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파운더가 창업을 택한 이유
정재호 오르카스튜디오 대표가 5년 동안 검증한 원칙, 고객사가 독점 못 하는 시장을 고르고 사장님의 옛 꿈을 자극하라는 것입니다.
🎙️ 아이팟캐스트 EP.04
🎤 정재호, 오르카스튜디오 대표
지난주 정재호 대표님과 커피챗을 하다가 AX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장을 고르는 기준부터 레거시 산업 사장님을 설득하는 방식까지, 5년 차 파운더가 몸으로 부딪히며 정리해 온 문장들이라 오래 남았습니다.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를 먼저 적어보려 합니다.
1/ 우리 고객사가 독점할 수 있는 시장은 피하라
예를 들어 우리 고객사가 렌터카 회사라고 해볼게요. 우리가 AX를 잘해서 매출과 운영 성과를 끝까지 끌어올려도, 그 회사가 내년에 몇백 배 성장하진 못합니다. 차를 갑자기 몇백 배 더 사거나 땅을 몇백 배 더 살 순 없으니까요. 숙박업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리 잘해도 혼자 시장을 다 먹어버릴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좋습니다. 성과가 나면 고객사와 계속 함께 갈 수 있고, 무엇보다 그 회사에서 만든 성공 공식을 같은 도메인의 다른 회사에 그대로 복붙해서 확장할 수 있어요.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손해라는 FOMO도 자연스럽게 생기고요.
반대로 지능 싸움으로 승부가 나는 산업이라면요? 예를 들어 로펌이요. 우리가 미친 듯이 도와서 그 로펌이 국내 1등이 되고, 그 때문에 경쟁 로펌들이 다 무너진다면 그건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남은 고객사는 딱 하나고, 우리는 철저한 을이 되니까요. 관계야 이어갈 수 있겠지만,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서 을의 처지는 너무 비참합니다.
같은 제조업 안에서도 결이 조금씩 다릅니다. 생산을 늘리기가 비교적 유연한 시장, 예를 들어 화장품이나 김 같은 곳은 오히려 로펌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1위가 시장을 독식할 수 있는 구조니까요. 물론 1등 하기가 그렇게 쉽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2/ 사장님의 어릴 적 꿈을 건드려라
레거시 산업 사장님들은 생각보다 수십 년 동고동락한 직원들과의 유대감이 끈끈합니다. 거의 가족이죠. 그런데 월 몇백, 몇천 아끼자고 AX를 하자는 건 사장님 입장에선 가족을 잘라내라는 얘기입니다. 그 돈 아끼자고 평생 함께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는 건 너무 마음 아픈 일이죠.
그래서 차라리 사장님의 어릴 적 꿈을 건드려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장님, 지금 사업은 AI로 손이 덜 가게 만들어두고, 예전에 못다 한 꿈을 새로 펼쳐보시면 어떠세요?” 새 사업에는 얽힌 이해관계가 없고, 이미 잘 돌아가는 본업도 있으니 지갑을 열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저한테는 꽤 새로운 사고방식이었고, 한 번 직접 시험해보고 싶은 문장이었습니다.
그 커피챗이 너무 좋아서 주말이 끝나자마자 월요일에 다시 뵈었습니다. Bloom 팟캐스트 네 번째 게스트인 오르카스튜디오(ORCAR Studio) 정재호 대표님은 외국인에게 렌터카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메인으로 하면서, 그 과정에서 쌓인 상담과 신원 확인, 결제 노하우를 렌터카 회사들에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위의 두 가지가 어디서 나온 생각인지, 그리고 그 앞에 어떤 5년이 있었는지를 카메라 앞에서 다시 물었습니다.
외로워서 창업했습니다
창업 동기가 뭐였냐고 물었더니 스스로 내린 결론이 두 가지라면서 그중 하나로 외로움을 꼽으셨는데, 근본적으로 악하지 않고 대화하면 즐겁고 서로 발전할 수 있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군대를 가기 전까지 제가 약간 너무 쓰레기처럼 살았어가지고. 한 달에 한 150만 원을 PC방에서 쓰기도 하고.
24시간 동안 게임을 하면서 밥까지 먹으면 그 정도를 쓸 수 있다고 웃으며 덧붙이셨는데, 그 시기에 주변 사람들에 비해 너무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면서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가져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떠올린 답이 창업이었습니다. 창업을 하면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하고, 단순한 친구 이상의 관계가 되니까요.
