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 커뮤니티 첫 대규모 행사
200평 야외 카페를 빌려 300명을 모았습니다. GPU가 왜 해자가 되는지, 그리고 조선인이 디제잉하는 영상이 왜 해외에서 먼저 터졌는지.
GPU는 많이 살수록 더 많이 번다는 젠슨 황의 말처럼, GPU 확보 자체가 AI 시대의 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HBM 메모리라는 병목을 쥐고 있는 한국은, 그 지위를 지렛대 삼아 GPU를 확보할 수 있는 드문 위치에 서 있습니다.
조선인이 디제잉을 하는 영상에 반응한 것은 한국이 아니라 해외였습니다. 우리에게 올드한 것이 밖에서는 힙한 것이 됩니다.
행사 개요
📅 2026년 6월 19일 | 🤝 Bloom × VESSL AI × WOOMUL × takitani.lab × Meta Comedy
🎤 VESSL AI 안재만 대표 · takitani.lab 고민성 · 메타코미디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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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House, Deep Learning
실내 강의실을 벗어나 200평 규모의 야외 카페를 대관했다. 콘셉트는 'Deep House, Deep Learning'. 딥하우스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딥러닝을 이야기하는, 세미나와 파티를 섞은 여름밤이었다. 신청은 640여 명이 해주셨고 그중 300명을 모셨다.

직무를 나눠보니 엔지니어가 52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기획과 마케팅, 디자이너, 영업과 사업개발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 빅테크부터 국내 대기업, AI와 반도체, 게임과 블록체인, 금융과 물류, 컨설팅과 로펌, 엔터테인먼트와 리테일까지 소속의 스펙트럼도 넓었다. 공간 곳곳에는 GPU 크레딧과 한정판 티셔츠, 다음 행사 우선 참여권을 숨긴 보물찾기를 깔았고, 팔찌 번호로 진행하는 럭키드로우도 준비했다.

어머니의 병, 그리고 AI 인프라로
첫 번째 파이어사이드의 주인공은 이날의 후원사이기도 한 VESSL AI의 안재만 대표였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와 수학을 공부하고 왓챠와 쿠키런 등을 거쳤다. 쿠키런에서는 AWS가 막 등장하던 시절 게임 인프라를 맡아, 천만 명에서 1억 명이 쓰는 인프라를 총괄했다.
게임도 잘 되고 있던 어느 날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았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게임을 만드는 일은 그 문제를 풀어주지 않았다. 두 가지 선택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하나는 의대에 가서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 10년이 걸릴 일이었다. 다른 하나는 AI라면 풀 수 있겠다는 것. 그래서 의료 AI 회사로 옮겼다.

그런데 의료 AI에서 직접 문제를 푸는 일은 너무 어려웠다. 생각이 옮겨갔다. 이 문제를 푸는 전 세계의 AI 연구자들을 더 빠르게 만들면, 해결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병목은 AI 인프라에 있었고, 그 인프라를 더 잘 쓰게 하자는 생각으로 창업했다. 6년 전이다.
VESSL은 배를 뜻한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지었다는데 돌이켜 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스타트업은 항해와 비슷하다. 목적지는 보이지 않지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는 알겠고, 일단 그 방향으로 가보는 것. 기술적으로도 클라우드라는 배 위에 AI 학습 컨테이너가 올라가니 그 배를 띄운다는 뜻이기도 했다.
GPU가 곧 해자다
VESSL AI는 오래 MLOps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에는 GPU 클라우드, 네오 클라우드로 불린다. 그 전환의 배경을 물었다.
시작은 MLOps였다. 의료 AI 회사 시절, GPU 서버를 사놓고도 누가 언제 쓸지를 엑셀로 관리하는 걸 보고 이걸 관리해주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우리는 GPU도 없는데 GPU 관리 소프트웨어를 왜 사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러면 저희가 GPU를 드릴게요"라고 한 것이 지금의 시작이었다. 이후 스캐터랩, 업스테이지, 투모로로보틱스 같은 AI 스타트업들이 VESSL AI의 GPU 클라우드를 쓰기 시작했다.

