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flake, Daytrip과 Bloom
감도라는 모호한 기준을 사업으로 만든 사람과, 기업 데이터가 왜 안 풀리는지 아는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았습니다. 두 대화가 같은 곳에서 만났습니다.
이날 행사는 두 개의 아주 다른 대화로 채워졌습니다. 하나는 인스타그램에서 감도라는 모호한 기준을 사업으로 만든 사람의 이야기였고, 다른 하나는 기업 데이터가 왜 그렇게 안 풀리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세션이 같은 곳에서 만났습니다. 좋은 판단은 결국 좋은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읽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지점입니다.
행사 개요
📅 2026년 7월 28일 | 🤝 Bloom × Snowflake × DREAMPLUS × daytrip
🎤 daytrip 윤석호 대표 · Snowflake 황주연 Principal Solution 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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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도의 기준이 없었다

오프닝은 daytrip의 윤석호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한 번쯤 봤을 여행 큐레이션 페이지입니다. 서울에서 어디를 가봐야 하는지 리스트로 정리해주는 그 익숙한 포맷.
자기소개부터 남달랐습니다. 그는 자신을 포잡이라고 소개합니다. 13년째 운영 중인 비영리 토론단체, 여행 큐레이션 플랫폼 daytrip, 그리고 남편과 두 아이의 아빠.
"인간은 100퍼센트를 살 수 있고 슈퍼휴먼이 되면 120퍼센트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네 군데의 일을 한다는 건 네 곳이 각각 저의 100퍼센트를 기대한다는 뜻이거든요. 현실은 각각 25씩 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25를 30으로, 35로 만들지를 고민하며 산다고 했습니다. AI를 잘 쓰는 데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토론단체를 만든 이유도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는 토론 문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배우지도 못하고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토론이라고 하면 곧바로 말싸움으로 받아들입니다. 미국에서 체계적으로 토론을 접하며 그가 느낀 것은, 그 나라의 창의력과 확장성이 결국 내재된 토론 문화에서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가 든 예시가 뼈아픕니다. 영어 이름을 쓴다고 토론 문화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생각의 구조부터 달라져야 하는데 이름만 바꿔놓고 열린 대화를 하자고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최근 협업 사례로 UN 프로젝트를 들려줬습니다. 청년들이 자기 이야기를 UN에 전달하는 구조를 만들었는데 전 세계에서 2만 7천 명이 지원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2만 7천 개의 지원서를 다 읽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지금은 지역별, 권역별, 주제별로 카테고리화해서 AI가 처리하게 하고 그 위에서 의사결정 단계를 밟습니다. 개인의 의견이 집합적으로 하나의 결론이 되는 과정에 AI를 넣은 것입니다.
daytrip 이야기로 넘어가며 그가 먼저 분명히 한 것이 있습니다. 자신은 창업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동생이 창업자이고 지금 미국 버전을 운영하며, 자신은 한국의 고도화를 맡았습니다.
그럼 이 서비스는 무엇에서 출발했나.
"감도의 기준이 없었어요."
사람은 이게 좋다, 예쁘다, 갖고 싶다는 느낌을 분명히 갖는데 그 느낌을 구체적으로 찾을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지도 앱에서 공간을 찾고 여기가 좋은지 각자 판단하는데 기준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구는 가까운 곳, 누구는 싼 곳, 누구는 좋은 곳. 그래서 하나의 감도를 찾아보자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몇몇 크리에이터와 큐레이터가 우리만의 기준이라며 감도 높은 공간을 모으기 시작했고,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그 목록에 신뢰를 갖게 됐습니다. 그 신뢰가 사업이 됐습니다.
지금은 너무 흔해진 포맷, 흰 글씨로 갈 만한 곳 몇 곳을 정리한 카드뉴스를 처음 시작한 것이 daytrip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입니다. 성수동 핫플레이스 다섯 곳 같은 형식이 원래 인스타그램에 있던 게 아니라, 그 문화 자체를 만든 셈입니다.
광고의 70퍼센트를 거절하는 이유

