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콰이어 투자 1조 유니콘, 미국인 친구의 스토리
유치원도 초등학교도 다닌 적이 없습니다. 테네시 시골에서 위키피디아와 책으로 독학했고, 열네 살에 만든 것이 바이럴이 됐습니다.
평생 학교를 다닌 적이 없습니다. 유치원도, 초등학교도, 고등학교도.
서울에서 만난 실리콘밸리
2015년 역삼의 한 건물 지하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를 도운 적이 있다. 풀 영어로 진행됐고 미국식으로 맥주와 바비큐가 서빙됐다. 외국인도 유독 많았다.
그 자리에서 Teddy Cross를 처음 만났다. 그는 10대 후반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온 친구를 서울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금방 친해졌다.
이후 한 애드테크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게 됐는데 거기에 Teddy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렇게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가 됐다.
그사이 그는 Playco를 창업했다. 2020년에 세워져 세쿼이아가 공동 주도한 대형 시리즈 A를 유치했고, 누적 투자와 기업가치 모두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인스턴트 게임 시장이 가장 큰 미국과 일본을 주로 오가지만 오랫동안 한국에 살았던 인연으로 서울에도 자주 온다.
너무 오래 알다 보니 일 이야기보다 개인적인 대화가 많았고, 오히려 그게 깊은 이야기를 늦게 듣게 된 이유였다.
학교를 한 번도 안 간 사람
Teddy는 평생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유치원도, 초등학교도, 고등학교도. 미국은 주마다 홈스쿨링 법이 다른데 그가 자란 테네시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주였다.
고향은 테네시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할 게 없었다고 했다. 친구도 많지 않았다. 어머니가 교사 출신이라 직접 가르쳤고, 아버지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했다. 집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해 나중에 50명 규모까지 키운 창업자였다. 코딩하는 아버지 옆에서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친해졌다.
독학의 도구는 위키피디아와 책이었다.
"지금 챗GPT가 있었다면 얼마나 더 많이 배웠을까요."
관심 있는 것만 배우고 없는 건 안 배웠다. 그게 살짝 문제이기도 하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제일 좋아한 과목은 과학과 공학이었다.
어릴 때부터 발명가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이 의사나 소방관을 꿈꿀 때였다. 레고로 뭔가를 만들고, 코딩으로 게임을 만들고, 지금 회사를 만드는 것까지. 돌아보면 전부 만드는 일의 연장선이었다.
학교가 없으니 동생 셋을 돌보고 빨래를 혼자 했다. 열 살 때부터였다. 열다섯에 첫 아르바이트로 동네 수영장에서 안전요원을 했다. 수영 팀에서 8년을 했으니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열네 살의 바이럴
코딩을 처음 시작한 것은 로봇 대회였다. 2007년, 친구들을 모아 팀을 직접 꾸렸다. 레고 로봇을 조립하고 코딩했다.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케이팝을 보다가였다. 그 인연이 결국 한국으로 이어졌고, 리크루팅을 통해 한국에 오게 됐다.
AI를 기술로 본 사람
인상 깊은 이야기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AI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AI가 나왔을 때 비즈니스 트렌드가 아니라 기술로 봤다. 챗GPT가 나오자마자 세상을 바꿀 기술임을 직감했고, 아직 부족하던 시절에도 바로 쓰기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글쓰기였다. 모든 일을 AI에게 맡기려 하지만 글쓰기만큼은 절대 안 맡긴다고 했다.
"글쓰기는 사고를 표현하는 유일한 수단이고, 그 수단까지 컴퓨터에 넘기면 사고 자체가 퇴화합니다."
인간다움이 퇴화하는 것은 인류에게 득이 없다는 말이 남았다.
AI가 나오고 나서 글쓰기의 가치가 폄하되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글쓰기가 결과물이 아니라 사고와 정체성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니 태도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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