어떤 기업에 GPU가 필요한가. 자체 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곳들이다. LLM뿐 아니라 피지컬 AI나 이미지, 사운드, 비디오를 학습하는 곳들. 또 상용 LLM을 쓰다가 토큰 비용이 연 억 단위로 치솟으면 그때부터 직접 GPU를 사서 돌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특히 에이전트 AI는 하루 종일 돌아가며 토큰을 대량으로 쓴다.
GPU가 없으면 자기 데이터로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결국 상용 LLM을 쓰는 선에서 그치며 비용은 계속 불어난다.
"젠슨 황도 말했지만 GPU는 많이 살수록 더 많이 법니다. 많이 살수록 모델을 더 잘 만들고, 그걸로 더 큰 해자를 확보하고, 비즈니스가 더 잘 되거든요."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지금은 전 세계가 GPU 품귀다. AWS도 구글도 마이크로소프트도 GPU를 구하기 어렵고 고사양 블랙웰은 더 그렇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한국의 기회가 있다고 했다. GPU 공급의 가장 큰 병목이 HBM 메모리이고, 한국은 그 지위를 활용해 GPU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도 이제 한국에 GPU를 안 줄 수가 없어요."
이 속도라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GPU를 확보해 AI 인프라의 중심지가 되어갈 거라고 봤다.
VESSL AI의 접근은 대형 클라우드와 반대다. 대형 클라우드에서 GPU를 쓰려면 보통 연 단위로 억대를 내야 한다. VESSL은 후발주자인 만큼 GPU 한 장도 초 단위, 시간 단위로 빌려준다. 커피 한 잔 값으로 LLM을 파인튜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큰 기업만이 아니라 소규모 연구자들이 잘 쓰게 하겠다는 방향은, 더 많은 AI 연구자가 더 빠르게 문제를 풀게 하고 싶다는 창업 동기와 그대로 이어진다.
GPU 수요가 폭증하는 이유로는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에이전트 AI다. 예전엔 질문 하나에 답 하나로 끝났는데 이제는 AI에게 일을 시키니 하루 종일 돌아가며 한 사람이 쓰는 토큰이 몇백, 몇천 배가 된다. 둘째는 피지컬 AI다. 로봇이 사람의 행동을 대체하는데 시각과 청각과 촉각까지 모달리티가 다양하고 현실에서 데이터를 다 모으기 어려우니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월드 모델까지 학습한다. 셋째는 소버린 AI다. 각 국가가 자국 모델을 가지려 하니 GPU 수요가 동시에 몰린다.
6년의 항해에 데스밸리는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항상 있죠"라고 답했다. 매 투자 라운드마다 3일 뒤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끝나는 상황이었고, 돈을 넣어둔 실리콘밸리 은행이 파산해 예금이 사라진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럴 때 어떻게 마음을 잡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담백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러니까 어쩔 수 없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이런 식으로 가요."
올해 초 100장이던 GPU는 지금 5천 장, 연말엔 1만 장, 내년엔 5만 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5년 뒤 목표는 글로벌 톱3 네오 클라우드이고, 내후년까지 GPU 20만 장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다. GPU 한 장이 1억 원이니 1만 장이면 1조, 20만 장이면 20조가 필요하다. "그 20조를 어떻게 구할 거냐, 그게 요즘 모든 네오 클라우드의 고민입니다." 마지막으로 빌더들에게 한마디를 청하자, 인사이트는 주로 미국에서 얻는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의 갭이 한두 달인데 AI 시대의 한두 달은 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은 미국에 간다고 했다.
조선인이 디제잉을 한다
두 번째 파이어사이드의 주인공은 인스타그램에서 AI 콘텐츠로 화제인 takitani.lab의 고민성 님이었다. 그날 행사장 곳곳의 대형 현수막과 포스터도 그의 작품이었다.

원래 그는 영상과 시나리오를 하던 사람이다. 시나리오는 서사 중심이지만 AI를 쓰면 스토리보다 비주얼에 더 집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싶은 막연한 상상을 만들어보고 싶어 시작했다.
왜 하필 조선이었을까. 취미로 디제잉을 하는데, 그냥 디제잉은 보기에 재미가 없으니 어떤 상황의 디제이면 재밌을까 고민하다가 디제잉이라는 행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대상을 찾았고, 그게 조선이었다. 처음부터 조선만 한 것은 아니다. 여러 비주얼을 시도하다가 조선인 디제잉이 크게 바이럴이 되면서 밀고 나갔다.
그가 세운 공식은 단순하다. 인물(조선인)과 행위(디제잉)는 고정하고, 그것이 놓일 장소만 계속 바꾼다. 조선과 디제잉이 시각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이 많아 사람들이 더 집중해서 본다는 것이다.
워크플로우도 진화했다. 세 달 전 초반에는 15초짜리 영상 하나에 여섯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두 시간이면 만든다.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으로 바꾸고, 어울리는 음악을 붙인다. 음악은 릴스 특성상 긴박감이 중요해 멜로디보다 비트 중심으로, 브레이크비트나 드럼앤베이스를 주로 쓴다.

흥미로운 것은 팔로워 3만 3천 명의 국적 비중이었다. 한국이 30퍼센트 안쪽이고 70퍼센트 이상이 해외, 특히 미국과 독일, 프랑스, 스페인이었다. 조선이 익숙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해외에서 반응이 왔다.
"우리에겐 올드해 보이는 한국의 이미지가 외국 분들에겐 힙하고 트렌디한 전통미로 보이는 것 같아요."
기술 트렌드를 좇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이 있었다. 새 영상 모델이 나왔다고 거기 맞춰 콘텐츠를 만들면 그 기술이 낡는 순간 콘텐츠도 낡고 더는 그 영상을 만들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저는 기술을 좇기보다,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구현해낼 수 있는 기술을 나중에 사는 편이에요." AI 시대에 인간이 설 자리를 묻자 이론과 논리는 AI가 더 잘하겠지만 그에 반하는 인간의 감각만큼은 아직 인간의 몫이라고 했다. AI는 도구이고, 펜에서 붓으로, 만년필에서 필름으로, 컴퓨터로 이어진 도구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한 디자이너가 차별점을 물었다.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무엇으로 살아남느냐고. 누군가는 AI로 만든 것을 'AI 슬롭'이라 부르며 폄하하지만, 그는 자신의 공식을 다시 꺼냈다.
"조선인이 디제잉을 하는데 공룡 앞에 있다는 건 어디에도 없잖아요. 사람들에게 팔리는 건 없던 데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코미디와 럭키드로우, 그리고 긴 밤
두 번의 파이어사이드 사이사이, 그리고 그 뒤로도 조별 네트워킹이 길게 이어졌다. 메타코미디 김태현 님의 AI 스탠드업 코미디로 분위기가 한 번 더 달아올랐고, 럭키드로우에서 500달러어치 GPU 크레딧의 주인공이 나왔다. 곳곳에 숨긴 보물찾기를 뒤지는 사람들, takitani.lab과 DJ 팀이 깔아주는 비트, Bloom 칵테일이 오가는 공간. 세미나와 파티의 경계가 흐려진 네 시간짜리 여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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