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세일즈맨이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여러 세일즈 종사자와 이야기하다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AI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27년차 프리세일즈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왜 두려워하지 않는가
여러 세일즈 종사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들은 AI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I가 기존 업무를 보조해주는 것은 분명하고,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도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세일즈의 본질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질적으로 비이성적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능력 중 하나는 상대의 표정에서 감정과 생각을 읽어내는 힘이다. 중요한 면접이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이유, 굵직한 협상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직접 찾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공간에서 상대의 몸짓과 뉘앙스를 포착하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협상의 기술이 펼쳐진다.
주도권은 사람이 쥔다
사소한 판단은 AI에 맡길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AI가 더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더라도, 결정의 주체가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회사에서 최종 결재를 하는 자리에 있다면, 다른 사람이 이미 검토했더라도 직접 보고받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남이 틀렸을까봐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최종 의사결정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규모의 계약은 사람의 손을 탄다. 그리고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은 이 지점을 귀신같이 포착한다.
구매 여정은 바뀌지 않는다
최종일 님은 고객이 무언가를 사기까지의 여정을 네 단계로 설명한다. 인식, 고려, 평가, 구매다. 어떤 산업이든 어떤 시대든 이 흐름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인식 단계는 고객이 막연하게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시점이다. 이때 영업이 할 일은 그 감각을 명확한 문제로 정의해주는 것이다.
고려 단계에서는 고객이 해결 방향을 찾는다.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이 단계에서 유용한 것은 추진 방향을 같이 설계해주는 것이다.
평가 단계에서 고객은 이미 후보를 좁혀놓고 기준을 찾는다.
구매 직전에는 선정이 끝났어도 이 솔루션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는가라는 리스크가 남는다.
단계별로 고객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르다. 영업이 엉뚱한 단계에 맞는 이야기를 하면 아무리 잘해도 와닿지 않는다.
고객은 60퍼센트를 정하고 온다
AI가 바꾸는 것은 각 단계에서 고객이 정보를 얻는 방식이다.
고객이 먼저 AI에게 물어보면서 인식과 고려 단계가 압축된다. 경쟁사 비교표를 만들어 들고 오는 고객도 있다. 최종일 님은 이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고객이 약 60퍼센트를 결정한 뒤에야 벤더를 부르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대응 방향은 두 가지다. AI 검색에 자사 정보가 걸리도록 콘텐츠를 설계하는 것, 그리고 고객이 들고 온 초기 문제 정의 자체를 다시 짚어보는 것이다. AI가 제공한 단편적 정보에는 오류가 많고,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리세일즈가 주목받는 이유
프리세일즈라는 직군이 이 변화에서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영업이 하자고 하면 기술팀이 따라가는 구조였다. 지금은 프리세일즈가 딜을 초기 단계에서 걸러내는 권한을 갖는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딜, 예산이 맞지 않는 딜을 영업보다 먼저 판단하는 것이다.
기술과 세일즈를 동시에 아우르는 포지션이 그래서 독특한 경쟁력을 갖는다. 개발자 출신으로 영업에 매료되어 분야를 전환한 사례도 이 흐름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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