팔로워는 55만 정도입니다. 더 큰 계정도 많지만 그가 늘 중요하게 여긴 건 휘발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언제든 다시 찾아볼 수 있어야 하고, 검증한 공간만 공유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선정적인 바이럴은 덜 추구했고, 수익성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부분이 있다는 것도 인정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숫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들어오는 광고의 70퍼센트 정도를 거절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조금 아쉬운 공간의 광고를 한 번 받으면 곧바로 언팔로우로 나타납니다. 광고 한 번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신뢰가 훨씬 큽니다.
그런데 감도라는 게 만든 사람은 알아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건 daytrip의 감도이고 이건 아니라는 걸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걸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무엇이 예쁜지, 어디가 좋은 공간인지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지만 우리는 느낌으로 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daytrip이 한 일은 유저들이 모두 좋다고 느끼는 공간을 나름대로 알고리즘화한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여러 요소를 판단해두고 그것들이 합쳐졌을 때 좋은 공간으로 선호된다는 걸 데이터화했지만, 딱 좋은 공간이라고 짚어내는 건 여전히 사람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표 이야기가 특히 실용적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 기준으로 첫 10분의 반응에 80퍼센트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daytrip이 핵심으로 삼는 건 좋아요가 아니라 저장입니다. 정확히는 저장과 공유입니다. 좋아요의 두 배가 공유이고 공유의 두 배가 저장이니, 좋아요의 네 배가 저장인 셈입니다. 그 기준선보다 높아지는 콘텐츠가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콘텐츠가 저장을 부르는가. 그는 이미 우리 모두의 패턴이라고 했습니다. daytrip에 올라오는 곳을 오늘이나 이번 주말에 갈 것 같지는 않다는 가설입니다. 대신 가보고 싶다, 이거 공유해서 같이 가야겠다는 행동을 끌어내는 것이 좋은 콘텐츠라는 것입니다. 목표는 하납니다. 나중에 가고 싶어질 때를 위해 기록하게 만드는 것.
에디터의 알고리즘이 데이터가 되면

가장 궁금했던 걸 물었습니다. 팀은 몇 명인가. 많을 때는 스무 명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상당한 비율로 줄었다고 했습니다. 이유가 이 행사의 주제와 정확히 겹칩니다.
AI가 없던 시절에는 에디터 개인의 알고리즘이 곧 자산이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채널을 팔로우하는지, 새로운 정보를 얼마나 빨리 캐치하는지가 경쟁력이었습니다. 모든 공간을 일일이 돌아다닐 수 없으니 여기가 빨리 올라오는구나 하는 감각을 에디터들이 알음알음 모아서 일했습니다.
그걸 이제 AI가 합니다. 데이터는 훨씬 많아졌고 훨씬 빨라졌으며 의사결정도 쉬워졌습니다. 그 재료가 무엇이냐 물으니 한 문장으로 답했습니다.
"5년 동안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해온 게 다 데이터인 거죠."
여기서 사업의 결이 하나 더 드러났습니다. 공간 광고도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사실은 트렌드 조사 자체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어디를 가는지에 대한 가장 큰 데이터는 지도 앱들이 갖고 있습니다. daytrip이 다른 지점은 모두가 쏠리는 곳과 감도 높은 곳에 대한 하이엔드 니즈를 어떻게 카테고리화하느냐입니다.
자동화의 증거를 어디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 재밌었습니다. 채널을 팔로우하는 분이라면 최근 해외 콘텐츠가 많아진 걸 느낄 거라는 것입니다. 예전엔 국내에서 수급하지 못하던 걸 이제 훨씬 쉽게 수급하게 됐고 그게 곧 전환의 증거라는 얘기입니다.
안 되는 것도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해외 유저들의 데이터 포인트는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이 뉴욕에 가서 갈 만한 공간은 예측할 수 있지만, 미국 사람이 뉴욕에서 어디를 갈지는 아직 예측하지 못합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식으로 유저 케이스를 넓혀가면 한국에 국한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세일즈가 아니라 같이 차를 타는 사람

두 번째 세션은 Snowflake의 황주연 Principal Solution Engineer와 함께했습니다.
커리어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이커머스 기업에서 IT로 시작했고, 데이터를 다루다 보니 더 큰 데이터를 만지고 싶어 하둡 쪽으로 갔습니다. 그러다 클라우드에서 하둡 생태계를 다루게 됐고, 빅데이터를 다루려면 온프레미스보다 퍼블릭 클라우드가 효율적이겠다는 판단으로 지금 회사를 선택해 4년째입니다.
솔루션 엔지니어라는 직무 설명이 이날 가장 좋은 비유였습니다. 일반적인 세일즈는 이 차가 어떤 스펙이고 얼마나 좋은지를 설명합니다. 솔루션 엔지니어는 고객과 그냥 같이 차를 탑니다. 같이 타면서 깜빡이는 이렇게 넣고 주차는 이렇게 한다고 설명하며 함께 운전합니다. 차가 자꾸 오른쪽으로만 우회전한다면 일부러 오른쪽 바퀴 바람을 빼서 우회전이 잘 되도록 튜닝 가이드를 주는 식입니다.
작년 대비 매출이 얼마나 늘었나요

