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이기는 제안: 본질은 그대로, 마지막 30%는 사람이 채운다
AWS 박지훈·클라이원트 조준호·LG유플러스 윤상명이 Claude Bloom에서 나눈 AI 시대 제안·영업 전략. 정보 수집, 스윗 스팟, 사람이 채우는 마지막 30%를 정리했습니다.
AWS 박지훈 님은 부실한 정보를 넣으면 부실한 제안만 나온다며(TITO), RFP에 담긴 20~30%가 아니라 필드에서 캐낸 70~80%가 승부를 가른다고 했습니다.
클라이원트 조준호 대표는 "이기는 제안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변하는 건 복잡한 프로세스"라며, AI로 사업 자체를 재설계해야 성장한다고 했습니다.
LG유플러스 윤상명 님의 한마디는 "Trash in, Jewel out"이었습니다. 같은 정보라도 누가 어떤 아웃풋을 내느냐, 그 마지막은 사람의 몫이라는 뜻입니다.
이 글은 Bloom 행사에서 AWS 박지훈 님, 클라이원트 조준호 대표, LG유플러스 윤상명 님의 발표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정보 수집이 제안의 8할이다
AWS 제안 매니저 박지훈 님의 핵심은 하나였다. TITO, Trash In Trash Out. 부실한 정보를 넣으면 부실한 제안서밖에 나오지 않는다. 제안팀은 RFP에 적힌 내용만 아는데, RFP는 솔직하지 않다. 명문화된 문서라 고객의 진짜 속내가 담기지 않는다. 공개된 정보는 전체의 20~30퍼센트뿐이고, 나머지 70~80퍼센트는 직접 가서 물어야 한다. 그래서 영업팀이 필드에 있어야 한다. 영업 대표가 수집해오지 못한 니즈는 제안서에 단 한 줄도 담기지 못한다.

수집해야 할 정보에는 뼈대가 있다. 첫째, 이 솔루션이 고객에게 주는 경제적 가치를 구체적 수치로 증명해야 한다. 가격이 들어가면 고객은 그보다 큰 가치를 원하기 때문이다. 둘째, RFP에 쓰이지 않은 진짜 고민, 즉 숨겨진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셋째, 예산을 쥔 최종 의사결정자가 누구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 셋이 없으면 제안은 뜬구름이 된다. 반대로 실패를 부르는 '죽음의 삼각형'도 있다. 자기 자랑을 하고 싶어 고객의 페인 포인트 분석이 부족해지고, 고객 혜택 대신 공급자 기준의 기능만 나열하고, 정작 고객이 알고 싶은 정보는 빠진다.

제안서는 거의 언제나 승자독식이라 차별화가 전부다. 윈팀 설계에는 원칙이 있다. 입증된 핵심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정량적 근거로 백업하고, 경쟁사를 무력화하는 핫 버튼을 겨냥한다. 경쟁사 무력화는 그들의 강점을 "이 프로젝트에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죽이는 것이라 고스팅이라 부른다. 핫 버튼은 고객이 먼저 보여주지 않으니 정보 수집으로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고객의 페인 포인트는 누구나 이해할 한 문장으로 압축하는 게 가장 좋다. 박지훈 님의 결론은 이랬다. AI 시대엔 모두가 AI를 쓰니 제안서가 다 비슷해진다. "프로세스를 재창조하는 자가 승리한다."
AI 시대에도 이기는 제안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클라이원트 조준호 대표는 결론부터 꺼냈다. "AI 시대에도 이기는 제안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건 복잡한 프로세스다." 그는 미국에 본부를 둔 글로벌 제안 전문가 협회 APMP(회원 1만 8천여 명, 윈팀·핫 버튼 개념을 수십 년간 정립)의 한국 지부를 맡고 있다.

