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창작의 기쁨을 돌려줬다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뉴욕과 보스턴에서,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같은 기술인데 각자에게 의미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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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 행사 현장

유전자를 편집하는 AI

보스턴의 한 생명과학 연구소에서 바이오 연구용 AI 도구를 만드는 연구자를 만났는데, 유전자 편집 기술 관련 논문도 발표했고 생명과학과 인공지능의 교차점에서 매일을 보내는 사람입니다.

바이오 분야에서 AI의 가능성을 물었더니 단호했습니다.

"생명과학은 아직 30퍼센트 정도밖에 이해되지 않은 분야예요."

소프트웨어에서는 남은 기회가 얼마나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바이오와 우주야말로 AI로 연구개발에 박차가 가해질 분야라고 봤고, 인간이 탐구해야 할 영역이 무수히 남아 있어 할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는 곧 새로운 바이오 AI 회사로 옮길 예정이라고 했는데, 아직 인류에게 남은 난치병을 고치기 위해 직접 모델까지 만드는 곳입니다.

퇴근 후에는 예측 시장 봇을 만든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의 사이드 프로젝트였는데, 예측 시장 플랫폼의 배팅 봇을 만들고 있었으니 본업은 바이오 AI 연구이면서 퇴근 후에는 금융 예측 봇을 코딩하는 연구자인 셈입니다.

이 조합이 가능해진 이유는 하나인데, 코딩 속도가 체감상 세 배는 빨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는 순수한 개발자가 아니라 연구자 출신이어서 도메인 지식과 분석력은 있지만 코딩이 본업은 아니었는데, 그런 사람이 지금은 혼자서 작동하는 봇을 만듭니다. 데이터를 읽고 가설을 세우는 능력이 있었고, 도구가 그 능력을 실제 코드로 옮기는 다리 역할을 해준 셈입니다.

단순노동 외주팀이 사라지고 있다

뉴욕의 글로벌 금융 데이터 회사에서 데이터 엔지니어 팀 리드로 일하는 10년차를 만났는데, 광고 회사에서 시작해 시니어 분석가로 합류했고 이후 엔지니어로 전환해 팀 리드까지 올라간 사람입니다.

금융은 보수적이라 보안 규정이 엄격해 외부 AI 도구 도입이 늦었지만, 일단 쓰기 시작하니 변화는 빨랐습니다. 특히 매니저로서의 삶이 달라져서 팀원 작업을 요약하고 문서화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금융 회사는 자체 모델을 만드는데, 데이터가 수십 년 쌓아온 노하우라 외부 도구에 의존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융 데이터는 구조가 복잡하고 정확도 기준이 높아 범용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외주팀에 관한 것이었는데, 금융 데이터는 생각보다 비정형이고 불친절하게 공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일일이 수기로 읽어 추출하고 옮기는 작업이 필요했고, 그 일이 해외 외주팀으로 나갔습니다.

한꺼번에 없어진 것이 아니라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으니 사라지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했고, AI가 처리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물량이 줄었고 계약 규모도 자연스럽게 축소됐습니다.

금융은 여전히 엑셀 기반 문화가 강하지만, 그 엑셀 안에서 일어나는 작업의 주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팁 계산도, 리스 계약서도

가장 웃겼던 대목은 일상 이야기로, 뉴욕 사람들은 레스토랑에서 팁을 계산할 때도 계산기가 아니라 챗봇을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본인도 최근 아파트 리스 계약서를 넣어 검토했다고 했는데, 뉴욕의 리스 계약서는 수십 페이지에 법률 용어가 가득합니다. 예전에는 그냥 믿고 서명하거나 비싼 돈을 주고 변호사에게 맡겼을 텐데, 지금은 핵심 조항을 요약해주고 주의할 부분을 짚어줍니다.

"변호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뭘 물어봐야 하는지는 알게 돼요."

개인 돈으로 월 500달러

미국 빅테크 R&D 조직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경력 10년인데,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AI 도구를 제공하지 않는데도 매달 500달러를 개인 돈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더니 다시 만드는 일이 즐거워졌기 때문이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10년 차의 루틴에서 빠져나와 다시 밤새 무언가를 다듬고 싶어지는 기쁨이었는데, 같은 기술인데도 연구자에게는 속도를 바꾸는 도구였고 매니저에게는 팀 구조를 재편하는 힘이었고 디자이너에게는 잃어버렸던 창작의 기쁨을 되돌려준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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