아이템은 처음부터 렌터카였는데, 가족이 거의 30년 전에 제주도에서 렌터카 사업을 시작하셔서 그걸 보며 자랐고, 전역 후 코로나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제주에서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에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이 분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고 합니다. 그럼 부모님과 경쟁사가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고객사”라는 답이 바로 나왔습니다.
제주에 내려가 일주일 만에 본 것
렌터카 회사에 ERP부터 자사몰, CRM, 차량 데이터 분석, 중고차 판매까지 운영에 필요한 거의 모든 걸 제공해 왔는데, 어느 순간 답답해졌다고 합니다. 기술로 아무리 좋은 걸 만들어도 렌터카 회사라는 조직이 잘 바뀌지 않았고, 기술로 풀 수 있는 부분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그때가 작년 봄, Y Combinator에서 AI 네이티브 컴퍼니를 만들어 중개업을 멸종시키라는 이야기가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팀 전체가 제주도로 내려가 렌터카 100대를 월 1억에 빌려서 직접 운영했습니다. 매출이 그보다 잘 나오면 남기고, 못 나오면 손해를 보는 구조였습니다.
막상 가서 해보니까 진짜 뭐 AI고 별로 할 게 없더라고요. 한국인 대상으로는요.
한국 손님들은 인터넷에 정보가 너무 많고 경험도 이미 쌓여 있어서 딱히 도움이 필요 없었고 불편해하는 지점도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내려간 지 일주일 만에, 외국인들이 차를 빌리러 왔다가 그냥 쫓겨나고 있는 장면을 봤습니다.
현장에 영어나 중국어가 되는 직원이 없었고, 외국인들은 웹사이트에서 번역기를 켜고 어떻게든 예약을 하고 온 상태였습니다. 어떤 국제운전면허증이 허용되는지도 서로 몰랐고, 렌터카 회사 입장에서는 사고가 나면 상담이 안 되고 나중에 과태료가 날아와도 결제를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한 건 받았다가 손해를 볼까 봐 아예 예약을 안 받아버린 겁니다.
그래서 아주 극소수의 회사만 외국인에게 차를 공급했고, 가격은 한국인보다 5배에서 10배까지 벌어져 있었습니다. 제주도 비수기에 하루 2만 원이면 빌리는 차를, 외국인은 모닝 한 대에 10만 원에서 25만 원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날 바로 페이스북 그룹에 “렌터카 예약을 대신 해줄 사람이 필요하냐”고 올렸더니 연락이 5건 왔고, 그걸 보고 이 사업은 된다고 판단하셨습니다.
고객사의 리스크를 제로로 만들고 들어갔습니다
외국인을 안 받던 회사 입장에서 외국인을 받는다는 건 사업 확장입니다. 공부할 것도 많고, 감수할 리스크도 많고, 초기 수요 확보도 어렵습니다. 그중에서 시작을 가장 망설이게 하는 건 리스크였습니다. 외국어가 되는 직원을 채용하려면 한 달에 기본 1,000만 원이 들고, 사고나 과태료에 대비한 시스템도 구축해야 합니다. 그 투자를 먼저 하고 들어갔다가 수요가 없으면 일 년에 몇 억이 그냥 날아갑니다.
그래서 고객사가 아무것도 먼저 걸지 않아도 되도록 제안을 뒤집었습니다.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먼저 몸으로 때우겠다. 고객이 오면 우리가 다 응대하고 신원 확인해서 보내겠다. 사고가 나면 우리 회사가 돈을 내겠다.” 거의 보험사처럼 들어간 거냐고 묻자, 그렇다고 하시면서 고객사 입장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인건비만으로도 손해였지만 예약이 한 건씩 들어올 때마다 계산이 되니까 충분히 이익이 남는 구조라는 게 보였고, 그 뒤로 쭉 밀어왔다고 합니다. 지금 외국인 시장에서 오르카스튜디오의 위치는 “대기업 이상의 서비스를 대기업보다 저렴한 가격에 받는 자리”이고, 싱가포르 쪽에서 특히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새벽 두 시에 자고 여섯 시에 출근했습니다
AI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썼냐고 물었더니 올해 초까지만 해도 AI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는 답이 먼저 나왔습니다. 1년 반쯤 전에는 런웨이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 매출을 못 만들면 다 없어지는 상황이었고 “하루에 1만 원, 2만 원을 어떻게 더 벌까”만 매일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매출을 올리는 데 AI가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외국인을 응대한다”는 영역의 운영 부담이 엄청났습니다. 10명이 아침 6시에 눈을 떠서 밤 10시까지 운영을 하고, 시차 때문에 새벽에도 응대해야 했고, 밤에는 제품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새벽 두세 시에 자고 다시 6시에 출근하는 생활이었습니다.