한때는 공포가 있었다. 우리 제품도, 나 자신도 결국 AI에게 먹히지 않을까. 그래서 질문을 뒤집었다. "AI에게 먹히지 않는 사업이 아니라, AI 때문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사업은 무엇인가." 그러자 답이 보였다. AI를 잘 쓰는 것은 이제 변별력이 아니다. 초등학생 아들도 AI로 게임을 수십 개 만든다. 프로페셔널은 AI로 사업 자체를 재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솔직한 고백도 나왔다. 올해 초 전사에 AI를 도입하고 목요일 오후를 실험 시간으로 떼어냈지만, AI 스킬이 늘어도 회사가 성장하진 않았다. 사업을 재설계해야 성장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 맥락에서 공공 입찰의 전 과정을 AI가 지원하는 Contrl을 소개했다. 7년 치 입찰 데이터에서 제안 요청서와 과업 지시서를 전부 추출해 두었기에, 담당자 검색부터 입찰 분석, 숨은 니즈와 3C 분석, 조건 체크리스트, 입찰 시뮬레이션, 제출 서류 목록까지 한 번에 나온다. 핵심은 제안 전략의 스윗 스팟이다. 고객의 니즈와 우리의 강점이 겹치면서 경쟁사는 없는 지점이다. RFP 내부 정보는 누구나 보니, 윈팀을 만들려면 RFP 밖의 정보를 넣어야 한다.
국내 B2B SaaS 시장은 최대 2조 원이지만 공공 입찰 시장은 200조 원이다. 툴을 파는 대신 고객과 함께 그 200조 시장에 들어가겠다고 방향을 바꾸자 파이 자체가 달라졌다. 가장 인상적인 건 싱가포르 사례였다. 가장 비싼 입찰가였는데, 발표 전 현장에 가보니 화장실 벽에 꺼진 디스플레이가 있었다. 사진을 찍어 "이거 저희가 연결해드리겠습니다"라고 하자 고객이 감동해 가장 비싼 옵션을 골랐다. AI가 만들어줄 수 없는 마지막 1퍼센트였다.
Trash in, Jewel out
LG유플러스 윤상명 님은 스스로를 국가대표 발표 선수라 소개했다. 두 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저자이자, 지방에서 33년을 살다 서울말을 새로 배운 사람이다. 발표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는 산 증인이라는 것이다. 그의 한마디는 "Trash in, Jewel out"이었다. 같은 정보를 줘도 누가 어떤 아웃풋을 내느냐는 인간의 영역이다.

지금은 VUCA 시대, 변동적이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애매하다. 회의 중 팀원이 AI에 한 번 물으면 전 세계 정보가 다 오니, 리더가 모든 정답을 내려줄 수 없다. 그래서 AI 시대일수록 대면 발표가 더 중요해진다. 리포트를 없애고 발표로 평가를 대체하는 교수가 나오고, 자소서는 AI로 상향 평준화됐지만 면접에서 그 수준이 안 나오는 경우가 늘었다. 책임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 자율주행이 기술 완성에도 상용화가 더딘 건 사고 책임 소재 때문인데, AI가 쓴 문서도 마찬가지다. 판단하고 책임지는 건 사람의 몫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짚었다. 발표 중 몇 초의 침묵으로 공기를 바꾸는 분위기, 손동작과 아이컨택 같은 비언어다. 정면에서 흰자위가 보이는 동물은 인간뿐이라, 어디를 보는지가 곧 눈치다. 설득에는 공식이 있다. OREO(Opinion-Reason-Example-Opinion)는 하버드에서 검증된 논리 설득 공식이고, STAR(Situation-Task-Action-Result)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풀 때 유효하다. 내용보다 구조가 전달력을 결정한다. 그는 VUCA를 인간의 언어로 다시 뒤집었다. Vision, Understanding, Clarity, Agile. 그리고 마지막 무기로 유머를 꼽았다. 유머가 곧 휴먼이며, AI 시대일수록 손글씨 같은 아날로그 휴먼 터치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했다.
파이어사이드챗에서 나온 것들
세 연사가 함께한 대화에서 실무 감각이 오갔다. 핫 버튼을 어떻게 찾느냐는 질문에 윤상명 님은 "고객의 고객"을 보라고 했다. 신한은행에 제안한다면 신한은행의 고객이 얼마나 만족할지를 끝까지 말해야 하고, 그 언어는 이미 고객사 홈페이지의 중장기 전략 보고서와 IR 자료, 경영진 인터뷰에 있다. 공공이라면 국민 편익, 주민 만족도로 언어가 달라진다.