본론은 이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정의부터 여러 갈래입니다. 지금이 7월이니 작년이라는 게 1월부터 7월인지, 작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인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정의가 달라지면 리포트의 답도 달라집니다. 매출만 해도 세금이 포함됐는지 반품이 포함됐는지가 헷갈립니다. 게다가 팀마다 자기에게 유리한 지표를 만들려다 보니 팀 사이에서 답이 또 달라집니다.
그가 정리한 기업 데이터의 어려움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데이터가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둘째, 찾아도 그 데이터의 정의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셋째, 데이터끼리 어떤 관계인지 모릅니다.
전체 구조를 그가 정리한 순서는 이랬습니다. 질문이 들어오면 먼저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그 데이터를 정의하는 카탈로그가 있어야 하며, 각 데이터의 정의와 데이터 간 관계가 구성된 컨텍스트가 있어야 합니다. 그 컨텍스트가 에이전트에 효과적으로 적용됐을 때 비로소 원하는 답이 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문장이 이 세션의 결론이었습니다. 엔터프라이즈 AI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성이라는 것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AI를 먼저 구축해야 그 위에서 매출이 떨어졌을 때 원인 분석을 요청하고 미래 수요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순서는 명확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AI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비즈니스 로직을 얹는 것입니다.
가장 찾기 어려운 건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이다

세 가지 문제 중 실제로 가장 큰 게 무엇이고, 그게 기술의 문제인지 사람과 문화의 문제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사람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일 찾기 어려운 건 데이터가 아니라 컨텍스트 자체라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가진 의미를 찾는 게 어려운데, 이게 왜 사람의 문제인가 하면 누가 그걸 알고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대부분 4~5년이면 퇴사하다 보니 시스템의 80퍼센트가 레거시가 됩니다.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장내에서 웃음이 터졌는데, 아마 많은 분들이 자기 회사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AI로 매출 올리고 싶다는 말은 로또 번호를 찍어달라는 말과 같다

전사 AI 전환을 하고 싶은 기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답이 예상을 뒤집었습니다.
데이터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대라는 것입니다. AI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목표가 없으면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목표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AI로 매출을 올리고 싶다는 말은 로또 번호를 찍어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Bloom 밋업을 하며 한국의 AI 도입률이 높아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거점을 한국에 두는 흐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답도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회사가 AI를 한 번씩 도입하라는 지시나 목표를 갖고 있고 실제로 써보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AI에 대한 공포나 거부보다는 AI로 성과를 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도전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신뢰할 수 있느냐, 비윤리적이지 않으냐 같은 이야기로 보수적인 곳이 여전히 많다는 걸 생각하면 분명한 차입니다.
스포트라이트는 현업이 받고 일은 IT가 한다

만들어놓고 아무도 안 쓰는 시스템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여기서 조직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AI를 위해서는 두 조직의 도움이 다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아이디어는 현업에서 나오는데 그걸 구체화할 방법을 모르고, 현업이 직접 구현하려 해도 데이터를 쓰는 엔터프라이즈 AI라 개인 PC에 설치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인프라 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인프라 팀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게 다 자기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가 짚은 구조적 문제가 이 대목의 핵심이었습니다. 스포트라이트는 현업이 받고 일은 IT가 하게 되는 구조에서는 좋은 결론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협업으로 성과를 만들고, 성과가 나왔을 때 그 열매를 다시 나눌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청중 질문도 정확히 이 지점을 찔렀습니다. 현업에서 AI를 도입해 쓰고 있는데 회사는 적극 활용하라고 독촉하면서 보안 쪽에서는 별도의 검토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늘 주지시킨다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려 들수록 이 두 요구가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방 안의 여러 분들이 고개를 끄덕인 걸 보면 다들 겪고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8월 27일, 코엑스에서
8월 27일 코엑스에서 열린 Snowflake의 연례 행사 World Tour에 국내 대표 커뮤니티 여섯 곳과 함께 Bloom도 부스로 초대받았습니다. 이 기회를 커뮤니티 멤버분들께 돌려드리기 위해 부스에서 매시간 파이어사이드 세션을 열었고, 무대 하나는 커뮤니티의 17세 창업가 멤버에게 돌려드렸습니다.
그날의 이야기는 별도 후기로 남겼습니다: 여러분이 다음에 만드실 도구가, 저희한테는 교과서입니다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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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은 사람과 기술이 만나는 오프라인 자리를 만듭니다. 다음 행사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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