작년 여름, 그걸 버티면서 두 달 동안 외국인 응대 자동화를 꽤 많이 했습니다. 상담의 절반 정도를 AI가 쳐내게 하고, 셀프 체크인을 붙이고, OCR로 신원을 확인하게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도 AI를 운영에 쓴 것이지, “AI로 매출을 만들겠다”는 생각까지는 못 했다고 하셨습니다.
남들은 에이전트를 부르는데 우리는 문서를 쓰고 있었습니다
전환점은 올해 1월이었고, 회사 안에 “AI 포모(FOMO)”가 왔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남들은 슬랙 채널에서 에이전트를 불러다 다 해결한다는데 우리는 여전히 문서를 쓰고 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AI 네이티브 회사로 전환해 보자는 결정을 하고, 컴퍼니 브레인에 해당하는 ‘오르카 브레인’이라는 제품을 만들어 사내에서 에이전트에게 일을 시키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미 자동화해 둔 것들도 다시 손을 봤는데, AI 상담이나 OCR은 성공률이 50퍼센트나 90퍼센트에 머물면 운영 부담이 여전히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채팅은 80퍼센트까지, OCR은 99퍼센트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을 내부에서 밟았고, 그렇게 되자 “팔 만한 제품”이 되어서 B2B 세일즈를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한 달 동안 커피챗을 30번 넘게 하셨다고 합니다. “AI로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말에 절반은 동의하고, 절반은 착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세상이 왔는데 나는 여전히 렌터카라는 시장 안에서만 움직여 왔고, 시야가 이만큼 좁다는 자각이 있었습니다. 다른 산업에 어떤 기회가 있는지 탐색하지 못하면 나도 회사도 뒤처지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30번을 돌고 나서 생각이 또 달라졌다고 합니다.
진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필요한 때에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승리한다라는 공식은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까?
AI 에이전시 형태로 일하는 회사도 결국 고객사의 매출을 올리고 비용을 줄여줘야 하고, 거기 들어가는 우리 리소스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식은 똑같이 유지됩니다. 지금은 그 공식을 어떻게 달성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직접 렌터카를 돌려보고 알게 된 것
앞에 적은 두 가지 중 첫 번째는 이 대목에서 나왔습니다.
오히려 AI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산업이면 역설적으로 고객사랑 롱런하기가 좀 어려운 것 같다.
작년에 제주에서 직접 렌터카를 돌려보니, AI가 산업에 주는 영향이 딱 그만큼밖에 안 됐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렌터카를 하려면 땅을 사고, 차를 수백 대 보유하고, 직원을 수십 명 고용하고, 수억 원의 현금을 계속 돌려야 하는데 그건 AI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도와준 고객사가 성과를 내도 매출이 두 배 나왔다고 회사를 두 배로 키우려면 땅과 차를 두 배로 사야 하고, 리스크가 너무 커서 대부분은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선에서 멈춘다고 합니다.
B2B 사업에서 고객사가 하나만 남게 되는 경우 진짜 최악인 것 같거든요. 너무 갑을 관계가 명확해지잖아요.
고객사에 붙어 있는 깊이도 남달라서 렌터카 회사에는 거의 “우리가 사업을 대신 하겠다” 수준으로 들어가 있고, 외국인 서비스 영역에서는 렌터카 회사가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진짜 그냥 필요한 곳에 차를 가져다 주시기만 하면 돼요.
마케팅부터 정산, 리스크 관리, CS 운영까지 전부 오르카스튜디오가 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의류 대여나 교육처럼 다른 업종으로도 고객사를 넓히고 있는데, 그쪽 도메인 노하우는 아직 없으니 두 가지를 무기로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우리 사업을 하다 보니 AI는 그들보다 조금 더 잘 쓰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기존 SI 대비 코딩 단가가 굉장히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B2C를 할 거면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B2C를 하다가 왜 B2B로 확장했냐고 물었더니, 사업을 키우려고 다시 시도해 보니 병목이 생각보다 오프라인에 있더라는 겁니다. 사람을 만나고, 회사를 설득하고, 공급사를 늘리는 일 말입니다. 외국인에게 렌터카를 서비스하려면 어떤 렌터카 회사가 외국인 대여가 가능한지부터 알아야 하고, 가능한 곳이 아예 없으면 회사 설득부터 들어가야 하고, 그것조차 안 되면 회사를 세워야 합니다.