한국과 해외의 입찰 문화 차이도 나왔다. 한국은 PPT로 제출하고 발표로 심사받으며 질문이 명확하다. 호주와 싱가포르는 엑셀로 제출하고, 백 개 넘는 질문 중 대부분이 구체적 기술·보안 항목이라 서비스명까지 적어 얼마나 정확히 조건에 맞는지를 평가한다. AI 덕에 언어 장벽은 크게 문제가 안 되지만, 나라마다 일하는 방식이 달라 문화를 모르면 결과가 안 나온다. 언어보다 일하는 방식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암묵지 이야기도 나왔다. 조준호 대표는 퇴사 3년이 지나도 전 직장에서 "그 제안서 어디 있어요"라는 전화를 받는다며, 파일은 남아도 맥락은 사라진다고 했다. 결과물만이 아니라 과정의 맥락까지 지식 베이스에 남겨야 한다. 사전 영업의 본질도 분명했다. 히든 니즈는 고객을 미리 만나야만 알 수 있고, AI는 그 과정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만날 담당자와 던질 질문을 찾아주고 그 결과를 전략에 녹이도록 돕는다.
소모임이 도달한 결론
"AI 시대에 나는 영업과 제안을 어떻게 다르게 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열 개 조가 토론했다. 공통으로 나온 말이 있었다. AI가 만들어주는 건 70점짜리 제안서이고, 마지막 30점은 사람의 몫이다. 발표자가 그 제안에 얼마나 녹아 있느냐가 결과를 가르고, 검토자의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 저연차도 AI가 있으면 고연차처럼 영업할 수 있다는, 조직 구조를 바꾸는 변화도 언급됐다.

방향도 모였다. 회사 데이터든 개인 데이터든 먼저 축적하고 도구로 잘 호출하는 것, 링크드인으로 숨은 키맨을 찾아 AI가 내놓지 못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은 스펙 중심의 거래형 제안이 많고 해외는 관계가 먼저지만, 어느 쪽이든 마지막 라스트 마일은 휴먼 터치라는 데 공감했다. 마지막 발표자의 말이 남았다. "입찰과 수주에 정석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우리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기업이 가져갈 것
이날의 이야기를 실무 언어로 옮기면 네 가지가 남는다.
- 정보 수집에 먼저 투자한다. RFP의 20~30%가 아니라, 필드에서 캐낸 숨은 니즈와 의사결정자·경제적 가치가 제안의 승부를 가른다.
- AI로 사업을 재설계한다. AI 스킬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성장하지 않는다. 반복은 AI에, 판단과 전략은 사람에게 두고 프로세스 자체를 다시 짠다.
- 스윗 스팟을 노린다. 고객의 니즈와 우리의 강점이 겹치고 경쟁사는 없는 지점을, RFP 밖의 정보로 찾아낸다.
- 마지막 30%를 사람이 채운다. 현장 감각, 발표의 분위기와 눈치, 책임지는 판단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TITO(Trash In, Trash Out)가 무슨 뜻인가요?
- 부실한 정보를 넣으면 부실한 제안서만 나온다는 뜻입니다. RFP에 담긴 정보는 20~30%뿐이고, 승부를 가르는 70~80%는 영업이 필드에서 직접 캐내야 합니다.
Q. AI 시대에 이기는 제안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 본질(고객 니즈 파악, 스윗 스팟, 최종 책임)은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는 것은 반복적이고 복잡한 프로세스이며, 이 부분을 AI로 재설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Q. 스윗 스팟은 무엇인가요?
- 고객의 니즈와 우리의 강점이 겹치면서 경쟁사는 없는 지점입니다. RFP 내부 정보는 누구나 보므로, 윈팀을 만들려면 RFP 밖의 정보를 확보해 이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Q.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역할은?
- 현장에서만 얻는 히든 니즈, 발표의 분위기와 비언어, 그리고 판단과 책임입니다. 소모임의 공통된 표현으로는 AI가 만드는 70점 뒤의 마지막 30점이 사람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