의 색깔도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이야기는 한 곳으로 모였다. 도구의 성능보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의 본질이 뭔가"라는 질문이었다.


IRL이 중요해지는 역설

원준님이 오프닝에서 나눈 이야기가 이날의 분위기를 요약한다. 최근 서울을 찾은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조언으로 "대규모 컨퍼런스에 가지 말라"고 했다. 이미 약발 떨어진 내용이 정제되어 올라가고, 거기서의 네트워킹은 깊이가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커피숍에서 아무나 붙잡고 대화하는 편이 훨씬 인사이트풀하다고 했다. 컨퍼런스를 자주 여는 사람이 한 말이라 더 진하게 다가왔다.

실제 행사 분위기

AI가 온라인의 정보를 너무 쉽게 소화하는 시대가 되면서, 역설적으로 온라인에 없는 것의 가치가 올라간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나누고 다듬고 함께 발전시키는 일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다. 토요일 오전에 100명이 모인 이유도 결국 그 밀도 있는 연결을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이 가져갈 것

이날의 이야기를 실무 언어로 옮기면 네 가지가 남는다.

  1. 기능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 AI로 무엇을 만들지보다, 실행 구조와 조직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가 전환의 본질이다.
  2. 2. 인식한 사람이 직접 풀게 한다. 문제를 아는 사람이 스스로 풀도록, 개발·AI·비용의 장벽을 조직이 걷어준다.
  3. 3. 평가를 핵심 지표로 되돌린다. 토큰 사용량이 아니라 공헌이익·전환율 같은 원래 중요하던 숫자를 AI로 얼마나 개선했는지로 본다.
  4. 4. 대표부터 움직인다. 전환의 최대 병목은 도구가 아니라 최종 의사결정권자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AI 네이티브 조직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 이동건 대표는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AI 없이는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 조직, 소수정예로 더 큰 임팩트를 내는 조직, 그리고 AWS가 아니라 Claude 장애가 나면 멈추는 조직입니다.

Q. 마이리얼트립은 AI 활용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 토큰 사용량이나 접속 빈도가 아니라, 공헌이익·확정률·전환율처럼 원래 중요하던 핵심 지표를 AI로 얼마나 개선했는지로 평가합니다.

Q.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이 직접 푼다"는 무슨 뜻인가요?

  • 문제를 아는 사람과 푸는 사람이 분리되면 요청·납품 구조가 되어 실패합니다. 그래서 마케터가 항공권 서비스를, CEO가 출장 플랫폼을 직접 만들었고, 조직은 개발·AI·비용의 장벽을 걷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Q. AX 전환의 가장 큰 병목은 무엇인가요?

  • 대표(최종 의사결정권자)입니다. 대표가 솔선수범하면 전환은 크게 어렵지 않으며, 구성원의 실질적 고민도 상위 의사결정권자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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