거기에 더해 AI를 정말 잘 활용하고 싶은데, AI로 B2C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 AI가 B2C에서 만들어낸 작동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캐릭터챗 말고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관점을 뒤집어서 “AI가 무엇을 생산하고 있느냐”를 보면, 코딩 단가를 극단적으로 낮추고 있고 5년 차 정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디자인, 마케팅, 데이터 분석, 컨설팅을 대신 생산해 주고 있습니다. 그걸 가장 잘 쓸 수 있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B2B였습니다.
그리고 B2B에서 요구되던 전문성이라는 해자가 전부 무너졌다고 보셨습니다. 세일즈만 잘하면 개발, 마케팅, 브랜딩, 컨설팅을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게 됐으니 B2B에 기회가 더 많다는 겁니다. 반대로 B2C를 한다면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B2C 사업 중에 오프라인 병목이 없는 거의 유일하게 이상적인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리소스는 100분의 1 됐는데 리턴은 아직 여전히 한 30~40프로니까, 효율이 한 30배 좋아진 게임인 것 같다.
공급 단가가 극단적으로 낮아지면 공급이 늘고 수요는 정해져 있으니 결국 균형이 맞춰지겠지만, 지금은 “시장에 1만 개가 공급되고 그중 100개가 성공하는 구조에 내가 3만 개를 더 넣을 수 있는 시점”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곧 1억 개가 되어 의미가 없어지겠지만, 지금은 할 만하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해커톤에도 4명이 전날 시작해서 나갔습니다. 대표님은 30분밖에 못 써서 하스스톤을 카피한 게임 하나를 냈고, 공동창업자는 12개를 만들어 그중 2개를 냈는데 그게 5등을 했습니다. 본선에 올라간 40명 중에 게임 회사나 게임 에이전시에 있지 않은 사람은 이 팀뿐이었습니다.
저희가 만든 건 사실 하나도 없고 다 코덱스가 짜준 거지만.
게임을 오래 잘해 온 사람들이 만든 결과물과 비슷한 자리에서 붙을 수 있다면 해볼 만하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다만 이런 기회의 창은 6개월에서 1년짜리라고 보고, 그래서 B2B에서는 고객사를 제대로 물고,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곳을 물어서 그 회사들이 우리만 믿게 만드는 것이 오래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습니다.
행성을 하나 갖고 싶습니다
제 브런치 글 중에서 어떤 대목이 걸렸냐고 물었더니 “국가에 대한 관점”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이라는 태그를 달고 있다고 해서 “한국만을 위한 일을 하자, 한국을 더 부강하게 만들자”는 명제가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지구 단위로 생각하는 게,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든 맞지 않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도 정부가 원하는 것, 기업이 원하는 것, 사람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가장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형태로 일하는 게 좋다고 보셨습니다.
그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 물었더니 개인적인 꿈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요즘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행성을 하나 정도 소유하고 싶다”고 답한다고 합니다.
사실 그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조직의 규칙이나 대다수 사람들이 바라보는 관점에 휩쓸려야 되는 상황이 좀 싫은 것 같아요.
어느 나라를 가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조직에도, 나라에도 많이 있고, 그 방향이 전체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이는 순간이 자주 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걸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싶다고 했습니다.
가장 답답한 순간이 언제냐는 이야기로 이어졌을 때 나온 대답은 짧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순수한 마음에서 시도를 해본다고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보이는데, 쟤는 왜 저렇게 나서냐, 왜 있는 척하냐,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볼 때.
우리나라는 성공하는 공식이 비교적 정해져 있어서, 누가 봐도 “이렇게 하면 되는 길”을 두고 왜 다른 길을 가느냐는 시선이 쉽게 따라붙습니다. 성공하는 방법이 여러 갈래인 곳에서는, 당신이 가는 길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5년째 회사를 하고 있는 스물아홉의 창업자가 렌터카라는 지극히 물리적인 시장에서 얻은 결론은, 결국 남이 정해 둔 공식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설 수 있느냐였습니다. 그리고 그 공식을 벗어나 자기 행성의 중력을 만드는 일을, 그는 앞으로도 한동안 창업이라는 방식으로 계속 해볼 생각인 것 같았습니다.
Bloom과 함께하기
Bloom은 사람과 기술이 만나는 오프라인 자리를 만듭니다. 다음 행사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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